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출간하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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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면 비가 와야 하는 우기임에도 불구하고 비는 한 방울도 오지 않고 화창한 날씨에

따듯하기만 하다.

엘리뇨인지 뭔지가 찾아왔단다.

그저께는 바람이 몹시 불었다. 강풍이 태풍처럼 불었다.

바람이 세게 불면 새들은 날지 못한다. 어느 구석에 틀어박혀 꼼짝하지 않는다.

뒷마당 키 큰 나무에 매일 밤, 새가 와서 잠을 잔다.

나무 밑 한 곳에만 새똥이 싸이는 것으로 보아 나뭇가지에 앉아 잠을 자는 모양이다.

오늘처럼 강풍이 불어대는 날은 어디서 잤는지 궁금하다.

아침을 먹으면서 창밖을 내다보았다. 바람 때문에 날지 못하는 참새가 화분 사이를

종종걸음으로 다니면서 무엇인가를 주워 먹는다.

새도 먹기는 먹어야 하겠는데 바람이 불어서 날아가지는 못하고 가까운 근처 땅바닥에서

먹을 것을 찾는 것 같았다.

 

코비드 19 사태가 새들에게는 마치 강풍이 몰아치는 비 오기 직전 흐린 날씨 같아서

마음껏 날을 수 없으니 먹을 게 없어서 꼬박 굶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코비드 시대에 내가 모처럼 소설집과 수필집을 출간했더니 강풍에 몰리는 새와 같은 꼴이

되고 말았다.

실직자도 많고,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못해서

책이 팔리지 않는다. 그것보다도 동영상이 글자를 대체하는 시대에 접어든 것도 이유 중의

하나이리라.

소설집 유학을 읽은 지인들은 하나같이 재미있다고 말은 하는데 책은 팔리지 않는다.

수필집 참기 어려운, 하고 싶은 말역시 읽어본 사람들은 재미있게 잘 읽었다고 인사말은

전해 온다. 그렇다고 책이 팔리는 것은 아니다.

나와 같은 시기에 시집을 출판한 동문은 2쇄에 들어갔다고 뻐긴다.

부럽고 질투도 난다. 나는 언제쯤 2, 3쇄로 들어가는 출판의 진한 맛을 볼 수 있을까?

 

처음 문학책이랍시고 출간한 나의 책은 실망과 좌절을 가져다주기에 충분하다.

책은 민망할 정도로 팔리지 않았다. 지인들조차 책을 사 주지 않는 것은 물론, 반응조차

싸늘했다. 몇몇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었다는 반응이 있다고 해서 책이 팔리는 것도 아니었다.

이 와중에 한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했는데 엉뚱하게도 수년 전에 출판한 책들이 팔리는

거다. 그동안 팔리지 않던 책들이 다시 팔리는 바람에 의아했다.

알고 봤더니 이런 현상을 출판사에서는 역주행현상이라고 한단다.

작가의 책을 읽고 재미있다고 느끼면 작가의 그 이전 책들을 구해 보는 현상이란다.

아무튼 작가로 살아남기 위해선 꾸준히 써야 한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일본의 소설가 모리히로시는 자신의 인세와 부수입을 공개한 책 <작가의 수지>에서

신인은 좋은 작품을 쉴 새 없이 발표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 발표한 작품이 다음 작품에

대한 최고의 홍보가 된다.’고 썼다.

 

그나마 천만다행인 것은 나는 은퇴한 작가여서 인세에 의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세로 밥 먹고 사는 젊은 작가들의 고충이 어떨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아무튼 꾸준히 쓰다 보면 어느 한 작품이 조명을 받으면서 전에 쓴 책들도 덩달아 팔려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수확이라면 수확이라 하겠다.

한 가지 더 알게 된 사실은 비문학 책에서 그런대로 성공한 책이 있다면 2, 3집으로

이어가면서 그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같은 주제로 책을 세 권 낸 저자는 그 분야의

전문가인 동시에 언론이나 방송에서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한다.

SNS에서 수천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스타보다도 한 분야에서 책 3권을 쓴 저자를 훨씬 더 신뢰한단다.

비문학에서나마 전문가로 인정받으면 문학책도 같이 사랑받게 될 것이다.

 

나는 코비드19가 빨리 종식되기를 기다린다.

코비드가 사라지고 크루즈 여행이 다시 활성화되면 제일 먼저 크루즈 여행에 합류하리라.

이번에 크루즈 여행은 전과 달라서 한 일 년쯤 세계를 돌아보리라.

그리고 경험담과 지식을 책으로 쓰게 된다면 전문가에 입성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때쯤, 나의 소설집도 잘 팔리지 않을까 꿈꿔본다.

우리보다 앞서가는 일본을 보더라도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노령화와 더불어 유명한 문학상

수상자들이 60~70대에서 속출했다. 한국이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다고 본다.

어떠면 늙은 소설가들이 빛 보는 날이 곧 오지 않겠나 가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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