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의 사랑 구애, 급한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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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찜통더위다. 이럴 때는 집에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다.
나가 다녀봤자 땀만 난다.
움직이지 않고 있으면 에너지 소비가 적어서 밥도 적게 먹게 된다.
아무리 더워도 최소한의 운동은 해야 하겠다.
대낮의 열기가 식어가는 저녁쯤이면 운동 길에 나선다.
호수까지 걸어서 갔다 오는데 한 시간이 소요된다.
딱 맞는 운동 거리와 시간이다.
걷는 길이 숲이어서 좋다.
도심 속에 이런 숲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을 넘어 축복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오후 6시에 길을 나섰다.

형제아이 둘이서 손잡고 걸어간다. 아빠 따라 걷는다.
형은 동생의 손을 잡고 보살펴 주며 걷는다.
마치 아빠 곰과 아기 곰 같다.
매미소리는 지랄스럽게 요란하다.
매미는 잠도 않자는 모양이다.
밤에도 울고 새벽에도 울고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댄다.
더군다나 숲에서는 두세 마리가 동시다발로 울어대는데 시끄러울
지경이다.

옛날에는 매미 소리도 듣기 좋았다.
멀리서 맴-맴-맴하고 길게 빼다가 소리가 작아지면서 거의 그만
두는가 했다가는 다시 큰 소리로 음율적으로 울어댔다.
그리나 오늘날의 매미는 마치 쓰르라미 울 듯 맴- 소리를 길게
빼 댈 뿐 음율의 높고 낮음이 없어서 음정 없는 노래 소리 같다.

아이가 가다말고 여기 매미 있다 하더니 높지도 않은 나무 기둥에
매미가 앉아 있는 걸 가리킨다.
매미 체를 갖다 대고는 금세 잡는다.
그리고 저쪽 나무에 또 있다며 잡으러 든다.
먼저 잡은 매미는 동생더러 날개를 잡고 있으라고 하고는 또 잡았다.
옛날에는 매미도 귀했지만 잡기는 더욱 어려웠다.
높은 나무 가지에 매달려 울었으니 매미를 잡으려면 나무부터 기어
올라가야 했다.
지금은 매미 소리가 끝이지 않는 걸로 봐서 매미도 많은 모양이다.
나도 나무를 살펴봤다. 정말 높지도 않은 가지에 매미가 붙어 있다.
매미 체를 빌려 잡으려 했으나 놓치고 말았다.

매미를 영어로 씨케이다(cicada)라고 부른다.
알려진 종류만도 1,300여종이 넘는다.
나무에 서식하면서 수액을 먹고 산다. 알을 나뭇가지 구멍에 낳는다.
대부분의 매미들은 지금까지 수수께끼가 많다.
대부분의 생을 땅 속에서 유충으로 보내다가 2년-5년쯤에서 기어 나온다.
어떤 놈은 생애 사이클이 13년에서 17년짜리도 있다.
천적으로는 말벌이나 사마귀가 있겠으나 말벌이 귀하다 보니 매미가
기승을 부리는 것 같다.

매미는 우는 걸까 노래하는 걸까?
예로부터 매미가 운다고 했으니 근거 없이 운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는 게 맞다. 우리는 매미 소리를 운다고 한다.
그러나 서양인들은 매미가 노래 부른다고 표현한다.

여기서 동서양의 문화차이가 있다.
서양에서는 잔인하리만치 울지 않는다.
자식이 죽어도 통곡하며 우는 사람은 없다.
자식이 죽었는데 슬프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우리와 마찬가지로 슬프단다.
그러나 발버둥치며 통곡하는 건 가증스럽다고 한다. 슬픔에도 격이 있다?

우리 민족은 슬픔을 즐긴다.
임근택 감독이 영화를 백편도 넘게 촬영했는데 처음 찍었던 50여 편은
예술적 가치가 없는 통속물들이다.
돈 보따리를 싸들고 온 제작자들을 여관방에서 만나면 각본도 없이
영화 촬영을 하라면서 눈물이 펑펑 쏘다지게끔 찍어 달라고 신신당부
했다고 한다.
눈물이 쏘다져야 관객이 들어온다. 지금도 이 패턴은 바뀌지 않고 있다.

날개를 달고 짧은 마지막 생을 종족번식에 바쳐야하는 매미는
죽을힘을 다해 짝을 찾는다.
노래로 이성에게 애정표현을 하든지 아니면 울면서 호소하든지
아무튼 이성의 마음을 열게 해야 한다.
어느 쪽이 더 감동을 주는지는 알 수 없으나 한국 매미들은
울면서 하는 호소에 약한 모양이다.
그래서 우리는 매미가 울고 있다고 믿는다.

Deepfried_cicada[1]

매미가 구애를 하든 말든 먹고봐야하는 민족도 있다.
중국 산동성에서는 매미를 잘 튀겨서 먹는다. 고급 요리에 속한다.
그 쪽에서 매미 씨를 말리는 바람에 매미도 알아서 이리로 도망 온
모양이다.
매미가 많다고 해서 뭐 소음공해? 외에는 해 될 것이 없지 않은가.
한여름 더위 속에 매미소리 마저 없다면 그 적막함을 무엇으로 달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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