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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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트럼프는 판을 깰 생각으로 회담에 임했다.
북한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다 열거하라 해 놓고 드려다 본 다음
내가 원하는 것은 “이것이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준비가 되는 대로 다시 연락하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배짱 어린 협상인 것이다.
원하면 내가 원하는 것 가지고 올 것이고, 원하지 않으면 그만두라는 식이다.

트럼프는 어쩌다가 이렇게 배짱부리는 카드를 내 던지게 되었나?
김정은은 어쩌다가 질질 끌려가면서 애걸복걸하게 되는가?
첫째는 트럼프의 능수능란한 협상 기술이 한 몫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김정은의 경험 부족 외교 협상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의 협상 팀인 폼페이오 장관이 비건 대표로 바뀔 때 이미 시나리오는
작성되고 있었다.
트럼프는 CIA의 보고를 듣고 영변 말고도 몇 군데 규모는 작지만 영변과 유사한 시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영변 외의 시설에 관해 물었을 때 김정은이 대답하지 못하면서
협상 결렬의 단초가 되게 만들었던 것이다.

트럼프는 왜 처음부터 협상이 깨지게끔 일을 끌고 갔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트럼프는 협상의 달인답게 북한과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끌려오기를 바라서다. 마치 낚시 바늘에 코가 낀 것처럼.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NAFTA(북미무역협정), TPP(파리기후협정)을 탈퇴한 것도
결국은 주도권을 쥐겠다는 포석에 불과하다.

북한은 핵실험하지 않으면서 ICBM도 개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은밀하게 핵은 보유하면서 미국과 관계 개선을 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북한의 돌이킬 수 없는 핵과 ICBM 폐기뿐이다.

여기서 북한 정권은 국제 외교에 대해서 아는 게 별로 없어 보인다.
해방 이후 큰 틀에서 남한은 미국의 보호 아래, 북한은 중국의 보호 아래 존재해 왔다.
미국의 최대 적은 중국이다. 예전에는 구소련이었으나 소련이 해체되고 러시아가 되면서
러시아는 두 번째 적으로 중국 다음이다.
중국이 미국의 최대 적인 관계로 남한은 미국으로부터 보호받는 거다.
베트남이 미국과 국교정상화를 이룬 것도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다.
그러나 북한은 다르다. 북한은 언제나 중국 편이다.
미국이 북한을 미국 편으로 만들 수도 없고 만들어 봐야 득이 될 것도 없다.
미국은 북한이 가난한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북한은 처음부터 핵실험이니 ICBM 발사니 하는 짓 걸이를 하지 말았어야 한다.
이스라엘처럼 비공개적으로 보유했으면 미국에게 프로포즈를 취했다면 미국도
긴가민가하면서 북한에게 끌려 다녔을 것이다.
김정은은 모든 카드를 다 보여주고, 그것도 모자라 트럼프가 원하는 카드까지 꺼내 보여주고
포카 게임을 하려 들면 있는 돈 다 잃고 말 것이다.
트럼프는 말로는 김정은을 있는 대로 치켜세워주고, 경재 개방만 하면 곧 경재 대국이 될
것이라고 띄워놓고 속으로는 1994년처럼 식량 기근으로 북한 주민들이 굶어 죽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설혹 북한이 트럼프가 원하는 대로 핵무기를 홀랑 까발려 다 공개하고 폐기한다손 치더라도
미국은 북한과 관계 개선을 할 수 없다.
인권문제를 제기할 것이고, 그다음은 독재 정권을 규탄하게 될 것이다.
북한이 중국 편에 서 있는 한…….
일본이 패전 후 천왕이 인간 선언을 했던 것처럼 김정은이 북한에서 신격화 되어 있는
자신을 스스로 내리는, 인민들 가슴에서 김정은 뺏지를 떼는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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