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문 닫는 복덕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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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갤러리아 일층 커피숍에 지인을 만나러 갔다가 이상한 현상을 보게 되었다.
일층에는 부동산 공인중개사 사무실이 십여 개가 몰려 있는데 모조리 문을 닫았다.
왜들 문을 닫았지? 휴일도 아닌데 동맹 파업 중인가?
지인을 만나 이야기하는 중에 당연히 복덕방들이 닫았더라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도 웃으면서 자기도 보기에 심상치 않아 보인단다.
그러면서 복덕방이 보자고 해서 나왔는데
“낯에는 사무실을 닫으니까 오후 5시에 오세요”하더란다.
아닌 게 아니라 5시가 가까워오자 하나둘 문을 연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지 지인이 복덕방을 만나기 전에 미리 알고 볼일이다.
나는 지인과 함께 제일 먼저 문을 연 복덕방에 들어가 염치 불구하고 왜들 문을 닫느냐고
물어보았다.

세무서에서 아무 복덕방이나 들이닥쳐 지난 거래내역을 들춘단다.
누가 걸릴지 아무도 모른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봤느냐다.
“세무서가 미쳤나? 왜 아무나 무작위로 들춰대는데요?“
“부동산 가격 상승을 잡느라고 그런대요.”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부동산 가격을 잡으려면 정부에서 부동산 가격 안정 대책을 내놔야지 이런 식으로
개인 비즈니스를 괴롭혀도 되는 건가요?“
“문 정부가 하는 방식이 다 이렇다니까요, 복덕방만 때려잡으면 된다나 어쩐다나.”
“언제까지 이러겠다는 건가요?”
“이번 주가 피크고 연말까지 지속적으로 감사한대요.”
세무 감사에 걸리는 것보다 차라리 문을 닫는 게 낫단다.

지인이 내게 말했다.
자기네 복덕방이 세 번씩이나 전화가 와서 부동산을 팔라고 했단다.
그래서 만나러 가는 중이라면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내가 듣기에도 의심스럽다.
복덕방에서는 팔라고 재촉하고 세무서에서는 부동산 가격 올라갈까 봐 난리 법석을 떨고,
이렇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저녁에 집에 와서 SBS 뉴스를 보고 짐작이 가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부동산 단타족이라는 게 생겨나서 아파트를 사서 가격을 올린 다음 되판단다.
참 재주 좋은 사람들이 다 있다.
제값 받고 팔기도 힘든데 이문을 남기고 파는 재주가 있다니.
단타족이 오죽 많이 설쳐대면 단타족 때문에 아파트 가격이 올라가고
단타족을 잡으려고 세무서에서 눈을 부라리고 찾아다닌다니.
별 희한한 세상 다 보겠다.

하기야 무슨 일인들 안 벌어지겠는가.
미국에서 몇 년 전 우리 딸이 집을 살 때의 일이다.
집을 팔겠다고 내놓으면 사겠다는 사람이 너무 많이 달려드는 바람에
웃돈을 얹어주고도 딱지 맞기를 수차례 당했으니까.
마지막에는 팔겠다는 가격보다 2%를 더 주고 그것도 모자라서 은행 융지 기다릴 필요 없이
현찰로 주겠다고 했더니 그제야 살 수 있었던 일도 있었다.
세상은 알다가도 모를 일 투성이다.
그렇게 주고 산 집이 지금 3년째 살고 있는데 산 가격보다 더 올랐다니.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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