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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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가족이 성탄전야를 같이 보냈다.
자식 내외 여섯하고 손자가 넷 하면 우리 부부까지 모두 열두 명이다.
오후 네 시부터 모여 만두 빚으랴, 돼지 불고기 재랴, 쿠키 만들랴 바쁘게들 보냈다.
벽난로에는 온종일 장작을 집히고 손자들은 들고 뛴다. 말려도 소용없다.
미국에서 추수감사절 다음으로 가장 큰 명절이 크리스마스이브다.
추수감사절에도 그렇지만 크리스마스이브에도 TV에서는 미식축구를 중계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오클랜드 레이더스 팀이 오후 1시부터 생중계된다.
12승 3패의 좋은 성적으로 13년 만에 AFL 챔피온 결승전에 진출하게 되었다.
새로 영입한 헤드 코치 잭 델리오의 열정과 쿼터백 데릭 칼의 불타는 투혼이 결합해
낸 결과물이다.
인디아나폴리스 콜트와의 경기를 33대 25 승리로 이끌던 쿼터백 칼이 막판에 부상을
입었다. 들것 차에 실려 나가는 칼을 바라보는 팬들의 심정은 속이 타들어갈 지경이다.
챔피온 결승전을 앞두고 팀의 핵심이 부상을 당하다니 불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부상이 얼마나 심한지 모두의 관심이 한 곳으로 쏠렸다.
12시간만의 발표에 의하면 비골(종아리뼈)이 부러져서 내일 수술에 들어간다고 했다.
금년 시즌은 물 건너갔다. 슈퍼볼까지 기대했던 팬들은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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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크리스마스이브는 좀 특별나다.
가족이 한명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엊그제 돌이 지난 손녀가 단연코 인기 독차지하는 주인공이다.
울지 않는 순둥이다. 막 걷기시작하면서 하라는 대로 흉내는 다 낸다.
이제 겨우 한 살인 주제에 지 눈에도 아이들은 아이들로 보이는 모양이다.
손주들만 따라다니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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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늦게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집집마다 서로 주고받는 선물이다. 아내가 선물 사러 다니는 걸 본 일이 없는데
우리는 받기만 하고 주지는 않는 건지 슬쩍 물어보았다.
사다주면 모두 못마땅해 해 싸서 이번에는 아예 돈으로 주고 너희들이 알아서
아이들것까지 사라고 했단다.
손주들이 자기 선물 먼저 풀겠다고 난리를 치는 것을 어린 나이순으로 풀겠다고
룰을 정했다.
가장 어린 손녀의 선물부터 풀었다. 와 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손녀야 이게 뭔지 알랴만은 부모가 좋아한다.
다음 어린 손주녀석은 다섯 살이다.
고모가 주는 선물부터 풀었다. 선물을 푸는 동안 탄성을 연실 지른다.
장난감과 초코렛이 나왔다. 초코렛이 금물이지만 오늘 만큼은 예외라는 말에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한 시간도 넘게 난리법석을 치르고 선물 행사는 끝났다.
어른도 아이들도 모두 선물을 받았다.
선물이라야 1만원에서 2만 원짜리가 대부분이고 비싸봤자 5만 원이 넘는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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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며느리한테서 가죽장갑을 받았다. 장갑을 벗지 않고도 스마트폰 화면에 그으면
손가락으로 그은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단다.
큰딸은 노트북 컴퓨터에 연결해서 불을 켜는 LED 등이다. 막내딸에게서는 카메라
백팩을 선물로 받았다. 아이들 사진이 찍혀 있는 달력도 받았다.
아내는 아이들 사진이 찍혀있는 커피 머그를 그리고 네모난 푸라이팬 두 셋트를 받았다.
한바탕 부산을 떨고 났더니 어느덧 밤이 깊어간다.
작은 선물이지만 선물은 받아서 행복하고 주면서 행복하다.
12월은 쇼핑 시즌이다. 모두 돈 쓰러 다니는 계절이다.
우리야 다 경험해 봐서 이제는 시시해졌지만, 자식들은 한창 나이이니
선물들을 사러 다니느라고 얼마나 행복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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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돌아갔는데도 막내딸은 그냥 남아서 뭉갠다.
결국 아내가 이것저것 먹을 것을 싸서 주느라고 바쁘다.
딸이 돌아갈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나는 지쳐 떨어지리라.
벽난로 불을 꺼버리고 자러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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