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 시장 갈치찜

IMG_2338
남산 도서관에 들렸다가 오는 길에 남대문 시장에서 칼국수 싸게 잘하는
골목이 있다고 해서 먹으러 갔다.
참으로 오래간만이다. 십년도 넘었지 싶다. 마지막으로 남대문 시장에 들렸던 때가.
새로 정비했는지 옛날처럼 복작대지는 않았다.
칼국수 골목을 찾아가다가 잘못해서 갈치 골목으로 들어섰다.
점심시간이 훨씬 지났다.
커다란 함지박에 토막 낸 갈치를 하나 가득 담고 수돗물로 씻고 있다.
손님이 뜸 한 시간을 틈타서 좁은 골목에 쪼그리고 앉아 갈치를 씻는 게 숙달된 솜씨다.
갈치 살이 통통한 게 먹으면 맛있을 것 같다.
음식점 안을 드려다 보았다. 빈 테이블이 여럿 보인다.
저 자리가 내 자리 같아서 나도 모르게 들어섰다.
메뉴판을 볼 것도 없이 갈치찜을 시켰다.

내가 갈치찜을 먹어본 게 20년도 넘었을 상 싶다.
그때도 바로 남대문 시장 이 골목에서 먹었다.
아내와 함께 롯데 호텔에 투숙해 있을 때였다.
저녁을 먹으러 남대문 시장에 갔다가 갈치찜을 먹게 됐다.
뚝배기에 담아주는 뻘건 색부터 맵게 생겼고 보나마나 맛있을 것 같지 않았다.
먹어봤지만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그러나 아내는 맛있다고 했다. 그때는 뭐 이런 걸 가지고 맛있다고 하나 했다.
사람의 뇌는 미묘해서 다 잊고 지내다가도 어떤 계기를 만나면 불현 듯 떠오르기도 한다.
그때 아내가 맛있다고 한 소리가 기억나서 갈치찜을 먹어보려고 한 것이다.
20년이 지난 지금의 입맛은 달라졌나 하는 시험도 할 겸.

사진에서 보다시피 얼큰하게 생겼다. 그리고 맵고 짤 것 같아 보였다.
그러나 요새는 싱겁게 만드는 게 트랜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리 맵지도 않고 짜지도 않다.
커다란 갈치 두 토막이 맨 위에 있는데 살만 떼어 먹어도 맛이 그만이다.
내가 생선을 원체 좋아해서 그런가 생각해 봤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맛이 적절하게 배어들게 끓여내는 게 맛을 좌우하는 것 같다.
갈치를 걷어냈더니 갈치 토막만한 푹 익힌 무가 두 토막 나오고 그 밑에 조금 얇은
무가 또 있다.
밥그릇은 스테인레스 그릇에 담아 뚜껑을 덮은 게 전국 통일인데, 이 집은 넓적한 대접에
풍성하게 준다. 밥하고 찜으로 배가 불러야 한다는 철학이 깃들어 있는 것 같다.
얼큰하고 화끈한 갈치찜 맛이 술 마시는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다했더니
아닌 게 아니라 내 앞뒤로 앉은 손님들 모두 소주를 마신다.
나야 술을 마시지는 않았지만 옛날 젊어서 술 마시던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인데 맛있는 음식 먹는 것이야
물론이려니와 술 마시는 것도 그중 하나이다.

이 나이에 욕심을 부려 음식과 술 둘 다 취하려 드는 것은 무리다.
행복도 하나만 취하고 하나는 버릴 줄 아는 나이가 되고 보니
이제 때가 된 모양이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