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밭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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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추수감사절이라고 해도 추수감사절 같지 않다.

가족이 집에 모이는 것도 아니어서 음식을 차리지도 않으니 평일과 별반 다를 게 없다.

TV에서도 3차 코로나 팬데믹이라면서 모이지 말라고 홍보한다.

3차가 벌어졌다는 것은 4차도 있다는 것이 아닌가?

백신이 1211일부터 출시된다고 했는데, 팬데믹은 3차로 끝났으면 좋겠다.

가족 간의 전파가 가장 심하다면서 가족이라도 만나지 말아달라는 뉴스만 들려온다.

지금까지 가족이라고 해도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거로 대신 했는데 이번에는 아예 만나지도

말고 보지도 말란다.

세상은 점점 야박해져가고, 그것도 모자라 야박해 저야 한다는 압력까지 받아가며 살아야

하다니…….

 

할 일 없어서 오늘도 동네를 걷는다.

포도 농장집을 지나 한참 가다 보면 앞 정원이 넓은 집을 또 하나 만나게 되는데

금년 봄에 정원의 길가 쪽을 포도밭으로 일궜다. 두 줄로 포도나무를 가지런히 심은 모양새가

영락없는 나파의 포도밭 같다.

새로 심은 포도 가지가 기어 올라가는 것을 보고 나도 우리 집 뒷마당에 포도나 심을까 하는

유혹을 느끼기도 했다.

내가 늙었다는 조건이 가로막지만 않았다면 나도 포도나무를 심었을지도 모른다.

 

오늘은 특별한 것을 보았다.

막 포도밭을 일군 정원 엉성한 철사줄 울타리에 조각 이불이 널려 있다.

아름다운 조각 이불이 다섯 폭이나 널려 있는 데 디자인이며 멋이 세련돼 보인다.

누군가 솜씨 있는 사람이 만든 물건이라는 것을 담박 알아보았다.

지나다니는 사람이 몇 안 되는 길에서 전시회를 열리는 없고,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조각 이불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작년에도 잠깐 널려있었지만 나는 관심 없이 그냥 지나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신기하고 볼만해서 자세히 눈여겨보았다.

여러 가지 색종이 같은 엉겁 조각을 이어 만든 이불이 마치 조선시대 조각 보자기처럼

곱고 아름답다. 조각 이불이 드문드문 다섯 폭이 널려 있는데, 곧 많이 커서 어른이 덮어도

되리만치 널찍하다.

마침 어떤 여자가 차를 세우고 내려오더니 사진을 찍는다.

옳다구나 잘됐다 하는 생각에 그 여자에게 물어보았다.

저 이불을 팔겠다는 건가요?”

아니에요, 미세스 제이슨이 지난주 오클랜드 전시회에 출품했던 작품들인데,

동네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거예요.”

하면서 로컬 신문에 실렸기에 보러 왔다고 한다.

 

! 나는 물어보지나 말걸 괜히 물어보아 망신만 당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곧 후회했다.

바보처럼 예술적 가치도 못 알아보고 그저 파는 물건이냐는 투로 말을 걸다니,

나도 참 한심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쩐지 집 주인이 정원의 길가 쪽으로 포도밭을 일궈 동네 사람들에게 삶의 풍요를

보여주려는 마음 씀씀이가 다르다 했지…….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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