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 보기 싫은 휴지통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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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역으로 가려면 유명한 프렌차이즈 국수집 앞을 지나가야 한다.
나는 국수를 좋아해서 단골로 드나들던 집이다.
이 국수집은 국수를 미리 삶아놓고 있는 것이 아니라 주문과 동시에 즉석에서
삶기 때문에 쫄깃한 식감이 고대로 살아있는 특징이 있다.
국수는 위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먹은 후에 배 꺼짐이 빨라서 좋다.
그러던 집이 어느 날부터인지는 몰라도 테이블 밑에 휴지통이 놓여있기 시작했다.
휴지통에는 남들이 버린 휴지들이 있다.
말은 안 해도 은연중에 휴지는 그곳에 버리라는 압력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안 보려고 애를 써도 눈길이 휴지통으로 향하면서 한 두 번은 봐야만 하고,
그럴 때마다 기분이 좋지 않다.
음식점은 청결이 생명이다.
아무리 깨끗하게 청소를 해도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그대로 놓아둔다면
청소했다는 빛은 바래고 만다.
나는 생각해 본다. 휴지통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손님이 왕이라면서 과연 손님을 위해서 휴지통을 놔둔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쓰고 버린 쓰레기가 들어 있는 휴지통을 보면서 기분 좋은 사람도 있을까?
나는 더 이상 그 유명한 프렌차이즈 국수집에 가지 않게 되었다.
휴지통이 꼴 보기 싫어서 이다.
옆길 대로변에 바지락 손칼국수집도 그렇다.
그 집도 어느 날부터인지는 몰라도 휴지통을 테이블 밑에 놓기 시작했다.
나는 그 집도 발길을 끊었다. 휴지통 꼴 보기 싫어서 이다.
한국인들은 테이블 밑 휴지통에 대해서 무감각한가?
아니면 그까짓 것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하나?
아니면 보기 싫어도 참고 그냥 넘어가는 걸까?
오히려 휴지통이 있어서 좋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가?
휴지통 문화 과연 어떤 것이 옳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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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0378 모처럼 아내와 함께 실버영화관에 갔다.
아내에게 실버영화관이라는 곳을 구경도 시켜줄 겸,
좋은 영화도 한 편 볼 겸, 겸사겸사해서다.
영화는 내가 애덜적에 본 영화다.
로버트 미참이 주연으로 나오는 <상과 하>다.
영어로는 <The Enemy Below>이니 직역하면 ‘밑에 있는 적군‘ 정도가 되겠다.
영화는 1958년에 만든 잠수함이 등장하는 전쟁영화다.
세계2차대전 당시 대서양에서 미해군의 작은 잠수함 탐지함과 독일군 잠수함이
벌리는 숨박꼭질같은 영화다.
두 함장의 두뇌 대결로 쫒고 쫒기는 긴장감이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명화다.
1910년부터 2010년까지 잠수함을 등장시켜 만든 영화가 모두 150편이라고 한다.
그 중에 탑10에 속한 영화중에 하나가 우리가 본 <상과 하>이다.
영화는 과연 클래식 영화답게 지금 보아도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감동을 받기에
충분했다.
훌륭한 영화답게 관객도 많았다.
나는 외출할 때면 미리 다 준비하고 나가기 때문에 공중변소를 사용하는 예는
거의 없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오늘은 영화를 보기 전에 변소에 들려야만 했다.
영화를 보고 나온 사람들로 남자변소에는 줄이 길게 서 있었다.
가만히 살펴보니 입점할 수 있는 칸이 4개뿐인데 그 중에 하나는 청소도구
넣어두는 칸으로 잠궈놨기 때문에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칸은 3개뿐이다.
한참을 기다려서 입점을 하게 됐다.
변소는 생각했던 것 보다 깨끗했다.
이쯤 되면 OECD 국가 기본수준을 넘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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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짝 뒤편, 그러니까 내가 앉아있는 정면에 경고 글이 붙어 있다.
읽지 않고는 안 되게끔 바로 눈앞에 있다. “화장지는 휴지통에 넣어주세요”
나는 처음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무슨 화장지를 휴지통에 넣으란 말인가?
그리고 휴지통을 들여다보고 그제서야 알아차렸다.
아플사! 이럴 수가 있나!
휴지는 물과 함께 사라지는 줄만 알았지 누가 별도로 관리해야한다는 걸 감히
짐작이나 했겠는가?
한순간에 기분이 상하고 말았다.
이런 ‘꼴 보기 싫은 휴지통 문화’는 어디에서 왔을까?

1 Comment

  1. 영지

    2016년 5월 9일 at 6:26 오후

    아주 공감합니다.
    마포 아주 유명하다는 간장 게장집에 초대받았는데, 유명인사들 방문 싸인이 그득하고 값도 만만치 않았는데 , 화장실 위치도
    마루 홀 바로 코앞에 붙은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휴지통에 쓴 휴지가 가득..
    속초 생선 구이집 갔는데 거기 화장실도 앉으면 코 앞에
    쓴 휴지들이 들어 있는 통이 정통으로…
    고급 백화점 수퍼나 음식점 호텔 빼놓고는 …..
    이부자리도 전통 유명 한옥 마을 집에서 손님이 덥은걸 다시 정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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