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대한항공 부기장 김승규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달에 100시간도 일하지 않으면서 억대 연봉 받으면
불평등하다고 한다. 그래서 비행 전에 뭘 준비하는지 알아보겠다>란
글을 올렸다.
회사 규정은 비행 1시간 45분 전까지 출근이지만 실제로는 사전(事前)
숙지해야 할 정보가 많아 자택이나 호텔에서 전날 밤부터 준비하고
비행 당일에도 이륙 2시간 30분 전에는 출근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조양호 회장께서 댓글을 다음과 같이 달았다.
<<YH Cho 전문용어로 잔뜩 나열 했지만, 99%는 새로운 것이 아니며,
운항 관리사가 다 브리핑 해주고, 운행중 기상의 변화가 있어도 KAL은
OPERATUON CENTER에서 다 분석 해 주고, 조종사는 GO NO GO만
결정하는데 힘들다고요? 자동차 운전보다 더 쉬운 AUTO PILOT 로 가는데,
아주 비상시에만 조종사가 필요하죠.
과시가 심하네요. 개가 웃어요. 마치 대서양을 최초로 무착륙 횡단한
LINDBERGH같은 소리를 하네요. 열심히 비행기를 타는 다수의 조종사를
욕되게 하지 마세요.>>
여기에 차준허씨가 따라 붙인 글
<<진짜 대한항공조양호회장님인가요?>>
조 회장의 댓글은 2015년 임금협상 결렬로 대한항공 측과 쟁의 행위를
진행 중인 조종사들을 자극할 수 있는 문구가 많아 논란이 확산됐다.
이에 14일 오전 댓글은 삭제됐으나 캡처한 사진이 조종사들 사이에서
오로 갔다.
하다못해 내 차를 운전해서 서울에서 강릉엘 가려고 해도 준비해야 할
것이 이것저것 많은데?
덩치 큰 여객기를 회장님 말마따나 조종사가 해야 할 일이
“Go, No Go”만 결정하는 간단한 업무라면 봉급 200만원만 줘도
되지 않겠나?
나는 작은 가계를 몇 군데 운영하면서 종업원들과 여러 가지 갈등을
격어 보았다.
경험에 의하면 주인은 해 주느라고 했지만 종업원 입장에서 보면 늘
부족하고 불만이다.
종업원은 열심히 하느라고 하지만 주인은 알아주지 않는다.
갈등이 쌓이면 튀게 되어 있다.
임금과 노동시간과 노동환경 이런 조건들에 앞서서 주인에게
인덕(人德)이 있어야 하는데 人德은 인덕(仁德)에서 오는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人德이 많은 사람이 있고 人德이 없는 사람을 보게 된다.
人德이 많은 사람은 좋은 사람을 만나 일이 잘 풀리지만
人德이 없는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
人德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많이 받는 복이다.
仁德은 어질고 훌륭한 인격을 말한다.
현대와 같이 산업화에 급박히 돌아가는 사회에서 仁德은
어떠해야 하는가?
종업원을 사랑하고 어질게 대해야 하는 것이다.
한 두 명도 아닌 그 많은 종업원을 어떻게 사랑하고 어질게 대하란
말인가?
일일이 대할 수는 없다. 다만 종업원을 사랑하고 어질게 대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되는 것이다.
이심전심으로 다 전해지기 마련이다.
임금은 仁德으로 백성을 다스린다 했다. 임금이 어찌 백성을 일일이
사랑할 수 있겠는가.
종업원은 모두 다른 인격의 소유자여서 생각과 행동이 같을 수 없다.
마치 열 자식 다른 것과 같다.
자식이 용돈 더 달란다고 덥석 더 주는 부모가 어디 있나.
아무리 사랑하는 자식일망정 합당한지 여부를 따져보고 판단할 것이다.
거절할 것은 거절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고 자식이 농성을 벌릴 때도 있고,
죽어버리겠다고 위협을 가해 올 때도 있다. 갈등과 시련을 격고
드디어 합의점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 와중에서도 부모의 사랑은 유지되고 있는 것이고 부모는 자식을
비방해서는 안 된다.
설혹 자식이 부모를 비방하더라도 부모는 이것을 자신의 仁德이 부족한
소치로 받아들여 더욱 德을 쌓는데 힘써야 하는 게기가 되어야 한다.
대 기업의 총수이면 그 기업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총수가 막내아들 정도 되는 부기장에게 빈정거리는 댓글을 단다면 누가
그 사실을 믿겠는가.
누구라도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믿기지는 않지만 그렇게 됐다. 마치 땅콩사건처럼.
총수라고 왜 하고 싶은 말이 없겠는가? 총수는 사람이 아닌가?
할 말은 해야지 꾹 참고만 있으면 병이 된다? 말 안하고 있으면
인정하는 꼴이 되고, 머리끝까지 기어오른다?
하고 싶은 말 다하면 그게 무슨 대기업총수인가, 구멍가게 주인이지.
아무튼 조양호 회장의 SNS 댓글은 구멍가게 주인만도 못한 대꾸였다.
비풍초
2016년 3월 16일 at 11:57 오전
조직내에서 절대 갑인 owner CEO 들은 을 생활을 해보지 않아서 을 입장을 모르지요. 모든 직원은 그들에게 있어서 그냥 부하나 소모품 정도입니다. 그들은 부하들과 대화와 협상이란 걸 할 줄 몰라요.. 배운 적이 없으니까요.. 아버지 한테서 물려받은 기업일 수록 그게 심합니다. 아버지한테서 못 배웠으니까요..
그리고 여전히 우리나라는 기업주가 노조에 대한 이해가 아주 부족합니다.
노조와의 노동쟁의 기간 중에 기업주가 쓰잘데기 없는 말을 한다는 건 기업주로서의 소양이 빵점이라는 것입니다.
신재동
2017년 2월 3일 at 12:22 오전
주식회사에 owner가 존재한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하루 빨리 주식회사로서의 기능을 밝휘하는 날이 있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