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너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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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너무 한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TV 3사와 교육방송의 뉴스 논조가 바뀌었다.
포커스를 민주당 입장에다가 맞춰서 보도하기 시작했다.
선진국 같았으면 정권이 바뀌어도 뉴스 매체는 독립성을 유지하니까 대통령의 뜻을
따라갈 이유가 없지만, 한국은 아직 참다운 민주 정부가 못되다 보니 정권이 바뀔 때마다
TV 3사와 교육방송이 정부 시책을 따르는 것에 대해서 그러려니 했다.
헌법재판소 판결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을 보도하는 방향이 정부가 의도하는 대로
방영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전 정부가 그랬으니 이번 정부도 별 수 없이 그러려니 하면서
보았다. 그 정부가 그 정부겠지 뭐가 다르겠나 했다.
아닌 게 아니라 그게 그거다. 아니 그보다 더하다는 생각이 든다.
드디어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어쩌다가 토요일에 시청 앞 광장에 나가보면 박근혜 석방하라는 시위 행렬이 끝일 줄
모르게 이어졌다. 오후 내내 하도 시끄럽게 시위를 해서 저녁 뉴스에 크게 보도하겠구나
했다. 웬걸 그날 밤이 다 지나가도록 시위에 관한 뉴스는 단 한 마디 언급도 없었다.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작은 집단이 모여 광화문 세월호 앞에서 촛불 시위한 거는 크게
보도했다.
나야 지나가면서 그냥 보아 넘긴 일이지만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3.1절이 지난 지 한참 됐다.
금년 3.1절은 100주년 기념이라고 했다.
TV 3사에서 경쟁적으로 3.1절 특집을 보여주기에 100주년 기념이 돼서 그러나 보다 했다.
독립운동이란 독립운동은 다 보았다. 예전에 없었던 이 많은 독립 운동사를
다큐먼터리로 누가 다 만들었는지 시간 꽤나 걸렸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민족주의를 고취시키려는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공영 방송에서 너무 많이 보여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까 겁난다.
주로 공산주의자들이 자기네 체제를 선전하느라고 보여주고 또 보여주기를 반복하는 거로
알고 있는데 우리나라 정부에서도 똑 같이 하는 것을 보니 닮아가는 건지, 부러워서
그러는지 보기에 안 좋다.
친일파를 색출한다면서 친일 행적을 들춰내는데 그때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이
입만 살아서 떠드는 소리 같아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떠드는 사람들이 그때 살았다면 그 좋은 입담 가지고 더하면 더했지 하는 생각이
든다. 조선의 지성이라는 최남선, 이광수도 넘어갔는데 서민이 점령자에게 협조하는 건
어떠면 당연했는지도 모른다. 작가 박완서가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나’에서
자신의 엄마를 위시해서 그때 사람들은 일본이 망하면 조선도 같이 망한다는 생각만 했을
뿐 새로운 세상이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쓰지 않았더냐.

나는 왜정 때 살아보지 않아서 뭐라고 말할 수는 없으나 6.25 때 예를 보면 대강은 알 수
있다. 북한군이 내려오면 남한의 인사들을 죽이고 남한이 치고 올라오면 북한에 부역한
사람들까지 다 죽여 버렸다.
지금 와서 공산주의자라는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의 원한을 풀어준다고 다
까발리면서 남한 정부를 위하여 일했다는 명목으로 어린아이들까지 다 죽어간 사람들의
억울한 사정은 왜 까발리지 않나? 북한으로 끌려간 사람들은 왜 까발리지 못하나?
누구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덮어두는가?
한쪽으로 기울면 해도 너무 한다는 소리를 듣기 마련이다.

기념 프로그램도 한도가 있는 것이지 허구한 날, 날구장창 3.1절 때 일본에게 당한
다큐먼터리만 보여주니까 지겹다는 생각이 든다. 본 것 또 보여주고 막간을 이용해서
광고 보여주듯 왜정 때 일본의 비행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역사를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보여주는 것 같으나 광고처럼 3.1절 일본 비행이 방영되면
지겨워서 채널을 돌려버린다.
한 달이 다 되도록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일본을 혐오하자는 것은 아닐 것이고, 민족주의를 고취시키겠다는 것 같은데
북한이 부르짖는 “한 민족 우리끼리”를 연상하게 되는 것은 너무 비약인가?
솔직한 심정으로 말하면 민족정신을 심어주기보다는 일본에 항의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만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으나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처럼 글로벌한 세상에, 어느 나라 어느 구석에서 무엇이 일어나는지 전 세계가
한눈에 바라보는 작금에, 이웃 나라를 쥐 잡듯 몰아세워 무엇을 얻자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일본은 한국의 롤 모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경제는 일본 경제에 목줄이 매여 있는 것도 사실이고 원자재부터 원청 기술까지
일본에 질질 끌려가는 형국에 득실도 따져보지 않고 일본을 몰아세워 어쩌자는 것이냐?
나는 경제에 문외한인데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이 3만 달러의 경지에 이른 것은 일본과 미국의 도움 없이는 이룰 수 없는 고지였다.
일본에 대한 원한을 모르는 한국 국민도 있다더냐.
그렇다고 드러내놓고 떠들어서 득이 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실업자는 늘어가고, 돈 없어 결혼 못하는 젊은이들 천지에, 앞날이 무서워서 애 못 낳는
커플들이 득실대는 판국에…….
어떻게 해서라도 살게 해 줘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정부가
엉뚱한 곳으로 핸들을 돌리는 것 같아 방향 감각이 있는 사람이 운전하는 건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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