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적성에 맞는 사람, 한국이 적성에 맞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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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선 경복궁역에서 내려 교보문고에 들렀다가 종로를 거쳐 인사동을 지나
안국역에서 전철을 타고 돌아올 예정이다.
하도 많이 이 길을 걸어서 어디로 가면 어떻고 환하다.
오늘따라 광화문이 가까워질수록 농악패 소리가 요란하다.
북과 장구 소리가 하늘을 찌를 것처럼 울려 퍼진다.
아니나 다를까 광화문에서 사거리까지 길을 막고 큰 장이 벌어졌다.
농악놀이, 풍물놀이패가 광장을 꽉 메웠다.
이렇게 많은 농악패가 한꺼번에 몰려 있는 건 처음 보았다.
북치고 장구 치는 농악인이 수천 명은 되지 싶다.
모르기는 해도 전국 농악패는 다 모인 것 같다.
너나없이 장단에 맞춰 어깨를 들먹이며 돌아간다.
그 많은 농악인이 북치고 장구 쳐서 소리가 하늘을 찌를 것 같아도
듣기에 우렁차고 구수하다. 같은 리듬이 반복되는 장단이 어깨를 들먹이게 한다.
암만 들어도 지루하지 않고 들을 만한 까닭은 시끄러운 스피커가 없이
자연 음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오늘 이 많은 농악인의 축제에 징과 꽹과리가 빠진 것도 귀를 즐겁고 부드럽게 한
요인이지 싶다.
고음 없이 저음으로 장단을 맞추기 때문에 들어도 지루하지 않고 신명 난다.
마치 바리톤 가수의 노래를 듣는 것 같다.
도로에는 전국 무공해 농산물들이 장사진을 이룬다.
오늘 이 자리에 뽑혀 나온 푸드 트럭들은 한몫 단단히 챙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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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 동상을 돌아 교보문고로 들어가 책 구경을 한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월간지 판매대에 그런대로 월간문학지들이 놓여있었다.
오늘은 월간지 판매대가 사라지고 없다. 한참 찾았다.
있어야 할 자리에 만화 물로 가득하다.
자세히 봤더니 사라진 건 아니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기는 있는데 변신했다.
온통 어린이 애니메이션 물로 채워놓았다.
가운데 비집고 문학지는 딱 두 권뿐이다.
월간지 ‘현대문학’과 계간지 ‘문학동네’ 둘이서 나란히 누워 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찾아보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는다.
세상 많이 변했다.
종이 신문 인기가 사라지더니 문학지도 사라지는 중이다.
월간 중앙이 손들었다는 소식이 들리더니 여성 동아, 실천문학 줄줄이 넘어진다.
신문 없이도 세상사 알 것은 다 아는 세상이 된 것은 맞다.
그러나 글 문화는 다르다.
자아와의 화해가 글 문화인데 어찌 영상이 이를 대신할 수 있겠는가?
영상에서 감동이나 공감은 얻을 수 있겠으나
갈등, 대립, 고민을 화합으로 이끌어 미래를 제시해 주는 문학에 비하겠는가.
디지털 화면에 상상을 초월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한들 책 읽는 묘미와 분위기를
즐기는 맛을 아는 사람이 있는 한 여전히 책 문화는 유효할 것이다.
신간 에세이 신간 판매대로 가 보았다.
당연히 내가 쓴 ‘미국이 적성에 맞는 사람, 한국이 적성에 맞는 사람’은
어떻게 되어 가는지 궁금해서다.
엊그제 두 권으로 줄어든 것을 보았는데 오늘은 8권이나 있다.
신간 서적이 쏟아져 나오는데
며칠이나 이 비싼 판매대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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