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과연 판문점이 제격일까?

이제 북미 정상회담이 다가오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이 맛보기였다면 북미 정상회담은 진짜 회담이다.
핵을 주고 체제보장을 받겠다는 회담이다.
정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건데 미국더러 체제보장을 요구하다니 요구치고는 엉뚱한
요구이기는 해도 그렇게 해야 살아남는 북한으로서는 진지하고 실질적인 회담이다.
독재자를 인정해 주는, 협상치고는 좀 괴상한 회담이 되겠으나 아무튼 회담은 좋은 현상이다.

문제는 어디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만날 것이냐다.
회담 시기는 정해졌으나 장소를 정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갈 수 있는 장소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도 그렇고 교통편으로도 그렇다.
트럼프 대통령이야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니는 인물이니 어딘들 못 가겠느냐만.
김정은 위원장이 갈만한 곳은 제한되어 있다.

위원장이 미국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방문할 수도 없고, 설혹 미국에 가겠다고 해도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대우해 줄 수 없는 독재자여서 환영할 수 없다.
김정은은 트럼프가 평양으로 와 줬으면 좋겠으나 이건 트럼프가 반대한다.
김정은으로서는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중국에서 만나는 것도 그렇고,
몽골 울란바토르나 싱가포르 두 곳으로 좁혀지더니 판문점 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는 것을
보고 그곳도 괜찮을 것이라는 견해가 나왔다.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회담은 한반도가 가장 합리적이고 판문점이야말로 상징적인
장소임에는 분명하다.
다만 문 대통령이 판문점을 이미 우려먹었기 때문에 극적인 효과는 반으로 줄어들었다.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났던 것은 양쪽이 적당한 거리를 차로 이동해서 만났고
장소가 협소했지만 어깨를 비벼대면서 회담을 해도 서로 이해하는 동족이기 때문에
별반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다르다.
트럼프를 위시해서 미국 요원들은 덩치가 크다.
큰 덩치를 협소한 장소에서 비벼대는 데 익숙하지 않다.
미국인들은 럭셔리를 좋아한다. 비좁은 공간에서 복작대는 걸 매우 싫어한다.

판문점보다는 뚝 떨어진, 그리고 한적한 제주도가 가장 적합해 보인다.
제주도는 김정은으로서 한반도를 벗어나지 않고 회담에 임할 수 있는 유일하고
편한 장소다. 트럼프 대통령도 먼 거리를 이동해 와 피로를 풀고 회담에 나설 수 있다.
한국 정부도 양 국가 원수를 접대함으로써 남한이 회담을 주도하는 모양세가 돼서
중심에 서게 된다.

외교무대에 제주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91년 4월 노태우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비에트 연방공화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있었다.
이 회담은 한 소 관계 개선과 더불어 한국이 북방외교의 문호를 개방하는
시발점이 됐다.
이어 1996년 4월 김영삼 대통령이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정상협상을 가졌고,
같은 해 6월 하시모토 유타로 일본 총리와 잇따라 정상회담을 가졌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달 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한 친서에서
“제주는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정착을 위한 논의의 장이자, 국제적 분쟁과 갈등을
예방, 해결하는 완충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며 “미국과 북한이 대결 구도에서 벗어나
평화의 길로 나아가는 노력이 결실을 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며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 장소를 제주도로 선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제주도가 그동안 일궈낸 정상회담 개최 성과와 남북교류 사업 실적 등은
한반도에서 봄이 가장 먼저 오는 제주에서 평화 분위기가 시작될 거라는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평화의 섬 제주도에서 새로운 평화를 여는 회담이 벌어지기를
진심으로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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