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바짝 차려야 하는 서울 살이

멀리미국에서장거리비행기를타고오면며칠동안은시도때도없이잠이쏘다집니다.

누워서TV좀봐야겠다하면곧바로잠이들고맙니다.

잠에서깨어나보면TV가여전히켜져있는겁니다.아그새잠이들었었구나하고알게됩니다.

그리고꾸었던꿈을되집어봅니다.꿈속에서미국인들과같이지내는꿈이었습니다.

한국에서도미국현장의꿈을꾸니참아이로니하다는생각이듭니다.

일주일이지난다음이었습니다.몇명남지않은친구들을만나보고싶었습니다.

한친구는수원에서살고있고한친구는오산에서살고있습니다.

세상이바뀌는바람에이상하게도서울에서살았던사람들은지방으로나가서살고,

그대신먼지방에서살던사람들이서울에서살고있습니다.

친구역시어려서는시민회관자리도렴동한옥에서살았었는데지금은수원으로내려가서살고있습니다.

우리는경복궁전철역에서만나기로했습니다.

만나서효자동골목에있는삼계탕잘하는집에서점심을먹고경교장을가보기로했습니다.

친구가경복궁역몇번출구에서만나자는것이냐고따져묻는것입니다.

경복궁역은복잡하지않으니몇발짝만걸어서다녀도곧만날수있는작은역이라고해주었습니다.

친구는그래도못미더운지내핸드폰번호적어놓으라는것입니다.

꼭필요한것은아니지만불러달라고했습니다.맨끝네자리번호가삼일구오하기에3190미국식으로적었습니다.날더러복창해보라는것입니다.고대로삼일구오하고불러주었습니다.

만나자던날하필이면전화기에빳데리가다나간겁니다.

그래서충전하느라고벽전기아웃렛에꽂아놓았습니다.

이것저것준비하고친구핸드폰번호까지챙겨주머니에넣었습니다.

그리고전철을타고한참을달렸습니다.그러다가전화기를안가지고왔다는사실이생각났습니다.

그렇다고여기서되돌아갈수도없고,전화기없어도크게걱정하지않았습니다.

15분전에도착했습니다.시간이충분하니한바퀴돌아보았습니다.

일층은전철표검사하는게이트출입구들이세곳에있고이층에서는서예전시회가열리고있습니다.

경복궁역에서는언제나전시회가있어서누구를기다리기에지루하지않은곳이기도합니다.

그친구는서예를좋아해서와서기다리더라도심심치는않을것이라는생각을했습니다.

그래도내가와서기다리고있다고알려주고싶어서지나가는사람에게서친구의전화번호를주면서

미안하지만전화좀걸어달라고부탁했습니다.

전화기에서지금이번호는받을수없으니다음에걸어주십시오.”하는음성녹음이나오는겁니다.

일단고맙다고하고돌아섰습니다.아마도전철을타고오느라고전화기를꺼놓은모양이라고나름대로

짐작했습니다.

아무래도전철을타고올것이니까전철표를검사하는입구에서기다리면만날것입니다.

아래층으로내려가서벤치에앉아기다렸습니다.출입구는세곳에있습니다.

내가골라앉은자리에서는세곳의출입인파를다볼수있는자리입니다.

만나자는시간이넘었는데도나타나지를않는겁니다.

조금은이상하다는생각이들어서또전화를걸어보고싶은데누구에게빌려달라고하기도싫고,

어떠면미국처럼이역에서는핸드폰통화는정지시켜놓았는지도모를것같아서동전을바꿔

공중전화를이용했습니다.

그런데수화기에서조금전과똑같은녹음음성이나오는겁니다.

두번세번걸어도같은소리만들립니다.안되겠다싶어서다른친구의전화번호를기억해보려고

했으나아리송한겁니다.

이번호눌러도아니고저번호눌러도아닙니다.혹시하고다른번호를눌렀더니녹음만나오는것이

정말미치겠더라고요.

다시입구에서기다립니다.어쩌면벌써와서이층전시실에있을지도모를것같아이층으로올라가

돌아보았습니다.눈에안띠는겁니다.

다시일층으로내려와벤치에앉아이자리만지키고있으면지가뛰어야벼룩이지어딜가겠어하는

마음에자리를궂게지키고있었습니다.

처음엔멀리서오려면좀늦을수도있겠지하고기다렸습니다.

한시간이지나면서이친구들아직도코리안타임을버리지못했나하는생각도들었습니다.

그리고두시간이되면서무엇인가잘못됐구나하는생각이들었습니다.

그때부터는이층으로2번출구로다돌아다녔어도눈에안띠는겁니다.

그리고이제는글렀구나하고포기하게되었습니다.

그때부터배가고프다는걸알게되었습니다.그래도빨리집으로가야겠다는생각뿐이었습니다.

어쩌면내집에와서기다릴것만같기도했기때문입니다.

집에들어오자마자전화기가불이나게울려댑니다.

왜전화를안받는거냐는겁니다.자초지정을설명하고어떻게된것이냐물어봤습니다.

둘이서는시청역에서내려서걸어서경복궁역으로왔다는겁니다.

그리고이층전시장에서한없이기다려도내가나타나지를안아서무슨일이벌어진줄알고걱정이

많았다는겁니다.

전철역에서만나자는데왜전철을안타고걸어서올게뭐냐고물었습니다.

어려서살았던옛추억을그려보느라고걸었다는겁니다.

전화번호를확인해보았습니다.삼일구오를한국에서는3195인데미국에서는3190‘5’는알파베트의‘o’로읽기때문에번호를틀리게받아적은게나의불찰이었습니다.

그리고전화기를놓고나간것이두번째불찰이었고,출구번호를정하지않았던것이세번째불찰인

것입니다.

아무튼모조리파토를내놓고,허기는지고,시간만낭비하고말았습니다.

여기서한가지깨달은게있다면친하다고해서건성으로들어넘기면대가를치러야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렇게마음푹놓고어슬렁댈수없는게서울살이인것입니다.

긴장을풀어서는안되는생활,이게곧스트레스가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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