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미국 문화 충격적인 진실 35가지> 표지 사진이다.
‘위 블로그‘ 인지 ’우리 블로그‘인지는 답답하다.
기계도 늙고, 블로거들도 늙어서 답답한 것 같다.
글을 다 써놓고 ‘공개하기’를 클릭하면 ‘chosun.com’ 앞에서
동그라미가 팽이모양 뱅글뱅글 돌고만 있다.
아무리 기다려도 꿈적도 하지 않고 돌고만 있다.
다른 무엇을 눌러봐도 아무 반응이 없다.
그렇다고 이것저것 막 두들겨 볼 수도 없다.
기껏 만들어 놓은 글귀가 망가질 것 같아서다.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몇 시간에 걸쳐 만들어 놓은 하루 글거리가 클릭 한 번에 날려버려
허탈했던 기분을.
벌써 10분이 지났는데도 팽이는 돌고만 있을 뿐 실어줄 생각을 안 한다.
이제 결단을 내릴 시간이 왔다. ‘즉시공개 편집‘ ’OK‘ ’공개하기‘를
반복해도 소용없다.
그냥 로그아웃하고 나왔다. 이런 경험이 한두 번이더냐. 블로그를 들춰 봤다.
글은 제대로 올라와 있다. 다만 블로거 속을 태웠을 뿐이다.
이런 식으로 몇 번 속았다.
이제 ‘위 블로그‘가 블로거를 속이려 해도 더는 속지 않는다.
꾸물댈망정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
나는 ‘위 블로그’보다 ‘조불’의 은혜를 많이 받은 블로거다.
한때 조불이 문을 닫겠다고 해서 원망도 많이 했지만,
조불에서 득을 크게 본 사람이라고 스스로 말할 수 있다.
2007년 처음 블로그를 열었을 때를 생각하면 얼굴이 붉어진다.
글이라고는 평생 편지 정도나 써 봤다. 그나마 전화 통신의 발달로 접어버렸다.
글은 그저 쓰는 사람에게만 해당되고 나는 남이 써 놓은 글 읽어만 보면
되는 줄만 알고 살았다.
차려놓은 밥상에서 먹을 줄만 알았지 내가 밥상을 차려도 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살았다.
내가 쓰는 글이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어 읽힌다는 것은 상상도 못 했다.
하지만 인터넷 기술은 바보를 똑똑한 사람으로 만들고, 똑똑한 사람을 천재로
탈바꿈시켜놓는 어처구니를 지니고 있다.
열정을 가지고 블로그를 한 십년 쓰다 보니 글 솜씨도 늘어가고 철자법도
터득하게 되고 띄어쓰기도 깨닫게 된다.
거기에다가 인터넷 기술을 이용할 줄도 알게 되어 제법 많이 흉내 낼 정도까지
이르렀다.
글쓰기도 그렇고, 사진 찍기도 열심히 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아지기
마련이다.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나도 많이 따라 하게 되었다.
기술이 나아지면 재미가 붙어서 몰입하게 되고, 몰입하다 보면 진일보
발전하게 되고 욕심이 생기면서 결국 일을 저지르고 만다.
재작년에 미주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공모전에 수필이 가작으로 당선되면서
욕심은 커져만 갔다.
올해는 미주 중앙일보 신인문학상 단편소설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앞날이 쟁쟁한 젊은이들을 젖혀두고, 노인이 상을 받는다는 것이 염치없는
일인 것도 같다.
그러나 글 쓰는 일은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젊은이만큼
있다는 것이고, 또 그만큼 지속시켜 주기도 한다.
LA 미주 중앙일보사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인사말까지 하게 되었다.
이번 여름 두 달 동안이 얼마나 더웠더냐.
나는 집안에 틀어 박혀 책 출판 준비에 모든 시간과 정열을 퍼부었다.
조불이 문을 닫으면서 그동안 써놓았던 글들을 버리기는 아깝고,
내놓기는 부족해서 다시 정리 작업에 들어갔다.
긴 작업 끝에 수필 한 권 분량을 만들어 ‘위대한 첫 시련’이란 제목으로 책을
내려고 했다.
출판사와 접촉했더니 팔릴만한 글을 써보라는 충고만 받았다.
다시 붙들고 씨름을 해서 ‘충격적인 미국 문화 이해하기’를 보여 주었다.
이번에는 흥미로워하면서 제목을 ‘미국 문화의 충격적인 진실 35가지’로
바꾸면 어떻겠냐는 제의를 받았다.
책장사들이 어련히 알아서 팔릴만한 제목을 만들어 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그러다 보니 책이 두 권이나 나오게 생겼다.
참 부끄러운 일이지만 나의 노년을 즐겁게 해주었던 지난 10년간 열심히
조선일보 블로그에 올렸더니 결국 결실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다.
가을에 책이 나올 거라는 기대에 부풀어 미리 알려주고 싶다.
누구나 경험으로 알고 있겠지만, 무엇이든 열심히 하면 결과가 있기 마련이다.
내 책은 ‘조불‘이 블로그를 10년간 운용하다가 문을 닫아버리는 바람에
태어나게 되었다는 뜻밖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에 감사한다.
이제 책이 교보문고 오프라인 매장에 진열되기를 학수고대할 뿐이다.
manager
2016년 8월 24일 at 2:26 오후
축하드립니다.
지난 10년의 노고가 결실을 맺게 되었네요.
저도 꼭 사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울러 위블로그 이용에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서는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위블로그가 아직은 완전하지는 않지만 계속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無頂
2016년 8월 25일 at 6:04 오후
축하합니다 !
뭐든 열심히 하면 빛을 보는것 같습니다.
요즘 고국에서는 리오 올림픽에 참가한 한국선수들의 긍정적 주문인
‘할 수 있다’가 화두입니다.
먼 타국에서 한국민의 긍지를 가지고 열심히 사시는 님께 박수를 보냅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