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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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교보문고를 돌아보다가 신간 에세이 평대 앞에 섰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100쇄 기념, 이런 문구들을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이름이 알려진 작가들, 유명세를 타는 작가들이나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줄만 알았는데

에세이 분야는 그런 것만도 아닌 모양이다.

소설가처럼 등용문을 거쳐야 하는 것도 아니면서, 소설가처럼 유명한 상을 받아야

알려지는 것도 아니면서, 그러면서도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라서는 게 에세이인가 보다.

마치 미국이나 일본, 유럽과 같은 선진국 문화처럼 아예 등용문이라는 건 없이

시장에서 베스트셀러를 결판내는 분야가 에세이인 것 같다.

 

물론 수필 문학 즉 에세이에도 등용문이라고 내 세우는 매체가 있기는 하지만,

소설이나 시만큼 극명하게 등용과 비등용 편 가르기를 하지는 않는다.

붓 가는 대로 쓰는 게 에세이인 만큼 누구나 쓸 수 있고 누구라도 시장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 자유롭게 시장에 뛰어든 젊은 작가들의 책들이 베스트셀러 자리를 다 차지했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를 집어 들었다.

별 다섯 개에 시/에세이 주간베스트 4위에 100쇄 기념 스페셜이란다.

 

표지 글에서 작가 김수현은 말한다.

우리는 모두 슈퍼 히어로를 꿈 꿨다.

그리고 지금은 세상이 아니라 나를 구하는 것이 먼저인 어른이 되었다.

애매한 나이, 애매한 경력, 애매한 실력, 애매한 어른으로 자란 우리는 모두 어른을

연기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페이지를 넘겨 목차를 보았다.

 

Part 1

나의 삶을 존중하며 살아가기 위한 to do list

 

* 내게 친절하지 않은 사람에게 친절하지 않을 것

* 비참해지려 애쓰지 않을 것

* 떳떳한 자신에게 자부심을 느낄 것

* 인생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상처받지 않을 것

* 인생에서 숫자를 지울 것

* 누군가의 말에 흔들리지 않을 것

* 모욕하는 삶을 살지 않을 것

* 스스로에게 변명하지 않을 것

* 누구의 삶도 완벽하지 않음을 기억할 것

* 보통의 존재로 충분히 행복할 것

* 나를 평가할 자격을 주지 않을 것

* 주늑 들 만큼 겸손하지 말 것

* 나의 삶을 존중할 권리를 말할 것

 

Part 2

나답게 살아가기 위한 to do list

 

* 단단한 자존감을 다질 것

* 당연했던 것에 질문할 것

* 누구의 기대를 위해서도 살지 않을 것

* 나 외엔 무엇도 되지 않을 것

* 세상의 정답에 굴복하지 않을 것

* ……………

등 등

 

현대판 젊은이들을 위한 명심보감이나 채근담이라고나 할까?

앞만 보고 달려온 청년 인생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인생의 가치를 살펴볼 수 있고, 자신만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점검하고 설계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이미 소제목들이 젊은이들의 주목과 흥미를 끌게 생겼다.

빨리 돌아가는 세상에서 성공도 아닌, 그렇다고 낙오도 아닌 어중간한 선상에서

나를 찾아본다.

세상 잣대에 흔들리지 않는 인생을 꿈꾸는 젊은 세대들은 읽어볼 만하다.

톡톡 튀는 글솜씨가 젊은이들께나 후리게 생겼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책을 살까 말까 망설였다.

들었다 놨다를 몇 번 하다가 그냥 왔다.

 

백석 도서관에는 이미 대출 나가서 없고 다른 도서관에 있다고 해서 주문했다.

어제 주문해 놓은 책이 준비됐다는 문자가 와서 찾으러 간다.

걸어가면서 생각해 보았다.

나는 왜 책을 사는 데 인색할까?

돈 쓸 구석이 많아 이리저리 쪼들리던 시절을 겪고 나면, 책 살 돈의 순위가 뒤로

밀려났던 습관이 굳어져서일까?

아니면 책답지 않은 책을 돈 주면서 사고 싶지 않아서일까?

도서관 직원에게 책 찾으러 왔다고 했더니 아래층 어린이 도서실로 가보란다.

의아해하면서 어린이 도서실로 들어갔다. 어린이 도서가 꽉차있고 아이들도 보인다.

책을 찾아 들고 나오다가 다시 들어가 직원에게 물었다.

이 책이 어린이 책인가요?”

아니에요.”

그러면 책이 왜 어린이 도서실에 있지요?“

글쎄요, 잘은 모르겠는데요, 어린이 도서로 분류되어 있네요.”

직원도 모르겠다니! 아무도 모르지만, 그냥 넘어가라는 거다.

한국 사람들은 그냥 넘어가는 걸 좋아한다.

이상해서 물어보면 왜 꼬치꼬치 따지느냐고 짜증스럽게 대한다.

 

책은 누가 사나?

젊은 2030세대들은 책 사는 데 쓰는 돈은 아끼지 않는다.

크게 부담 갖지 않고 사버린다.

2030세대는 책이 내 삶의 재생산이니까.

개인의 삶과 글로벌 의식으로 무장한 미래세대는 자신을 위한 소비에 꺼림이 없다.

베스트셀러 대열에 끼려면 2030세대 눈에 들어야만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젊음은 꽃이고 꽃은 아름답기 위해 더욱 노력하기 마련이니까.

 

책을 펼치자 이런 글이 나온다.

<갑질이란,

최소한의 인격적 대우조차 갖추지 않은 천박한 갑과

최소한의 인격적 대우조차 요구하지 않는 무력한 을의 합작품이다.>

<시기심이 파괴적인 이유는 자신이 가진 것을 무가치하게 여기는 데 있다.>

<세상의 기준과 평가에 상관없이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을 키우라.>

<안물안궁=안 물어봐도 안 궁금하다>

<1-3등급은 치킨을 시키고, 4-6등급은 치킨을 튀기고, 7-9등급은 치킨을 배달한다.>

 

나는 나대로 살아왔지만 책을 읽으면서 헷갈린다.

대체로 당연한 말들이지만, 세상은 그럴 수도 있고 안 그럴 수도 있는 게 세상이다.

세상은 괴짜 같다고 할까, 도깨비 같다고 할까 아무튼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게

세상살이다.

작가는 글재주가 좋아서 꽈배기처럼 뒤틀고 꼬아놓아 헷갈리기도 하지만,

젊은이들은 헷갈려 넘어가면서도 좋아할 것 같다.

 

작가 말대로 나는 나로 살았건만, 그렇다고 만족스러운 삶도 아니었다.

삶에는 정답이 없어서 살아도, 살아도 완벽하거나 만족하지 않는다.

아흔아홉 살 먹었다고 죽기를 원하는 것도 아닌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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