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이 모래라고 해서 일찌감치 산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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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가 막 피어나고 있었다. 진달래는 활짝 피었을 때보다 막 피려는 꽃망울이
더 예쁘다.
누구나 진달래를 보면 소월이 생각날 것이다.
진달래는 봄 한때 잠시 피었다가 사라지지만, 소월의 시를 통해서 온 국민의 마음속에
일 년 내내 피어있는 국민 꽃으로 변신해 있다.

나의 어머니 산소는 평내에 있다. 금곡 다음이 평내다.
반세기 전 명동성당 공동묘지가 그곳에 있었다. 국도에서 보이지 않게 야트막한 산을
넘어 다음 골짜기에 공동묘지를 조성했다.
1965년 당시만 해도 공원묘지라는 개념이 없던 시절이라 명동 성당에서 산을
마련하고 그곳을 묘지로 조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야트막한 산을 넘어 공동묘지로 가는 길을 조성했고 작은 골짜기를 따라 양편 능선이
모두 묘지이다.
관리자가 없으니 가꾸지를 않아서 거대한 나무숲이 우거지고 여름에는 칡넝쿨이 자라서
헤치고 갈 수도 없을 지경이다.

지난해 어느 날, 초입에 작은 사무실이 생겼다.
컴퓨터를 한 대 놓고 묘지에 드나드는 사람들을 조사하고 있었다.
나 역시 조사 대상에 걸려 이것저것 묻기에 대답해 주었다.
누가, 왜 조사를 하는지 알아봤더니 명동 성당에서 나오신 신부님이다.
무연고지를 찾아서 처리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얼마 후에 가 보았더니 초입부터 산 넘어 묘지까지 시멘트로 도로를 포장해 놓았다.
전에는 골이 패서 자동차 진입이 어려웠었는데 잘 정비해 놓았다.
공동묘지도 일부 지역은 나무를 다 베어버려서 묘지가 드러나면서 공동묘지처럼 보였다.

늦게나마 잘한 것 같아서 신부님을 붙들고 칭찬을 해 주었다.
그러나 신부님의 이야기를 듣고는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부님은 사비를 드려 길을 포장했더니 양주시로부터 자연훼손이라고 고발당했단다.
그 일로 의정부 지청에 출두해서 재판을 받고 5백만 원 벌금을 냈다고 했다.
원상 복귀하라는 판결 안 받은 것만도 다행이라고 했다.

거기에다가 공동묘지 일부 지역에 산불이 나서 나무들이 다 타버렸다.
검게 타다 남은 나무들이 흉물스러워서 검게 탄 나무는 다 베어버렸다.
이것 역시 양주시에서 고발하는 바람에 의정부 지청에 불려가 그린벨트 지역 내 벌목에
해당된다면서 판결 끝에 5백만 원 벌금을 냈다고 한다.
신부님은 잘 해보려고 한 일이고,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현행법상 위법이라니
억울하지만 별수 없이 벌금을 내고 말았다.

마땅하고 좋은 일 하고도 벌금을 내야만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박 전 대통령이 생각났다.
박 대통령이 뇌물을 받으려고 했던 일은 아니라고 믿는다.
국민에게 좋은 일이어서 실행하려고 했던 일도 맞다.
그래도 법치에 어긋나게 했으니 대가를 치러야지 어쩌겠는가.

부처님이 이르시기를 산불이나 들불보다 더 무서운 것이 탐욕의 불, 분노의 불,
우둔의 불이다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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