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 찾기
언제부터인가 자동 로그인이라는 게 나도 모르게 작동한다.
내가 원하거나 셋업 한 것도 아닌데 내 컴에서는 로그인이 유지되는 상태가 되어 있다.
복잡하게 기억력 문을 노크해서 비밀번호를 끌어내지 않아도 된다.
블로그를 쓸 때도 그렇고 email을 열 때도 그냥 두어 번 클릭하면 열린다.
쉽고 간편해서 좋다. 어떤 때는 급히 뭘 좀 하려면 일사천리로 쉽게 열려서 좋다.
그렇게 지낸지도 한참 됐다.
한국에서 달리는 택시에는 큼지막한 네비게더가 달려 있다.
공항에서 택시를 탔더니 기사가 집 주소를 달란다.
주소를 네비게이더에 입력해놓고 여자 소리에 따라가다가 힐끗힐끗 지도는 확인만 하면서
달린다.
운전기사와 나는 지도만 보고 다니면 길눈이 어두워진다는데 서로 의견을 같이 했다.
그래도 그게 편하고 정확하니까 따라가는 거란다.
집에서는 데스크톱 컴을 쓰다가 한국에 오면 노트북 컴을 쓴다.
막상 노트북 컴으로 email을 열려고 했더니 비밀번호가 생각나지 않는다.
한 동안 비밀번호를 쓰지 않았더니 잊어버리고 말았다.
이것저것 넣고 두드려 봤지만 아니라고 한다.
잘 쓰던 비밀번호를 한 달에 한 번은 바꿔야 한다면서 새 비밀번호 입력하라고 뜨기에
나도 동의하고 비밀 번호를 바꿨다.
오리지널 비밀번호는 기억하는데 새로 바꾼 번호는 기억에 없다.
할 수 없이 비밀번호 찾기를 시도했다.
한 번 컴 붙들고 씨름하기 시작하면 한 시간 우습게 잡아먹다.
결국은 손들고 말았다. email을 못 열게 생겼다.
하룻밤 자고 아침밥을 짓다가 생각났다.
아! 단어는 그냥 두고 넘버만 바꿨지!!
당장 컴에 앉아 생각나는 비밀번호를 넣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빵끗 열린다.
아침에 블로그를 올리려고 로그인을 하는데 비밀번호가 생각나지 않는다.
역시 집에서 데스크톱 컴에서는 자동으로 입력되는 바람에 한 동안 편히 지낸 값을
톡톡히 요구한다. 이것저것 다 집어넣어 봤지만 맞아떨어질 리 만무하다.
로또 번호 맞추기만큼 어렵다.
할 수 없이 비밀번호 찾기로 들어갔다.
외국 전화번호는 인증이 안 돼서 email 주소로 받기로 했다.
다 적어 넣어도 회신이 없다.
회신이 없다는 것은 무엇인가 기록이 틀린다는 이야기다.
여권까지 카피해서 보내주고 별짓을 다 했건만 네이버에서는 회신이 없다.
지금 세상엔 사람 구경은 할 수 없고 글로만 따져야 하니 싸울 수도 없고 답답할 뿐이다.
포기하고 그만 두기로 했다.
괜히 애꿎은 시간만 낭비하고 말았다.
비밀번호라는 게 기억하기 쉽게 내가 늘 쓰는 글자와 숫자로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비밀번호를 바꾸라고 독촉이다.
미루고 미루다 할 수 없이 바꿨다.
이번에는 원치도 않았는데 자동 입력으로 돌려주는 바람에 수 개 월간 편히 썼다.
지금 와서 쓰지 않던 비밀번호가 기억날 리 만무하다.
다 잊기로 하고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밀크를 마시다가 생각났다.
글자는 그대로 놔두고 이어 붙는 숫자만 77을 66으로 바꿨다는 게 생각난다.
진가 민가 하면서 넣고 두드려 봤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빵끗 열린다.
얹혔는지 체했는지 답답하던 체증이 다 날아가고 만다.
k짜 하나만 치면 아이디, 비밀번호가 자동으로 입력되는 시스템이 빠르고 편하고
시간도 절약되지만 세월이 흐르고 나면 비밀번호를 잊어먹는다는 단점이 있다.
편하고 쉽게 쓰라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장려하는 모양인데
비밀번호는 그냥 옛날식으로 일일이 적어 넣었으면 좋겠다.
기억력 훈련도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