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은 늘 갑자기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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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달 전의 일이다.

며느리가 실리콘배리 구굴회사로 직장을 옮겼다고 해서 축하해 주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비대면 인터뷰를 했다기에 그런가 했는데 얼마 후에 합격 통보가

왔다고 해서 모두 좋아했다.

새로 입사한 구굴회사에 출퇴근하는 게 아니라 이 직장 역시 팬테믹으로 집에서 근무한다.

아들네 집은 아들, 며느리, 두 손자 모두 집에서 일하고 공부한다.

며느리는 직장이 둘이어서 낯에는 구굴에서 일하고 밤에는 디 안자 칼리지에서

일본어 강의를 한다.

강의 역시 줌으로 하는 게 돼서 밤낮 집에만 있다.

 

몇 년째 안사돈이 후두암으로 고생하는 거야 알고 있었지만, 갑자기 위독하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

요코하마 양로병원에 있는데 돌아가시기 직전이라고 해서 며느리가 새 직장에 입사한 지

몇 달 되지도 않았지만, 할 수없이 한 달간 병가를 얻어서 급히 일본에 가기로 했다.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입국하면 2주간 자가 격리 시설에 들어가 생활을 하다가 풀려난다.

2주 병가에 2주 자가 격리 생활까지 합쳐서 한 달 휴가를 얻은 거다.

직장에 들어가 인턴십을 마친 지 불과 얼마 안 됐는데 휴가를 한 달씩이나 낸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냐.

구굴회사가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휴가를 얻고 났더니 안사돈의 상태가 좋아져서 살 것 같으니 구태여 오지 않아도 된다는

연락이 왔다. 이미 휴가는 받아놓은 거고, 그렇다고 안 갈 수도 없고, 그래도 살아 계실 때

보고 오는 게 낫다고 하면서 가기로 했다.

 

내가 안사돈을 마지막으로 본 게 작년 5월이다.

매년 딸네 집에 와서 두어 달 묵다가 가시곤 했는데 작년에도 미국에 오셔서 함께 점심도

먹었다. 그때만 해도 수술 받고, 항암치료까지 받았다고는 해도 거뜬해 보였다.

암 환자 같지 않아서 마냥 살 줄만 알았다.

그것도 잠시, 상태가 악화하면서 양로병원으로 옮겨야 한다면서 자식 셋이 돈을 모아

양로병원에 입원시켜드렸다.

나의 아내가 은근슬쩍 아들에게 얼마나 보냈느냐고 물어보았더니 좋은 새 차 한 대 값을

보냈다고 하더란다.

돈이야 또 벌면 되지 했다.

 

드디어 일본에 간 며느리가 2주간의 자가 격리 생활을 마치고 안사돈을 만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나 했더니, 돌아가셨다고 한다. 아내가 아들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들은 아이들이 충격 받을까 봐 아직 아이들에게는 알려주지도 않았단다.

사람이 한 번 태어났다가 가는 거는 맞지만, 가까운 사람을 먼저 보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소식을 듣고 온종일 착잡했다.

안사돈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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