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의 삶, 어느 것이 행복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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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한인사회에서 65세가 넘은 노인은 어디에서 살아야 하나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오래 살다 보니 월부금이 다 끝난 집문서를 들고 있는 내 집에서 그냥 살아야 하나
아니면 친구들이 모여 사는 은퇴촌으로 들어가야 하나 그것도 아니면 시니어 아파트로
들어가야 하나 하는 문제에 맞닥뜨린다.
내가 사는 샌프란시스코 지역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장 손쉽고 간단한 것은 살던 집에서 그냥저냥 사는 거다.
그러나 자식들도 다 커서 나가버린 빈 둥지에서 산다는 게 어딘가 구닥다리 같다는
느낌이 든다.
혹시 누가 찾아오지나 않나 아니면 막연히 죽을 날만 기다리는 것 같아 지루하고 따분하다.

시니어 아파트도 종류가 많아서 부촌 시내 중심가에 있는 시니어 아파트는 오성급
호텔처럼 잘 꾸려놓고 침실이 하나짜리에서 셋짜리가 있는가 하면 수위트 룸도 있다.
의사와 간호사가 항시 근무하고 건강을 챙겨주는 여러 가지 운동 프로그램도 짜여 있다.
하루에 두 끼를 제공해 주고 전화하면 방으로 음식을 배달해 주기도 한다.
매일 룸메이가 와서 방 청소 해 주는 것은 기본이고 세탁물도 해결해 준다.
방도 로케이션에 따라 틀린데 보통 하나짜리에 입주 가격이 샌프란시스코는 2백만 달러
(23억 원)이고 샌 마테오의 경우 1급, 2급, 3급 시니어 아파트로 구분되는데 1급은
2백만 달러, 3급은 1백만 달러를 주고 입주한다.
물론 다달이 생활비를 별도로 지급해야 한다.

다리 건너 내가 사는 카스트로 밸리에는 최고급 노인 아파트는 없고, 중산층이 입주하는
시니어 아파트가 있는데 스스로 활동할 수 있는 노인과 간호인이 붙어 있어야 하는
노인으로 구분한다.
운전은 기본이고 스스로 활동할 수 있는 노인의 경우 침실 하나짜리 시니어 아파트에
입주하면 한 달에 4천 달러씩 지급해야하고 보험금은 별도로 내야 한다.
시설과 활동은 대동소이하지만 스스로 차 운전을 하기 때문에 시설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
의존도가 낮다.
더 늙어 스스로 자신을 추스르지 못하게 될 경우 간호인이 따라붙는 별도의 아파트로
옮겨야 한다.
몸 건강에 따라 지급하는 금액은 천차만별이다.
캘리포니아에서 중산층으로 은퇴할 경우 살던 집이 평균 1백만 달러는 되고 은퇴연금과
사회보장 연금을 받기 때문에 중산층 시니어 아파트 입주가 가능하다.
여기서 말하는 아파트는 양로원이 아니다.
노인이 삶을 즐길 수 있는 개인 아파트를 말한다. 양로원은 양로원대로 따로 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그들이 들어가는 영세민 시니어 아파트가 있다.
영세민 시니어 아파트는 거의 돈이 안 든다.
하지만 스스로 활동할 수 없게 될 경우에는 무상양로원으로 옮겨야 한다.

은퇴 노인들이 은퇴촌으로 몰리기 때문에 은퇴촌은 지역마다 널려 있다.
미국에서 은퇴촌이 가장 활성화되어 있는 곳이 플로리다의 올란도와 마이애미 시이다.
은퇴촌에는 기본으로 골프 코스가 갖춰져 있고 수영장과 짐, 소셜클럽이 있다.
카페도 있어서 아무 때나 차를 마시며 만날 수 있다. 극장도 있고 식품점도 있는 작은
도시와 같다.
보통 개인 주택이 기본이지만 콘도미니엄을 곁들인 곳도 있다.
한인 노인들이 모이는 곳이 콘도미니엄이 있는 은퇴촌이다.
처음에는 노인 친구들과 같이 웃고 즐기면서 살아보겠다고 들어가지만,
노인 친구라는 게 병들거나 죽어 떠나가기 마련이다.
물론 생각지도 못하게 죽는 경우도 있지만 늙었다고 해서 쉽게 죽는 것도 아니다.
70에 은퇴촌으로 들어가서 일찌감치 친구를 많이 사귀었다고 해서 외로움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친구들과 같이 지내다 보면 10년, 20년 우습게 넘어간다.
은퇴촌에는 마지막 삶을 즐기는 노인들만 거주하기 때문에 병들어 실려 나가는 사람,
죽어가는 소식을 늘 접하면서 산다.
소식도 좋은 소식 나쁜 소식 섞어가면서 들어야지 나쁜 소식만 듣다보면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남편이나 아내가 먼저 죽고 혼자 스스로 챙기지 못하게 되면 퇴촌 당한다.

외롭고 지루한 게 노년의 삶이다. 외로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극단적인 선택의 경우 자살이 우선이지만 스스로 범죄를 저질러 감옥행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외로움을 벗어나기 위한 최후의 선택이다.
파트너를 잃고 난 노인이 마지막 겪어야 하는 독거를 어떻게 이겨내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고급 시니어 아파트에 들어갔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고 은퇴촌에 들어갔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나름대로, 자기 형편대로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해 가면서 산다.

이것은 나의 생각인데 자식들이 있는 근처에서 살면서 서로 걱정하고 사는 게
가장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친한 친구나 형제, 부모 같은 친척이 있어도 한솥밥 먹은 자식만 못하다.
죽이느니 살리느니 해도 결국 돈은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더냐.
자식 중에서도 가난한 자식 옆에 있어야 행복하다.
정(情)과 행복은 가난 속에서 생성되고 깊어가기 때문이다.
성공한 자식은 자랑 거리는 될지언정 노인에게 도움은 못된다.
부자 자식은 제 돈 쓰기에 바빠서 부모는 뒷전으로 밀려난다.
돈이 좋은 것은 맞지만 많으면 많을수록 욕심이 더 생기고 이기적이 된다.
부자라고 해서 더 행복한 것도 아니고 가난하다고 해서 더 불행한 것도 아니어서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으면 가장 좋다.

1 Comment

  1. 비풍초

    2018년 12월 29일 at 9:43 오후

    좋은 정보,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미국도 시니어 아파트 (한국식으로는 시니어타운 쯤에 해당되는 듯. 옛날에는 실버타운이라고 했지요)가 매우 비싸군요. 한국도 돈 없으면 못들어가는 곳이 시니어타운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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