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달라진 풍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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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코로나 19 확진자가 하루에 20만 명을 돌파하면서 1일 1천 5백 명이 사망한다.
3차 유행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식당이나 술집도 다시 봉쇄하는가 하면 입장인원 수를 줄였다.
코로나에 걸린 환자 중에 20%는 3달 안에 우울증에 걸린다는 보고도 나왔다.
기대에 어긋나게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라지기는커녕 점점 더 기승을 부리면서 사나워져간다.
예방이라는 게 오로지 마스크에 의존하고 있으니 이거야 어디 20세기 문명의 소치라고 할 수 있겠는가?
마스크 안 쓴 사람이 무서운 세상.
가깝게 다가오는 사람이 무서운 세상.
말 거는 사람이 무서운 세상.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세상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저녁에 손녀 생일파티가 있다고 해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줌으로 생일 파티를 하는 거다. 이젠 생일파티가 줌으로 벌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세 살이 되는 손녀의 생일이다.
오래 동안 보지 않고 지내다 보니 손녀 생일인지도 몰랐다.
뒤늦게 생일이라는 걸 알고 지 에미더러 애가 좋아하는 선물 사서 주라고 했다.
케이크 대신 컵케이크에 촛불 3개를 밝혔다.
사촌들끼리지만, 손녀 애들은 손주 녀석이 기르는 햄스터에 더 흥미 있어 한다.
손주가 햄스터를 꺼내 들고 장난치는 게 흥미로워 손녀들은 눈을 데지 못했다.
큰 딸은 집에서 온종일 줌으로 강의하느라고 아무도 오지 못하게 한다.
모처럼 아들네 집에 갔으나 아무도 보지 못했다.
이층에서 손주들은 학교 비대면 공부하느라고 컴퓨터 앞을 떠나지 못하고,
아들은 재택근무 중이어서 역시 컴퓨터에 붙어 앉아 있다.
아내가 문을 열쇠로 따고 들어가 가져간 것은 부엌에다 놓고 들고 올 것은 집어 왔다.
차고들 들여다보니 자동차를 오래도록 끌지 않아서 차에 먼지가 뽀얗다.
외출할 일이 없다는 증거다.

코로나 사태로 달라져 가는 풍속도도 여러 가지다.
누님이 모처럼 교회에 나갔더니 모인 사람들 머리가 하얗다.
“아니, 왜 이렇게 늙었어요? 머리가 하얗네요.”
“머리 염색을 안 해서 그래요. 출근하는 것도 아니고, 만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구태여 염색할 이유가 있어야지요.“
사람들이 머리 염색을 하지 않아 머리가 하얗다 보니 모두 늙은 것 같다.
이발사 말로는 이발하러 오지도 않는단다.
집에서 깎아버릇하더니 아예 습관이 굳어버린 것 같단다.
그런가 하면 손님 중에 멀리 타호에서 오는 손님도 있다고 한다.
코로나 사태로 아무래도 집에서 근무해야 하니까 구태여 집이 도시에 있어야할 이유가 없다.
아예 타호 호숫가로 이사해버렸단다. 한 달에 한 번 한국 식료품이나 사러 왔다가 머리도
깎는단다.

여기서 고속도로로 네다섯 시간 달리면 깊은 산중에 호수가 나온다. 레이크 타호다.
예로부터 타호 호수 근처는 휴양지가 돼서 별장이 많다.
최근 들어 사람들이 아예 집을 타호 호수 지역으로 이사해 버렸다.
매일 휴가처럼 생활하겠다는 거다.
오래전의 일이다. 그러니까 코로나 사태 이전에 나의 공인회계사는 미국인인데 평생을
도시에서 살던 삶을 때려치우고 타호 호숫가로 이사해 갔다.
타호 호숫가에서 살다가 세금 보고 철인 3월 달 한 달만 도시로 내려와 고객들 세무 보고
일거리를 챙겨들고 다시 타호로 간다. 업무는 인터넷으로 하면 되니까 구태여 대면이 필요
없다. 일 년에 한 번 고객과 대면해서 물어볼 건 물어보면 그만이다.
그때는 특이하게 보였는데 지금은 일반화 되었다.
코로나 사태가 벌어지면서 너도나도 휴양지로 이사한다. 한인 교포도 예외는 아니다.

금문교에 통행하는 차량이 줄어들어 통행료가 절반밖에 걷히지 않는다.
관광 차량이 없어졌고, 집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출퇴근하는 차량이 없는데다가
날이 어두워지면 집에 틀어박혀서 지내는 바람에 다리를 건너는 차량이 급격히 감소했다.
결국 직원을 해고 시키게 생겼는데 고심 끝에 몇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직원을 해고 시키던가, 다 같이 근무시간을 줄이든가, 돌아가면서 휴가를 가든가 그것도
아니면 임시로 통행료를 갑절로 올려 받던가 아무튼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 고민에 빠졌다.
관광객이 없는 금문교는 한갓 지방의 대수롭지 않은 다리에 불과하다.

여기저기서 코로나 사태로 변해가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이것이 잘되어가는 현상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거꾸로 가는 세태라고 해야 하나.
아직은 분명하지 않으나 시간이 좀 더 흐르면 방향이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다.
마치 2001년 9월 11일 뉴욕 테러 공격 이후 공항 검색대가 생기면서 철저한 검색 문화가
탄생했듯이……
산업혁명 이전에는 테러나 전염병으로 전 인류가 위협받거나 사망하는 일은 없었다.
산업혁명이 인류에게 평등과 자유를 선물했다지만, 얻은 만큼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일연의 사태가 벌어질 때 마다 인간의 자유는 하나씩 박탈당한다.
자유를 박탈당한다고 해서 불편해 할 것도 아니다. 원래 없었던 자유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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