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보다 짧은 인생

앰브런스가경적을요란하게울리며내앞을쏜살같이달린다.무슨급한일이생겼나하는생각이든다.

곧파킹장으로접어들며소리를멈춘다.,저긴우리오피스텔파킹장인데,무슨일이생겼나!

지하파킹장으로들어가는길목에차를세우고119유니폼을입은젊은이두사람이부지런히

바퀴달린침대를내린다.무슨일이생기긴생긴것같은데내용은알길이없다.

미국에서도긴급요원들이들이닥치는일은흔히있는일이다.

긴박한일이라는게거의다심장마비로구급차를부르는게보통이다.

아마오늘발생한일도누가심장마비증세를보인모양이라고생각했다.

이왕에구경거리가생겼으니어디누가실려나오나보자하고기다렸다.

한참을기다려도구급요원들은나올기미가보이지않는다.

그늘진곳에나말고도두어명이서성대고있었다.경비원할아버지가나온다.

무슨일이냐고물었다.자살했단다.정신이버쩍든다.30대여자가혼자살고있었는데엄마가연락을

시도해도기별이없으니까오늘와보았다는것이다.

문을열었더니안에서쇠줄로잠겨있어서들어갈수없어서119에전화했단다.

119요원은모자를벗어서안으로넣고툭치니까금방열리더란다.

나는왜,어떻게죽었는지가궁금했다.

샤워장에서목을맸다고한다.“왜죽었는지야젊은여자들뻔하지뭐한다.

하다니뭐가뻔하다는건가.경비할아버지는혼자다안다는식으로중얼거린다.

벌써금년들어두번째여,3층에서만.“하면서지난번에도30대여자가3층에서자살했는데

오빠가돈을안대주니까집세를낼수없어서자살했단다.”이번에도돈문제여한다.

?젊음?집세?나는이세가지문제점때문이라는데수긍하지못한다.

젊은사람이무슨일을한들집세도못벌어?집세가비싸면싼월세방도얼마든지있을텐데.

쓸데없이나혼자별별시나리오를다그려본다.자살한여자가짜꾸머리에서맴돈다.

한번들어버린말은안들은걸로다시되돌릴수도없는것이다.

죽는사람이야오죽했으면죽었겠느냐만은나는묻고싶다.

과연충실히살았는데도세상의보답이인색하더냐고?

뉴스에서늘하는이야기가애는안낳고나이만먹어들간다더니결국에는이딴짓이나벌리는가

하는생각도든다.

한편청년직장이없다더니젊은이인들별거겠는가.직장을구하지못하는삶이죽느니만못하다는

이야기다.기업에게는경제가,개인에게서는돈이목을조이는것이다.

119요원이빈수레를끌고나와차에다싣는다.왜그냥나오느냐고물었다.

우리일이아니라서경찰에연락했단다.

나는착잡한심정으로집으로향했다.화단에는보랏빛나팔꽃이간드러지게피어있다.

아침에피었다가저녁에지고마는나팔꽃보다짧은인생인데그것도피다말고지다니,

아깝다는생각이든다.

나의처제는폐암으로호스피스가돌보고있는데,누구는더살기를갈망하고누구는고귀한생명을

헌신짝버리듯던져버리다니!

맥빠진매미소리가서글프게울어제친다.

현대식집구조는붕어빵찍어놓은듯다똑같다.

문을열고들어서는데샤워장이눈에거슬린다.게름직한마음이들기는했지만혹시목을맬만한무엇이

있나해서드려다보았다.

아무리훑어봐도목을맬만하게높이달린꼭지조차없다.

살고자하는사람눈에는안띠지만죽고자하는사람눈에는보이는무엇이존재한다는걸알게되었다.

물에빠져죽을사람은접시물에도코를박고죽는다더라.”하시던어머니의말씀이생각난다.

한국은OECD국가중에서자살률이1위라고했다.

세상에서일등이란말처럼듣기좋은친찬이어디있겠느냐마는이런경우에는차라리꼴찌가가장

바람직한등위라는건참으로아이러니하다.

일등하기도힘들지만꼴찌하기는더욱어렵다.

해방70돌을맞아대한민국은잘사는나라가되었다고모두들기뻐한다.

이제얼마나더잘살면족한가.그보다는낙오자가안생기는사회가올바른길이아니겠는가.

발전,발전하면서낙오자를양산한다면그까짓발전이무슨소용이있단말인가.

더이상말이필요없다.

해병대정신처럼낙오자없는세상을만드는게이상사회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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