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선물을 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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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살 먹은 손주가 우리 집에 와서 자기로 했다.
지가 해야 할 일이 있어서 할아버지 집에서 자야겠단다. 그러면서 몇 번이고 다짐한다.
작은 피스라도 버리지 말라고 신신당부다.
“절대” 소리를 몇 번이고 강조하면서 버리면 안 된다며 나를 따라다니면서 다짐이다.
뭐 대단한 걸 하느라고 이러나 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레고 머니를 받았는데 장난감 가게에서 레고 머니를 주고 사 왔다는
레고 박스를 뜯는다. ‘레고 린자고 시리즈’에서 ‘제이스 스톰 화이터’이다.
‘린자고 스리즈’도 종류가 사십여 가지는 된다. 그중에 하나일 뿐이다.
‘제이스 스톰 화이터’는 490개의 레고 피스로 되어 있어서 두꺼운 안내서를 보면서
맞춰나가야 완성품이 되는 장난감이다.

‘레고 린자고’에는 ‘제이’가 정의의 사도이고 ‘나이아’는 좋은 여자아이고 ‘라샤’는 나뿐
아이에 ‘파이톨’은 나쁜 아이들 중에 황제다. ‘린자’ 군단의 ‘나이아스’ 전폭기가 난적인
꾸불꾸불한 뱀 군단에서 번갯불 ‘넌척스(무술에서 이성용이 흔드는 줄)’를 되찾아오는
힘든 전투를 준비한다.
‘제이’가 운전하는 전폭기가 ‘제이스 스톰 화이터’인 것이다.

손주는 어젯밤 9시까지 장장 3시간 동안 꼼짝도 하지 않고 들러붙어 앉아서 온정신을
집중하고 조립했다. 이제 늦었으니 이 닦고 자라고 구슬려서 내일 끝내기로 하고
이층으로 올라갔다.
아이들은 일 년이 다르다. 지난해에는 지 엄마가 그리워 엄마 베개를 끼어 안고 자던 녀석이

그만해도 컸다고 그냥 잔다.
아침에 나보다 먼저 일어나 하던 작업을 이어간다.
공부를 저렇게 열심히 한다면 수재 소리를 듣고도 남을 텐데,
그놈의 레고가 무언지 레고는 아이의 혼을 몽땅 빼앗아가고, 밥도 굶으면서 집중하다니.
아침에 두어 시간 파고들더니 끝마쳤단다.
아닌 게 아니라 그럴 뜻한 전폭기가 등장했다.
손주는 신이 나서 자신이 ‘제이’가 된 것처럼 기분이 한껏 고조되어 전폭기를 들고 날아가는
시늉을 하면서 집안을 돌아다닌다.
저걸 들고 며칠이나 좋아하려는지, 곧 싫증이나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간은 서로 싸우는 것에 대하여 대단한 흥미가 있나 보다.
스포츠 경기 중에서도 축구와 배구, 농구 이것들이 다 적과 우군을 놓고 싸우는 게임이다.
장난감도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싸우는 장난감이 인기가 좋다.
자고로 불구경과 싸움 구경이 제일이라지만 인간은 싸움을 왜 그리 좋아하는지?
국회도 일 년 내내 쌈박질만 하고, 검찰도 경찰도 노조도 싸움이 끊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겁나는 게임은 북한의 미사일 도전이다.
금년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내겠다는 김정은의 아름다운 한마디에 온 세계가 놀라 지켜보고
있다.
세상에, 다른 것도 아닌 선물을 주겠다는데 왜들 놀라야만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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