첫 출근길의 폭설, 그리고 청계천
새해첫출근길
흰눈의세상이다.
하얀순백의세상이펼쳐졌다.
흥분의셔터를누른다.
전철은아우성이다.
입구를들어가기전부터꽊꽉이다.
청계천에도눈이많이쌓였다.
사람의흔적이없는순백의백설기가뿌려지고있다.
정말오랜만에보는눈다운눈이다.
언론에선아우성이지만
내마음은오랜만의카타르시스였다.
폭설(暴雪)/오탁번
삼동(三冬)에도웬만해선눈이내리지않는
남도(南道)땅끝외진동네에
어느해겨울엄청난폭설이내렸다
이장이허둥지둥마이크를잡았다
―주민여러분!삽들고회관앞으로모이쇼잉!
눈이좆나게내려부렸당께!
이튿날아침눈을뜨니
간밤에또자가웃폭설이내려
비닐하우스가몽땅무너져내렸다
놀란이장이허겁지겁마이크를잡았다
―워메,지랄나부렀소잉!
어제온눈은좆도아닝께싸게싸게나오쇼잉!
왼종일눈을치우느라고
깡그리녹초가된주민들은
회관에모여삼겹살에소주를마셨다
그날밤집집마다모과빛장지문에는
뒷물하는아낙네의실루엣이비쳤다
다음날새벽잠에서깬이장이
밖을내다보다가,앗!,소리쳤다
우편함과문패만빼꼼하게보일뿐
온천지(天地)가흰눈으로뒤덮여있었다
하느님이행성(行星)만한떡시루를뒤엎은듯
축사지붕도폭삭무너져내렸다
좆심뚝심다좋은이장은
윗목에놓인뒷물대야를내동댕이치며
우주(宇宙)의미아(迷兒)가된듯울부짖었다
―주민여러분!워따.귀신곡하겠당께!
인자우리동네몽땅좆돼버렸쇼잉!
-계간『시향』2006년봄호-
LostinReflection/PomponFinkelste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