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흑산 – 어둠속에서 빛을 찾으려는 사람들

작년가을이던가?

완득이영화를보고교보문고에들렸었는데

그때서점에쌓였던책,흑산

대체어떤내용일까?

지난번홍도,흑산도산행기회가있었는데

바쁜일때문에참가하지못한아쉬움

이런저런사유로보고싶었던책

3월의바쁜와중에그책을펼쳤다.

[작가의말]

옛양화진(楊花津)자리에강물을향해불쑥튀어나온봉우리가있다.

누에대가리같다고해서이름이잠두봉(蠶頭峰)이었다.

140여년전의정치권력은이봉우리에서’사학(邪學)이무리’를1만명넘게목자르고그시체를강물에던졌다.

한강은피로씻기었고봉우리의이름은절두산(切頭山)으로바뀌었다.

겸재(謙齋)는이자리를양화환도(楊花喚渡)라는화폭에그렸는데

지금의절두산은매연에찌든흑더미이다.

이절두산의흑더미가작가로하여금흑산도,남양성지,배론성지등사학죄인들의유배지를답사하게했고,

많은기록들을찾아내어읽게했으며,글로표현하게했다고한다.

나는말이나글로써정의를다투려는목표를가지고있지않다.

나는다만인간의고통과슬픔과소망에대하여말하려한다.

나는,겨우,조금밖에는말할수없을것이다.

그래서나는말이나글로써설명할수없는그멀고도확실한세계를향해

피흘리며나아간사람들을두려워하고또괴로워한다.

나는여기에서산다

미사여구를쓰지않고짧막한단문이시적으로전개된다.

덤덤한기술이더욱사실적으로시대의상황으로다가왔다.

이렇게짧막한문장을나는좋아한다.

김탁환의’밀림무정’을그래서좋아했다.

하긴누군가는김탁환은김훈을흉내냈다고도했다.

[차례]

가치평가가배제된짧은문장들이만들어낸시대의아픔이구구절절배어있다.

누가누구를나쁘다고비판할자격이있을까?

[소설구조]

소설은기득권자인지키려는세력과새로운세상을꿈꾸는자들의양립구도로진행한다.

기존의부패와천주교인의증가에따른탄압이주요내용이다.

이속에는죽이는자,죽는자,발고나배고하여죽음을피하는자로세분된다.

정약전,정양용,정약용형제와조카사위황사영이이소설의주요인물이다.

어둠에서빛은찾으려는일부지식인과민초들의삶이생존의본능과결부되어처절하게소리친다.

[오동희의기도문(p58-59)]

주여,매맞아죽은우리아비의육신을우리아들이거두옵니다.

주여,당신이십자가에서죽었을때당신의주검을거두신모친의마음이어떠했으리까.

하오니주여,우리를매맞지않게하옵소서.우리를매맞아죽지않게하옵소서.

주여,우리를굶어죽지않게하소서.

주여,우리어미아비자식이한데모여살게하소서.

주여,겁많은우리를주님의나라로부르지마시고우리들의마을에주님의나라를세우소서.

주여,주를배반한자들을모두부르시고거두시어당신의품에안으소서.

주여,우리죄를묻지마옵시고다만사하여주소서

주여,우리를불쌍히여기소서.

왕조가피로감에젖은조선말,민중의고통이겹겹히다가온다.

현실또한갖가지불평이사회적갈등으로표출된다.

예나지금이나민중의슬픔은계속된다.

오히려정보가개방된요즘의상대적박탈감은더하다.

종교도이젠구원의손길이되지못하고,부패의문제를안고있다.

19대총선이진행되는요즘여야는사회적갈등해소의정책보다도예산의뒷받침없는복지에열을올리고있다.

인터넷여론은냄비근성으로이문제저문제에이분법적감정적대응으로봇물을이룬다.

주권자인일반국민의진정한하소연은올바로수렴되지못한다.

얼마나더우리사회의민주적비용이요구되는가

현실과겹친안타까운마음이"흑산"을읽는내내마음을때린다.

[황사영과그의처숙부들](p63)

황사영은처가마재마을에올때마다,산위에올라가서오랫동안강물을들여다보았다.

강은흐르고또흘러서합쳐지고,합쳐져서더큰물을이루어앞으로나아가도성의들을적시고먹이면서바다에닿았다.강은합쳐져서스스로새로워지면서새로운들과새로운시간속으로나아갔다.흐르는강물위에서시간과공간이합쳐져서앞으로나아갔고,그강물이황사영의마음속으로흘렀다.마음이강물과같아서,마음이세상으로흘러마음으로세상을이룰때세상은새롭게태어날것이었다.그것은푸른강물처럼분명했다.

정약현의사위황사영이마을앞강물에대해이야기할때

맏처숙부정약전은이어린조카사위가사물로부터직접배우고그감춰진뜻을바로깨달았다고생각했다.

둘째처숙부정약종은황사영의마음이쓰임새에닿지못함을안타깝게생각했다.

세째처숙부정약용은경전이나인륜으로채울수없는아득하고넓은땅이그소년의마음에날것으로펼쳐져있음을알았다.

마재물가마을에서,처숙부들은황사영에게천주교의교리를설명해주었다.

둘째처숙부정약종의가르침이가장뜨겁고분명했다.

정약종은순교하고정약전과정약용은유배되었다.

황사영은배론성지에서소위"황사영백서"사건으로체포되여처형되었다.

조선의지식인들은이렇게버려졌다.

[이름없는민초들의운명적선택]

박차돌,마노리,육손이,김개동.길갈녀,강사녀,아리,오동희….

수많은민초들의강요된삶이제각각촉수를내뻗고있다.

특히,박차돌이여동생을죽이면서까지자신을보호하고

조개젓행상으로위장해포도청의염탄꾼으로천주교인을감시하는치욕적인삶은

참을수없는존재의가벼움그자체가아닐까?

일제시대일제에협력하고,6.25때북한군에협조하고,…..

그렇게해서라도생존을이어가야하는운명적선택의기로에서선민중들

국가의책무가무엇인지분명해진다.

[흑산(黑山)과자산(玆山)](p337~338)]

나는흑산을자산(玆山)으로바꾸어살려한다.

자(玆)는흐리고어둡고깊다는뜻이다.흑(黑)은너무캄캄하다.

자는또지금,이제,여기라는뜻도있으니좋지않으냐,

너와내가지금여기에사는섬이자산이다.

흑은무섭다.흑산은여기가유배지라는걸끊임없이깨우친다.

자(玆)속에는희미하지만빛이있다.

여기를항해서다가오는빛이다.그렇게느껴진다.

이바다의물고기는모두자산의물고기다.나는그렇게여긴다.

정약전은창대를불러앉히고두려움을말하며흑산과자산을비교해말한다.

자(玆)와흑(黑)의다르다는이미지가그려진다.

외진남도의섬에유배된정약전의삶에서조금이라도희망을보고자했던마음을읽는다.

[날치의비상]

날치가하늘을날도록진화한것은강한자에게쫃겨살고자하는욕망의결과라는것이다.

정약전은유배된흑산도에할수있는것은없었다.

오로지눈앞에서살아펄떡이는물고기들을섬세히살피며살아갈뿐이다.

정약전은세상의끝흑산도에서삶을견디게위해’자산어보’를지었다.

생존의의미가그렇게나처절하고위대한것이다.

[픽션과논픽션]

부러진화살이란영화가많은사람들에이야기되었다.

소설이나시나리오는논픽션에서픽션을그리는것이라할때상상의자유는허용되어야한다.

[좋은나라/시인과촌장]

당신과내가좋은나라에서

그곳에서만난다면

슬프던지난서로의모습들을

까맣게잊고다시인사할지도몰라요

당신과내가좋은나라에서

그푸른강가에서만난다면

서로하고프던말한마디하지못하고

그냥마주보고좋아서웃기만할꺼예요

그고운무지개속물방울들처럼

행복한거기로들어가

아무눈물없이슬픈헤아림도없이

그렇게만날수있다면있다면

당신과내가좋은나라에서

푸른동산에서만난다면

슬프던지난서로의모습들을

까맣게잊고다시만날수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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