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은 지구가 숨 쉬는 동작일 뿐

IMG_0692

경주에서 강도 5.8의 지진이 발생해서 국민 모두를 잠시나마 공포의 도가니로
휩쓸고 갔다. 지진은 갑자기 닥치기 때문에 위협적이고 공포의 대상이 된다.
태풍이나 산불처럼 미리 예고가 있다면 준비라도 하고 있을 터인데 지진은
그런 예고를 주지 않는다.
강도 5.8이면 대단히 큰 진동에 속한다. 이렇게 큰 지진이 발생해본 예가
없었던 관계로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내가 처음 큰 지진을 경험한 때가 1970년 캘리포니아 몬터레이에서다.
3층 아파트에서 막 잠자리에 들어갔는데 갑자기 누가 침대를 흔들어 대는
것처럼 마구 흔들리는 것이었다.
깜짝 놀라 일어나서 문을 열어보았더니 이웃들이 밖으로 내 달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지진이 났다고 했다.
그때만 해도 미국에 온 지 얼마 안 되던 때여서 나는 순도 100%의 한국인이었다.
지진이란 단어만 겨우 들었지 실제로 지진이 난다는 걸 알지 못했던 나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호들갑을 떠나 하고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뒤늦게 밖으로 천천히 나가 보았더니 모두 앞마당 잔디에 서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지는 않고 웅성대고만 있었다.
후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캘리포니아는 태평양 불의 고리에 속해 있어서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영토다. 마치 일본 열도와 같다.

IMG_0690

NASA 보고서에 의하면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지역에는 두 줄기의 지진대가
연안을 따라 직선으로 이어져 있다.
하나는 샌프란시스코와 금문교를 이어가는 샌안드리아 지진대가 있고 다른 하나는
이스트 베이를 관통하는 헤이워드 지진대가 있다.
100년 주기로 대 지진이 발생한다는 과학적인 연구 결과다.
우리 집은 헤이워드 지진대에 속한다.
처음 지진을 겪고 난 다음부터 2-3년에 한 번은 경험하는 지진이어서 그리
무섭지는 않다.
지진은 땅이 흔들리는 지진만 있는 게 아니라 폭탄 터지는 것과 같은 요란한
소리만 들릴 뿐 흔들림은 거의 없는 지진도 있다.
지진은 주로 밤에 감지된다. 아마도 낮에는 지진이 발생해도 별로 느끼지 못하지만,
밤에는 조용해서 흔들림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경험이 누적돼서 지진이 한바탕 흔들고 난 다음 라디오를 틀어 강도가
얼마였는지 확인해 보는 여유도 생겼다.

IMG_0693

내가 겪은 가장 큰 지진은 1989년 샌안드리아 지진대에서 발생한 지진이
샌프란시스코를 강타하고 지나간 대사건이다.
지진으로 아파트가 무너지고, 거대한 철근 다리 난간이 주저앉았는가 하면
이층 고속도로가 무너져 달리던 차들이 철근 콘크리트에 깔려 많은 사람이 죽는
대형 지진이었다.
나와 같이 근무했던 ‘코니‘라고 하는 젊은 여성이 그때 마침 고속도로를 타고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다가 콘크리트 더미에 눌려 죽기도 했고,
큰 동서는 무너진 고속도로 구간을 막 벗어났을 때여서 참사를 면하기도 했다.
그때 나는 사무실에서 근무 중이었다.
갑자기 책상이 흔들리면서 앉아 있는 바퀴 달린 의자가 지 맘대로 왔다 갔다 하는
바람에 직감적으로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밖으로 뛰어나가 인도교에서 서 있었는데 그때만 해도 젊은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땅이 마치 배를 타고 있는 것처럼 흔들려서 그냥 서서 있을 수가 없었다.
결국은 가로등을 잡고 서서 버텨야만 했다. 흔들리는 시간도 매우 길었다.
강도 6.9의 지진이었다.

IMG_0694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관통하는 헤이워드 지진대에서 규모 6.7 이상의 대 지진이
25년 이내에 발생할 확률이 32%에 달한다고 재난 통제국에서 발표했다.
지진에 대비해서 비상 물품을 준비해 놓으라는 경고를 여러 차례 들어가면서
산다는 게 영 마음에 안 든다마는 낸들 어쩌겠는가 자연재해를.
버클리 대학 축구경기장이 바로 지진대 위에 있다. 만일의 경우 경기 도중에
지진이 발생한다면 인명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대학에서는 수년에 걸쳐 보강공사를 끝마치고 딴에는 대지진에 대비? 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지진은 태평양의 거대한 지반이 매 100년마다 1.5cm씩 육지로 밀고
올라오는 바람에 기존 육지의 지반과 어깃장이 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지구도 숨을 쉬어야 하겠기에 한번 들이키는데 백년, 한번 내쉬는데 백년.
숨 좀 쉬겠다는데 웬 호들갑이여?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