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멕시코는 미국의 산업 식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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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를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멕시코 바하 반도의 맨 끝자락 카보 산 루카스의
‘로스 카보스(Los Cabo)’에 닿았다.
앤젤레스 앞에 로스를 붙여 로스 앤젤레스(Los Angeles)로 부르는 것처럼,
베가스 앞에 라스를 붙여 라스 베가스(Las Vegas)로 불리는 것처럼
스페니쉬는 앞에 정관사를 붙이는 경우가 많다.
그와 마찬가지로 카보스 앞에 로스를 붙여 로스 카보스다.
그러나 보통 멕시칸들이 말할 때는 간단하게 카보스라고 부른다.
카보스는 사막이다. 나무가 없다. 넝쿨 내지는 선인장만 있다.
도로 가로수가 키 큰 선인장이다. 해안을 끼고 있는 경사진 비탈에 집을 지었다.
나무나 숲이 없어서 삭막해 보인다. 집집마다 전망이 없는 집이 없을 것 같다.
작은 도시가 관광산업으로 먹고사는 도시여서 호텔과 모텔이 73개나 된다.
대형 힐튼이 있는가 하면 작고 지저분한 모텔도 있다.
이곳이 고향인 멕시칸 관광 가이드가 하는 말이 어쩌면 멕시코 사람들의 철학을
대변하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행복한 지혜가 곧 행복한 인생이다. 주말에는 늘 페스티발이 열린다.
데킬라 마시고 춤으로 밤을 새운다.”
멕시코는 영원히 멕시코로 남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멕시코에서 내세울 만한 산업은 없다. 모두 외국산이다. 신발에서 자동차까지
모두 외국산이다. 설혹 멕시코산이라고 쓰여 있는 것이 멕시코산 코카콜라,
쎄분업 식으로 남의 나라 제품들을 가공할 뿐이다.
유통업까지 미국 산업이 다 점유하고 있다. 코스코, 월마트, 홈디포, 오피스디포 등.
멕시코나 캐나다는 미국 산업이 모두 장악하고 있는 것이 미국 산업 식민지를 연상케 한다.
재벌이 가난을 벗어나게 한 것은 사실이지만 독점, 독식을 규탄 받는다.
재벌에 의해 가난을 벗어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갑질을 눈감아줄 수는 없는 것처럼
멕시코를 위시해서 중남미 사람들은 혁명의 아이콘 ‘체 게바라(Che Guevara)’를
예수만큼 열망한다. 반미의 아이콘 ‘체 게바라’를.

크루즈에서 하선해서 시내를 다니다 보면 마치 거대한 크루즈선이 내 것 인양
어깨가 으쓱해지면서 자랑스러운 기분을 느낀다.
가난한 현지인들이 기분을 부추기는 바람에 그런 기분이 드는 측면도 있다.
오만불손한 기분이겠지만, 기분은 내가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나도 모르게 생겨나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오만불손해진다.
크루즈가 내 것이어서 라기보다는 미국 시민권이 어깨에 힘을 실어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마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겁 없이 큰소리칠 수 있는 것처럼
미국 시민권의 위력이 오만불손을 여지없이 발휘하고 있다.
중남미 사람들이 ‘체 게바라’를 존경하는 까닭을 알 것 같다.
돈도 안 쓰면서 거드름을 피우는 것 같아서 미안한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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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 앞 작은 광장에서 한 시간 동안 자유 관광 시간이 있었다.
광장으로 들어서는 골목마다 경찰이 기관총을 메고 경비를 서고 있다. 이상하게 보였다.
이상하게 보이는 까닭은 평화로워 보이는 시장에 기관총을 당장 쏠 것처럼 준비하고
서 있기 때문이다.
시청 입구에도 무장 경찰 네 명이 기관총을 메고 준비태세로 서성거린다.
전쟁터도 아니면서 멀쩡한 대낮에 이게 웬일인가?
관광 가이드에게 물어보았다. 갱이 많아서 그렇단다. 젊은 갱, 작은 규모 갱, 큰 조직의 갱,
갱이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고 도망가기 때문에 기관총을 메고 지키는 거란다.
미국에서 총기 규제를 안 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신대륙의
신생국들은 치안이 불안해서 총기 소유가 허락되는 것을 구대륙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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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마차에서 타코를 직접 붙여 파는 여인이 있다. 맛이 어떨까 해서 사 먹어보았다.
타코속 고기 맛이 소고기 타말리아 맛 비슷하다. 가난한 주인을 닮아 맛도 가난하다.
가난이 죄는 아니라고 누가 말했나?
나라를 가난하게, 가정을 가난하게, 자식을 가난하게 만들어 놓는 것은 죄라는 생각이 든다.
가난하게 태어나는 것은 죄가 아니지만, 가난을 물려주는 것은 죄가 맞다.
관광지에는 기념품이 많고 장사꾼도 많다. 장사꾼들은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하는데 이골이
나 있다. 그들의 말을 들어주다가는 다 넘어가고 만다. 관광지에서 좋다고 생각해서 샀지만,                                                       평생 한 번 일지도 모를 크루즈 여행을 기념하기 위해 기념품을 샀지만,
집에 와서 보면 쓸모없는 물건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관광지에서는 눈으로 즐기고 맛이나 보면서 이런 세상도 있구나 하고 넘어가면 된다.
돈은 쓰러들면 한도 끝도 없지만, 안 쓰러들면 안 쓰고도 남들만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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