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 다음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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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햇살이 따갑다. 늘 걷는 코스인데 예전 같지 않다. 무엇이 다른가?
걷는 사람이 없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자택 격리로 답답해하던 사람들이 동네 길이라도 걷겠다며 붐비기까지는

아니어도 곧 많았다.
길에서 마주치면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서로 피해 다니면서도 인사는 꼬박꼬박했다.
집에 머무는 게 갑갑해서들 그랬겠지만 개와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는 사람이 많았다.
일부나마 봉쇄령이 해제되었다고 오늘은 아무도 없다.
동네를 걷는 것보다 더 좋은 장소, 방법을 찾았나 보다.

현충일 연휴 사흘 동안 사람들이 공원이며, 비치가로 몰려나왔다.
무리를 지어 즐기는 거로 봐서 미국인들이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성을 잊은 듯 보였다.
해방된 줄 아는 모양이다.
마스크 없이 모험을 시도하는 사람이 많았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잊은 것 같았다.
지난 두 달 동안 어떻게 참았는지……

하기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뉴욕에서 하루에 800명도 넘게 죽어나가던 것이
어제는 84명으로 줄었다며 재개방해도 된다는 식이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으로 하루에 84명씩이나 죽는 게 어디 정상적인 도시인가?
“우리는 집에 갇혀있는데 지쳤다. 바이러스가 조금도 두렵지 않다.” 지껄여 대는 젊은이가
제정신인가?
“사람들은 어디로 가고 무엇을 하는지 선택할 권리가 있다”
벌어진 입으로 말은 잘한다만 사회가 너만 사는 세상이냐?
규제완화는 사람들에게 ‘가짜 안전감’을 심어주었다.
어떤 사람은 정상적인 생활 방식으로 돌아가고 말테다라며 큰소리를 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위험을 감수할 용의가 있다고도 말한다.

여기서 직시해야 할 것은 어제까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사망한 사람이 미국에서만
1십만 명이 넘는다는 사실이다.
한국과 베트남 전쟁에서 사망한 미군의 수보다 많다.
현충일 연휴를 맞아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를 연이틀 연거푸 치면서 미국 50개 주가
모두 재개방했다는 사실을 선전이나 하듯 뽐낸다.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귀하게 여기는 대통령이라면 어찌 이럴 수가 있겠는가?
그래도 트럼프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트럼프를 지지하는 거로 봐서 많은 미국인들이
겉으로는 안 그런 척 하면서도 속으로는 유색인을 싫어하는 게 보인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으로만 볼 때, 캘리포니아가 한국만은 못하지만, 뉴욕에 비하면
잘 대처하는 편에 속한다.
캘리포니아 인구 4천만 명중에 코로나 확진자가 9만5천 명, 사망 3천8백 명이다.
그중에서도 샌프란시스코 지역은 인구 7백7십만 명에 코로나 확진자가 1만3쳔 명,
사망 430명이다.

전국적인 재개방을 보면서 샴페인을 터트리기에는 너무 이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지난 연휴 3일간의 성적표가 나오려면 적어도 열흘은 기다려 봐야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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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눈에 띄는 거지만 공공연하게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깃발을 내걸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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