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하루 전 날

부슬부슬밤새도록비가내렸다.

아침에도오후에도내렸다.

하루를넘어다음날에도내렸다.

크리스마스를앞두고바쁘다면서할미에게맡겨놓은어린손주녀석셋이집에모여법석을떤다.

집안을어질러놓고가로뛰고세로뛴다.

머리를써서제작한장난감들이산지사방에널려있다.

사내아이들은장난감을가지고놀기보다는던지고부수는데더열중한다.

장난감이아무리많아도사람이하나곁에있는것만못한데

장난감을과연문명의혜택이라고말할수있는가?

정신이산란해서배낭을메고밖으로나왔다.호수를향해걸었다.

밤사이비가와서개울에물흘러내리는소리도제법크게들린다.

잎이다떨어진앙상한나무에실핏줄같은가지들이뻗어있다.

그위로하늘이보인다.마치엑스레이필름을보는것같다.

엑스레이필름밭을지나하늘이환하게탁트인호숫가를걷는다.

비가그친초겨울오후의햇살이눈부시다.

그렇게도좋아했던노래도한동안듣지않으면잊혀지듯이노랗게물든나뭇잎이언제푸르렀던때도

있었는지다잊어버렸다.나도젊은시절이있었는지다잊어버렸다.

호수를따라호수물마시면서자라던나무들이모두옷을갈아입었다.

그리고나무잎이하나둘손을놓고떨어진다.초겨울이라고해도춥지는않다.

바람없고햇살따스하니가을이라해도되겠다.

오랜가뭄탓에호수의물은조라들대로조라들어얕았던곳은모두바닥을들어냈다.

옷을벗어던진호수의맨살을밟아본다.멀리서보면서모래사장인줄알았다.

막상걸어보니낱은수초밭이말라갈색으로변해있어서모래사장처럼보였던것이다.

저만치밀려나버린물위에오리며물닭들이떼지어몰려있다.

물위에떠서노니는가하면주둥이를날개에처박고잠을자는녀석도있다.

물위에둥둥떠서잠을자다말고도

내가다가가면모두들피한다.내가떠나가면모두들모여든다.

나는그들로부터왕따당하고있는기분이다.새들은왜나를피할까?

노루가호숫가에서물을마신다.노루를보고도피하지않는새들이나를보면멀찌감치피한다.

노루는나를보고도망간다.

나는그들에게조용히피해야하고도망가야할대상인것이다.

한번도해코지해본일도없는데나는그들에게치사한인간이되어있다.

노루며새들앞에나는야비한인간인것이다.

나무며들과산그리고호수까지인간은자연의적이다.

문명의유산을걸쳐입고자연속으로들어서는한적이되고만다.

인디언들처럼벌거벗고자연에서살아간다면새와노루도친구가되리라.

한여인이개목을맨줄을단단히잡고걸어간다.

개는나를보고성난소릴지르면서달려들려고한다.

주인이잡아끌면서달랜다.피뜩스쳐갔지만기분이좋지않다.

인간도동물도문명의혜택?을누리면사나워지고말아야하는것일까.

사나워야밥그릇을챙길수있고,사나워야살아남을수있기때문이리라.

문명이발달한도시일수록크리스마스이브는소란하다.

밤늦도록불을밝혀놓고소리높여소란을피워야크리스마스이브답다고한다.

전기불이너무밝아별을볼수없는이브,별대신요란스런소리만울리는이브.

어둡고고요한숲속에서별을바라보며성탄을기리는새와노루의모습이오버랩되는밤이다.

펠리칸이멀리서날아온다.

한참공중에서맴돌더니오리와물닭들과합세한다.

날개길이며몸무계가상상을초월한다.

그만큼먹이감이요구되는새이다.

육중한몸무계로하늘을날자면많이먹어야할것이다.

몸집에비해서거대한주둥이가이를말해주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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