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택 격리 6주차는 무슨 재미로 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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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아침 9시 산호세 사거리 교차로인데 붐벼야 할 차량이 하나도 없다.
텅 빈 거리는 모두 피난나간 도시 같다.

 

자택 격리 6주차 쯤 되고 보니 갇혀 지내는 것도 적응이 돼서 지낼만하다.

뉴욕에서 사는 동문이 쓴 글이다.

“뉴욕은 이제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쬐끔씩 줄어간다.
방구석에 처박혀 막상 글도 안 써지고, 괜히 창밖만 자꾸 바라보는데
실업수당 타려고 끝없이 길게 늘어선 사람들 머리 위로
하얀 돌배꽃잎이 바람에 날려 떨어진다.“

채널2 TV는 뉴스 시간에 각자가 집에서 재택근무하면서 방송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뉴스 맨 남녀 아나운서가 각자 집에서 뉴스를 하고 기상캐스터도, 교통 방송도 모두 집에서
방송하기 때문에 사는 집이 배경으로 나온다.
집에만 묶여 있는 삶이 지루해서 동물보호소에서 애완동물을 입양하는 가정이 많아졌다.
버려진 초라한 개도 입양해 간다.

교회가 문 닫은 지도 6주째다.
주일이면 스마트폰으로 받아보는 예배를 TV에 연결해서 리빙룸에서 예배드리는지 6주째다.
매주 주보도 발간되는데 헌금 낸 사람들 명단을 보면 예전과 다를 바 없단다.
목사님은 신방 다니면서 촬영해 온 비디오를 광고 시간에 보여준다.
목사님이 교인 집에 들어가지는 못하고 문밖에서나마 교인심방 장면이다.
반가운 교우들의 동태를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만날 수도 없는데 교우가 동영상으로 TV에 나오면 반가워서 주일을 기다린다고 한다.
목사님이 주도하는 성경 공부 시간도 있어서 매일 한 구절씩 읽다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겠다.
이 막막하고 적막한 시즌에 이나마 없다면 어떻게 할 뻔했느냐고 이구동성이다.
그런가 하면 그냥 스마트폰으로 주일 예배나 보고 마는 교회도 많다.
코비드 19는 열심히 뛰는 목사님 교회와 그렇지 않은 목사님 교회를 극명하게 갈라놓는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것은 미국 교회들은 말을 잘 듣는다는 사실이다.
어느 교회 하나 문 닫으랬다고 항의하는 교회를 보지 못했다.

사람들은 자택 격리가 연장될 것인가? 하는 질문을 많이 한다.
지루하고 따분한 건 둘째 치고 이젠 먹고살 일이 걱정이 돼서 나오는 소리다.
샌프란시스코 시장의 대답은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말했다.
말 한 지 이틀 만에 샌프란시스코와 그 주변 6개 카운티는 자택 격리를 한 달 더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5월 30일까지 연장하겠다니 나부터 한숨이 절로 나온다.

한 달 만에 한국 식품점에 다녀왔다.
가는 길에 아들네 집에 김치며 깍두기를 주려고 들렀다.
둘째 손주는 앞니가 빠졌으면서도 깍두기를 좋아해서 깍두기는 손주를 위해 담근 거다.
막상 아들네 집에 갔어도 마침 재택근무시간이어서 얼굴은 보지도 못했다.
문 앞에 놓아두고 왔다.
아들과 며느리는 재택근무한 지도 한 달이 넘었고, 손주 둘도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서 공부한다. 아침 9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꼼짝 못 하고 학교 공부를 해야 한다.
다행인 것은 손주들이 말은 잘 듣는 애들이 돼서 그런대로 자기들이 알아서 하는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다.

한국식품점에 손님이 많지 않다. 주 정부에서 하라는 대로 바닥에 2m 간격으로 줄 서라는
표시도 해 놓았고 계산대에 투명 칸막이도 설치해 놓았다.
눈에 띄게 진열대가 비었다. 라면이 텅 비었고 냉동 만두며 냉동식품이 훑어만 봐도 거의
없다. 현지 조달 식품은 괜찮은데 한국에서 건너오는 식품 중에서도 인기 식품은 품귀다.
매니저에게 물어보았다. 식품이 안 들어온단다.
하긴 가게 매니저야 식품이 안 들어오는 데까지밖에는 알지 못하리라.
수입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증거다.

자택 격리 한 달 연장이라는 뉴스는 내게 작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중에 제일 걱정인 것은 한 달이 넘도록 깎지 못한 긴 머리를 어떻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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