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집 후리오네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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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라지만 아침 해가 퍼지면서 온기가 돈다.

집 앞에 나서는데 지나가던 차가 정지 하더니 백업해서 내 앞에 섰다.

길 건너 후리오네 집을 가리키면서 개가 지붕위에 올라갔단다.

난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나 했다.

운전사 옆에 앉아 있던 여자가 차에서 내리면서 후리오네 집으로 가더니 초인종을 누른다.

아무리 눌러도 대답이 없다.

당연한 거다. 오늘 멕시칸 축제가 있는지 아침에 온 식구가 초파일 연등 같은 걸 들고

나갔으니 빈 집이 맞다.

어깨를 으쓱하면서 차로 돌아온 여자가 다시 지붕위의 개를 바라보면서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으며 떠나갔다.

 

나는 안다. 흑갈색 말티즈, 저 개는 지붕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거라는 걸.

개는 종류도 다양하다. 생판 보지 못한 개도 많다.

개의 지능은 서너 살 아이와 같다고 했다.

아이가 엄마를 알아보듯 개도 주인을 알아본다.

개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동물이다. 더군다나 조그마한 말티즈는 더욱 그렇다.

말티즈의 본능적 생존 무기는 사랑 받는 거다.

사랑 받을 짓만 하고 사랑 받게끔 논다.

말티즈가 짖을 때는 주인을 보호하기 위해서 짖는 게 아니라 주인의 주목을 빼앗기는 게

싫어서 짖는 거다.

나에게 주목하고 나만 사랑해 달라는 요구이다.

어찌 보면 욕심쟁이 같지만 실은 자신이 주인을 그만큼 좋아한다는 표시도 된다.

주인과 떨어지면 불안하고 그립고 기다려진다.

개가 사랑받기 원하는 만큼 사랑한다는 의미이다.

개의 충성심은 목숨을 거는 거다. 목숨을 걸만큼 사랑한다는 게 되겠다.

 

한국에서는 개는 주인을 닮아간다고 말한다.

미국에서는 개를 보면 주인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 개들은 낮선 개와 마주쳐도 짖거나 싸우거나 으르렁대지 않는다.

서로 반갑다고 꼬리를 흔든다.

그 이유를 개 전문가가 설명하는데 개는 주인이 상대방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 행동한다.

개는 주인의 기분을 즉각적으로 감지하고 주인이 만나는 사람과 경계를 풀고 이야기 하면

개끼리도 경계를 풀고 좋아한다.

 

앞집 개가 지붕에 올라가는 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주인이 외출하면 늘 지붕에 올라가서 주인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진작에 주인은 개가 지붕에 올라가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주인이 있을 때는 지붕에 올라가지 않으니까.

오늘도 개가 지붕으로 올라가 뛰어 다니는 것을 보니 시상이 떠올랐다.

 

앞집 후리오네 개는 지붕에 올라가는 재주가 있네

주인이 외출할 때마다 지붕에 올라가 기다리네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지나가면 어김없이 짖어대네

짖다가도 나를 보면 꼬리를 흔드네

후리오가 나를 보면 손을 흔들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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