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이 내려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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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칙칙하다.
걷기에는 딱 좋은 날씨여서 1만보짜리 코스를 택했다.
1만보 하면 내게는 한 시간 반이 걸리는 긴 코스다.
코스라고 하면 누가 정해 놓은 코스가 아니고 내가 스스로 1코스에서 9코스를 정해 놓고
오늘은 어느 코스를 걸을까 결정하는 것이다.
짧게는 3천5백보에서 길게는 1만보가 넘는 코스도 있다.
오늘 내가 선택한 코스는 호수를 따라 멀리 낚시터까지 같다오는 평지 코스다.
여느 때는 해가 우려서 걷기에 덥지만 오늘처럼 칙칙한 날에는 그다지 덥지 않게 걸을 수
있어서 좋다.
아침부터 칙칙한 날씨여서 사람들이 별로 없다.
근래에는 코비드 자가 격리 시대라 사람들이 갈 데는 없고 너나없이 공원에 나와 걷는 게
하루 일과가 되고 말았기 때문에 공원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지난 수년간 혈압이 높아서 별별 방법을 다 시도해 봤지만 개선되지 않아서 고민했다.
금년 1월에는 주치의와 의견 충돌까지 일어나 다투기도 했다.
내가 집에서 재면 평균 155-95인데 의사가 재면 130-85다.
정상이라는 거다. 정상이 아닌데 정상이라니?
다퉈봤자 무슨 소용이 있나, 일 년 후에 다시 보기로 했다.

그리고 코로나 사태가 벌어졌다.
자택 격리가 돼서 아무데도 나갈 수 없으니 집에서 걷기 운동이나 하는 정도로 세월을
보냈다. 마침 집 근처에 넓은 호수가 있어서 걷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누구를 만날 수도 없고 문 여는 가게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아침에 한 바퀴 걷고
오후에 한 바퀴 걷는다.
하루에 1만보를 걷게 된 동기이다.
물 많이 마시고 1만보를 걷기를 두어 달하고부터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130-80이다.
처음에는 어쩌다가 잠시 돌아왔겠지 생각했다.
그러나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 온지 두 달이 넘었으니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다.
무엇이 혈압을 정상으로 돌려놓았는가?
달라진 거라고는 하루에 1만보 걷는 것과 물을 한 컵 더 마신다는 것뿐이다.
지난 세월에도 걷기는 꾸준히 해 왔다. 그러나 하루에 5천보만 걸었던 것이다.
5천보 걷던 것을 1만보로 늘였더니 혈압이 내려간다?
내 자신 겪는 일이지만 자신 있게 권하고 싶지는 않다.
아직은 증명된 게 없고 이것은 내 몸에서 일어나는 현상이어서 남에게도 그렇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오늘도 아침에 멀리 호수 낚시터까지 걸어갔다 오면서 힘든 줄 모르겠다.
기분 좋게 갔다 오는 발걸음도 가볍다. 혈압이 내려간다는 생각을 하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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