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백신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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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난리 통에 염병이 돌았다.
“염병할 년”이란 욕처럼 욕 중의 최상급 욕이 염병을 빗대놓고 하는 욕이다.
도깨비나 귀신처럼 가상적인 공포였을 뿐 그런 염병이 정말 돌 줄은 몰랐다.
강원도 문막으로 피난 나갔던 외가댁에 염병이 침입했다.
딴 집도 아닌 외갓집 식구들이 다 걸렸다고 했다.
처음엔 조카가 앓는다고 했고, 다음엔 아주버니가 앓는다고 했고, 아저씨도 걸렸다고 했다.
동네 어른들은 부음을 받으면 조문을 하러 갈 것인지 말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옛날엔 염병을 앓는 집은 몰살을 하게 마련이고, 아무도 시체를 치워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집안에서 시체 썩는 냄새가 온 마을에 퍼졌다.
정 참을 수 없으면 마을 사람들이 불을 질러 집과 함께 태운다는 끔찍한 이야기도 있었다.
염병에서 살아날 집은 식구 중에 한 사람은 빼놓고 걸린다고 했다.
외갓집도 며느리 한 사람은 염병이 빼놓고 그냥 가버렸다.
그 바람에 며느리 병수발로 식구가 다 살아났는데 높은 열 때문에 머리칼이 몽땅 빠지고,
다리 살이 말라붙어 걷지도 못하고 엉금엉금 기어 다니는 게 꼭 귀신같더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사람들은 그 집 근처에도 가지 않으려고 했다.

현재 미국에서 가끔 염병의 원인인 살모넬라균이 발견됐다는 뉴스가 보도된다.
하지만 장티푸스의 원인인 살모넬라균이 발견됐다고 해서 놀라는 사람은 없다.
신경 쓰는 사람도 없다. 뉘 집 개가 짖느냐는 식으로 들어 넘긴다.
지금이야 염병(장티푸스)은 병도 아니지만, 6.25 당시 염병은 지금의 코로나 19 보다도 더
무서운 전염병이었다.
누군가 걸려 들어오면 그 집안은 물론이려니와 온 마을이 다 걸리는 무서운 전염력을 가지고 있었다.

오늘 날 우리의 소원은 코로나 19가 빨리 소멸돼서 예전과 같은 시대로 되돌아가기를
온 지구인이 바라고 있다. 예전처럼 웃고, 손잡고, 같이 먹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게
소원이다. 비즈니스가 되살아나고, 비행기 타고 여행 가기를 갈망한다.
누님은 친구 할머니와 같이 운동하러 마리나 파크에서 걷다가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걸
볼 적마다 저 비행기 타고 여행이나 가 봤으면 하며 부러워한단다.
과연 예전 같은 세월이 다시 돌아오기나 할까?

올해처럼 독감 예방 주사를 맞으라고 연일 홍보한 예가 없었다.
코로나 19하고 독감을 구분하기 어렵다면서 동시에 걸리면 큰일이라고 야단이다.
독감 예방 주사를 맞아도 기대치는 50%이다. 코로나 19 백신이 나온다 해도 이것 역시
기대치는 50%라고 했다.
하기야 세상에 완벽한 게 어디 있겠느냐마는 그래도 반이나마 예방이 된다면 그게 어디냐?
일단은 백신이 출시되고 그다음 문제는 어떻게 진전될 것인지 겪어 보고난 다음의 일이다.
하루하루의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공포의 계절에 새삼 염병에 대한 소설을 읽는데,
아내가 내 휴대폰을 집어 든다.
그동안 녹음된 메시지를 지워주겠단다.
열어보지 않은 메시지가 너무 많아서 메시지 들어올 틈이 없을 거란다.
기분 나쁜 건지, 당연한 건지, 하는 생각이 미처 가시지도 않았는데,
이상한 메시지가 여러 통 들어 있단다.
페어몬트 널싱홈(Fairmont Nursing Home: 요양원)에서 남긴 메시지다.
매니저인가 뭔가 하는 여자의 목소리로 와서 강의를 들으란다.
뜬금없이 강의라니!
요양원에서 들려주겠다는 강의가 뭐겠는가?
아내는 잘못 걸려온 메시지라고 하고, 나는 광고성 메시지라고 하면서 서로 우겼다.
걸어줘야 할 만한 사람을 찾아서 걸었겠지, 하는 생각과 이런 전화를 받을 때가 됐나? 하는
생각이 엇갈리면서 착잡한 느낌이 드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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