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대추와 대추 사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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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에서 농사짓는 친구가 대추를 먹어보라고 보내왔다.
재작년에도 한 보따리 보내왔는데 금년에도 맛보라고 보내왔다.
지난번에는 누런 종이봉투에 넣고 테이프로 둘둘 말아 붙인 포장이었는데
금년에는 네모난 스티로폼 상자에 넣고 밀봉을 해서 보내는 솜씨가 상품으로써 손색
없으리만치 깨끗하게 잘 포장되었다.
한국은 택배가 발달해서 문자 받고 나면 그다음 날 문 앞에 와 있다.

예로부터 대추가 한약재로 많이 쓰이는 거로 봐서 몸에 좋은 과일임이 분명하다.
뿐만 아니라 관혼상제 음식 마련에 필수이기도 하고, 떡이나 음식의 고명으로 쓰이기도 한다.
혼인식에서 새 며느리의 첫 절을 받을 때 대추를 집어 색시 치마폭에 던져주면서
아들딸 많이 낳으라는 덕담도 해주는 풍습도 있다.

대추에는 항산화 성분이 있어서 면역력을 증진시켜주기도 하고, 암세포 생성과 전이를
막아주기도 한다.
대추에는 철분과 엽산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서 빈혈과 적혈구 형성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대추는 씨를 제거하지 않고 달여서 마시면 불면증 완화에 도움이 되고, 대추는 따뜻한

성질이 있어서 혈압 순환을 개선하고 수족냉증에 도움이 된다.
대추 달인 물을 꾸준히 마시면 부인병이나 갱년기 증상을 겪는 여성들에게 효과가 있다.
겨울에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에게 체온을 높여주기도 한다.
이러한 효험은 전통적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전해 내려오고 있는 신앙과 같은 이야기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한국 전통 대추를 말하는 것이지 수입 대추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요새 시장이나 마트에서 외국산 대추를 놓고 왕 대추니, 황실 대추니 하면서 싸게 팔고
있는데 이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대추가 아니다.
대추 사촌쯤 되는 것으로 “주주베(Jujube is Chinese date(중국 사과 대추)”라고 해서
중국 사과 대추를 말하는 것이다.
플라스틱 박스에 한국산이라고 쓰여 있지만, 바나나를 한국에서 길렀다고 바나나를 한국산
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중국 대추 ‘주주베’를 미국에서 농사지어 미국에 내놓은 지는 오레 됐다. 그렇다고 주주베가
미국산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미국에서 주주베가 오래전부터 유통되고 있기는 하나
미국인들은 대추 자체를 먹지 않는다.
대추는 주로 한국인과 중국인들이 먹는 과일이다.
‘주주베’는 가격도 싸고 흔해 빠져서 먹는 사람이 별로 없으며 한국 전통 대추처럼 약효나
단맛을 기대할 수는 없다.
주주베의 맛은 한국 대추 맛 비슷하기는 해도 우리의 대추 맛처럼 달콤 새콤한 맛은 없다.
당연히 약재로써 또는 상징물로 사용될 수 없는 대추 사촌인 것이다.
장사하는 사람들이야 많이 팔아먹으려고 맛이 좋다고 하겠으나 맛도 전통 우리 대추 흉내
내는 정도다.
지금은 글로벌 시대가 돼서 세계 여러 나라가 뒤죽박죽 섞여 있어서 까딱 잘못하다가는
속아 넘어가기 심상인 세상이다.
나는 중국산 물건을 싼 맛에 샀다가 금세 작동하지 않는 경험을 많이 해봤다.
어디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버리고 말게 된다.
옛말에 싼 게 비지떡이라고 했다. 상품만 중국산이 아니라 먹거리도 중국산이 판치는
세상이다. 이제는 중국산을 들여다가 한국에서 주물렀다 놓고는 한국산으로 둔갑하고 만다.
한국산이라고 해도 한 번 더 살펴볼 일이다.

똑같은 주주베를 미국에서 심고 길러 따낸 주주베는 “중국 사과 대추”라고 쓰여 있는데
한국에서 길러 따낸 주주베는 “황실 대추, 국내산”이라고 쓰여 있으니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은 속아 넘어가기에 딱 좋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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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

  1. 비풍초

    2019년 10월 29일 at 12:18 오전

    국산이라 표기해놓고 원산지: 중국 인 경우가 있을래나요? 하여튼 요즘은 상품 라벨을 잘 들여다 봐야합니다. 원산지가 어딘지를… 좀 싸면 죄 중국산일거구요.. 대추.. 저도 마켓에 가서 사봐야하겠네요.. 그게 심심할 때 군것질 용을 딱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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