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서 데이트하기에는 역시 쇼핑센터가 제격이다.
오전에 산호세에 있는 CPA사무실에 들렸다가 이왕에 멀리까지
내려온 김에 아예 ‘길로이’ 아웃렛 쇼핑센터까지 가기로 했다.
‘길로이’ 아웃렛은 고속도로를 타고 한 시간 정도 가야 되는 거리다.
그러나 아웃렛 치고는 규모가 커서 반나절은 걸어야 다 돌아
볼 만큼 거대한 쇼핑몰이다.
물론 명품 상점들도 즐비하다.
다른 곳의 아웃렛 보다 ‘길로이’ 아웃렛은 명품들 중에서도
물건이 다양하고 가격이 더욱 저렴하다.
월요일 정오쯤 이었으니 쇼핑객이 있을 리 만무했다.
그저 드문드문 가끔씩 눈에 띌 정도였다.
그 중에 특이한 것은 LA에서 한국인 여행객들을 싫고 이곳에 온
관광버스였다.
한국에서 온 쇼핑관광객 한 버스를 이곳에 풀어놓고 있었다.
근래에는 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캘리포니아를 방문하고 있지만
버스까지 대절해서 아웃렛 쇼핑을 오는 예는 못 봤다.
쇼핑 문화를 봐도 아무튼 한국인 들은 좀 극성스럽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했을 때 기쁘다.
마음에 들면서도 세일일 때 더욱 기쁘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세일가격에 사려고 카운터에 올려놓았더니
더 깎아 주겠다면 더더욱 기쁘다.
아무리 좋은 물건도 가격이 비싸면 그림의 떡이다.
나는 세일을 좋아한다. 세일 중에서도 클리어런스를 가장
좋아한다.
클리어런스 섹션에서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발길을 멈춘다.
그리고 세세히 살펴본다. 가격은
마음에 드는데 아깝게도 맞는 사이즈가 없다든가 색깔이 마음에
안 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늘은 운이 좋게도 제법 그럴듯한 물건들을 클리어런스에서
찾아낼 수 있었다.
폴로 반바지 25 달러짜리 하나, 흰색 반바지 15 달러, 폴로
야구모자 3.95 달러,
친구 주려고 티셔스 15달러, 수확이 많았다.
아내는 백 달러 사면 25달러 깎아 준다는 쿠폰이 있다면서
J. Crew에 가자고 한다.
제이 크류는 우리들의 단골 상점이다. 제이 크류 물건들은 내게
꼭 맞는 사이즈들이고 색깔도 고상해서 다 마음에 든다.
오늘은 봄옷들의 시작이어서 그런지 가격을 높게 붙여놓았다.
쇼핑을 많이 다녀서 물건만 봐도 대강 가격을 가늠할 수 있다.
칼라 런닝을 두 개 집고, 봄자켓을 봤더니 자그마치 128달러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 그냥 놓고 말았다.
아내 역시 가격이 너무 비싸다면서 카운터에 들고 가서 이 가격이
맞는지 물어보았다.
의외로 78 달러라고 한다. 백 달러 어치 사고 25 달러 쿠폰을 썼더니
예쁜 가격에 떨어졌다.
모처럼 잔뜩 사들고 왔다.
이게 웬 떡이냐 였다.
한참을 걸었으니 배가 출출하다.
‘인앤아웃‘ 버거에 들려 햄버거를 먹었다.
날씨가 봄날처럼 따듯해서 실외 테이블이 딱 이었다.
‘인앤아웃’ 버거는 얼린 고기를 쓰지 않는 게 특징이다.
매일매일 생고기를 다져서 햄버거를 만든다. 프렌치 푸라이도 생감자를
즉석에서 썰어서 튀긴다.
가격도 맥도널드보다 저렴하고 맛이 월등히 좋다.
모처럼 햄버거 먹는 맛이 그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