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축의금도 빚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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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에 내려진 코비드 봉쇄령 스테이 앳 홈(집에 머물러라)’에 따라 어린이 놀이터가 폐쇄되었다.

그네는 걷어 올려 말아놓았고, 미끄럼틀에는 들어가지 못하게 노란 테이프를 쳐놓았다.

나는 넓은 야외 궁원에 몇 명 안 되는 아이들이 노는 건데, 그것도 늘 비어 있다가

잠시 아이들이 놀곤 하는 건데 구태여 폐쇄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아닌 게 아니라 부모들이 들고 일어났다. 아이들이 집에만 있어야 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 거지 어떻게 허구한 날 집 안에만 가둬두라고 하는가.

더군다나 가난한 동네 아이들은 집도 좁은데 아이들에게 공간을 제공해 주어야 할 것

아니냐는 항의에 답변이 궁색한 정부가 손들었다.

오늘 아침에 나가 보았더니 어린이 공원을 다시 개방했다.

아이들이 마스크는 했을망정 그네도 타고 미끄럼틀에 올라가 노는 것을 보니 조금이나마

평화로워 보인다.

 

올 일 년 내내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서 비대면 공부를 하는 바람에 성적이

떨어져서 주 정부 교육국에서 난리가 났다.

내년 1월부터는 대면교육으로 전환하기로 하고 준비 중이다.

초등학교 아이들은 일주일에 4일간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눠서 등교하기로 했다.

각 학교마다 지금 한창 준비 중이다.

교실에 있는 30개의 책상을 15개로 줄이고 소독약과 기구를 구입해놓았다.

오전 교육이 끝나면 책상과 의자 문과 문고리 등 아이들이 만지는 물건은 모조리

걸레로 닦아야 한다. 교실 전체를 소독해야 한다.

 

중고둥학교 학생들은 일주일에 이틀간 학교에서 대면 공부하기로 했다.

점심 급식은 중단 되었고 점심은 학생 자신이 가저오돼 교실에서는 먹을 수 없다.

밖에 나가서 먹고 마스크 쓰고 들어와야 한다.

중고등 학생은 물론이려니와 초등학생들도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눠놓았지만 어디까지나

학부모의 동의가 있어야 학교에 등교할 수 있다.

학부모가 아이를 위험한 학교에 보낼 수 없다면 보내지 않아도 그만이다.

 

어느 도시나 서울과 유사해서 샌 라몬 시의 경우 도시를 남북으로 가르는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서쪽은 오래된 집들로 중산층이 살고 동쪽은 새집들로 부유층이 산다.

마치 서울이 한강을 중심으로 강북과 강남으로 나뉜 것과 같다.

동쪽 부유한 집 사람들은 아이들을 학교에 안 보낸다. 그들은 부모가 엔지니어나 의사 간호사처럼

잘 교육받은 사람들이어서 코비드로 집에서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아이들이 집에서 공부해도

무난하게 학교 수업을 따라갈 뿐 아니라 오히려 성적이 좋게 나온다.

서쪽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부모가 모두 일하러 나가야 한다든가 밤늦게까지 일을 해야

하는 관계로 아이를 돌볼 시간이 없다. 아이들만 집에 내버려두고 공부하라고 하면 아이들은

공부는 안 하고 컴퓨터 게임이나 하면서 놀기만 한다.

어떤 아이는 학교수업을 어떻게 듣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학부모에게 아이가 컴퓨터를 할 줄 몰라서 공부를 못한다고 하면

학부모는 이해하지 못하고 무슨 소리냐고 반문한다.

애가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데 컴퓨터를 할 줄 모른다니 말이 안 된단다.

그것은 아이가 컴퓨터 앞에 앉아서 게임을 한다는 것이지 공부나 학습을 한다는 것이 아니다.

중산층 집 아이들의 성적이 떨어지는 이유이다.

 

이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해서 주정부에서 대면교육으로 들어가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내년 1월부터 어떻게 해서라도 대면 교육을 실시해야 아이들 성적을 올릴 수 있다고 했다.

백신이 나왔다고 해도 아이들이 맞아도 되는지에 관한 임상실험은 아직까지 없다.

18세 미만 아이들에게는 백신이 금지되어 있다.

백신 문제가 해결되기 전이라도 당장 대면 교육을 실시해야 하는 것이 당면 과제다.

 

그렇지만 코비드가 그리 만만하더냐.

코로나바이러스 전염이 가장 높은 장소를 살펴보자.

전염 위험 등급을 1~10으로 나누고 10이 가장 높은 위험 군이고 1이 가장 낮은 위험 군이다.

 

가장 높은 위험도 10 — 코로나 환자 접촉이나 방문

위험도 9 — 종교행사 참석, 술집, 실내 경기장.

위험도 8 — 체육관, 피트니스 이용, 식당, 실내 놀이공원.

위험도 7 — 네일숍, 이 미용실, 투고나 은행에서 줄서기, 지인과 허그, 비행기 여행, 결혼식 모임에 참석.

위험도 6 — 학교 등교, 수영장 이용, 사무실 출근, 친구 집 방문, 함께 자동차 타기.

위험도 5 — 작은 소매업소에서 쇼핑, 실내에서 작은 모임, 집에서 손님 접대.

위험도 4 — 도서관, 병원, 박물관 방문, 혼잡한 거리 걷기, 파머스 마켓 장보기,

어린이 놀이터, 호텔 숙박.

위험도 3 — 식료품 장보기, 산책하기.

위험도 2 — 주유소에서 기름 넣기, 주립 공원 방문.

 

하기야 재수 없는 사람은 집에 가만히 있어도 걸린다. 자살할 사람은 접시 물에도

코를 박고 죽는다고 했드시…….

김기덕 영화감독이 코비드로 사망했다는 비보를 접하면서 누구라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코비드에 걸리면 김 감독처럼 소리 없이 죽고 말 것이다.

나 역시 언제 어디서 소리 없이 사라질지 모른다.

코비드에 걸려 죽으면 아무도 만나보지 못하고 재 한줌으로 남고 만다.

유언이고 뭐고 남길 겨를도 없이 그냥 강제로 격리된 상태에서 끔찍하게 죽고말리라.

꼭 코비드에 걸릴 거라고 해서가 아니라, 미리 준비할 것은 준비해 놓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든다.

죽기 전에 빚이나 다 갚고 죽어야지 죽어서까지 욕먹을 거야 뭐가 있겠나?

아이들 결혼 축의금 받은 것도 빚인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 빚 갚아야 할 사람 명단을 뽑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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