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네집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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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어 도시는 신도시이다. 마치 한국에서 서울과 일산처럼.

신도시에는 젊은이들만 산다. 젊은이들만 사는 동네는 모든 게 젊고 신선하다.

딸네 집에 가는 길에 다솜에 들러 흰 절편을 샀다.

딸은 어려서부터 흰 절편을 좋아했다. 쑥과 흰 절편이 반반씩 들어 있는데 딸은 쑥 절편은

안 먹고 흰 절편만 골라 먹었다.

어쩌면 어린 손녀들도 제 어미를 닮아서 흰 절편만 먹는다.

다솜은 작은 쇼핑몰에서도 마사지숍과 네일숍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조그마한 식당이다.

원래는 김밥과 라면 정도로 점심을 파는 식당이었는데 코로나로 테크아웃만 해야 되니까

주인이 머리를 쓴 모양이다. 떡과 김밥, 닭 날개 튀김 뭐 테크아웃할 수 있는 것들을

두루두루 판다.

처음 들어가 봤는데 조그마한 식당에 테이블과 의자를 한 귀퉁이로 몰아놓고 떡 같은 먹을

거리만 늘어놓았다.

딸이 원하는 대로 흰 절편과 내가 먹고 싶은 흰 팥고물 인절미를 집었다.

사위가 좋아하는 김밥을 달라고 했더니 즉석에서 말아 준다.

비닐봉지에 담아 들고 딸네 집으로 향했다.

실은 딸이 닭 날개 튀긴 것도 사 오라고 했는데 닭 날개가 은근히 비싸다.

차라리 집에서 만들겠다고 했더니 딸의 주문이 까다롭다.

집에서 만들 거면 고추장을 많이 넣으란다.

떡볶이 하듯이 매운 국물에 닭 날개를 넣고 볶았다.

 

코로나가 딸네 집에 쳐들어온 지 열흘이 지났다.

처음에는 세 살 먹은 둘째 손녀가 데이케어에 갔다 오더니 열이 났다.

병원에 달려가 코비드 테스트를 하고 3일을 기다렸다.

기다리는 내내 가족 모두 초조했다. 경과는 음성으로 나왔다.

모두 좋아서 함성을 질렀다.

그리고 일주일 만에 딸이 미열이 있어서 병원에서 코비드 테스트를 받았다.

이틀째 되던 날 열은 잦아들었는데 테스트 결과는 양성으로 나왔다.

양성으로 나왔으므로 온 가족이 테스트를 받았다.

아이들 셋과 사위는 음성으로 나왔다. 딸만 양성이었다.

가족 중에 한 사람이 코로나에 걸렸으니 사위는 직장에 갈 수 없고 집에서 10일간

기다려야 한다.

아이들도 데이케어에 갈 수 없다. 온 식구가 집에서 근무하고 아이들은 집에서 논다.

집에서 근무한 지 이틀째 되던 날 사위한테서 열이 났다.

병원에 연락하고 다시 코비드 테스트를 하겠다니까 한번 테스트하고 난 다음에는

삼일을 기다려야 또다시 테스트를 받을 수 있단다.

할 수 없이 약국에 가서 테스트를 받았다. 양성으로 나왔다.

딸과 사위가 코로나에 거린 거다.

딸은 열은 사라졌으나 닷새에 걸쳐 서서히 냄새 맡는 기능과 맛보는 기능이 조금씩 사라지더니

닷새 후에는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냄새도 못 맞고 먹어도 맛을 모르겠단다.

나는 급한 대로 내가 먹던 비타민D하고 비타민C를 갖다주었다.

맨 날 두 알씩 먹으라고 가르쳐 주었다.

 

딸네가 코로나로 집에 격리 된 지 열흘이 넘었다.

딸은 음식을 코에다가 대면 조금 냄새를 맡을 수 있단다. 하지만 아직도 맛은 모르겠단다.

사위는 기침이 난다고 했다. 기침이 무서운 건데 기침이 난다니 걱정이다.

다행히 열은 없어졌다.

아기하고 2살짜리 딸은 양성이지만 무증상이다.

큰딸은 음성이다. 애들은 증상이 없으니까 잘 먹고 잘 논다. 이것만 해도 다행이다.

 

외손주가 8개월 만에 의자를 잡고 일어섰다고 좋아했다.

다음날은 의자를 잡고 걸어간다고 야단법석이다.

그래, 아기 커가는 모습 보는 것 보다 더 행복한 게 세상에 어디 있다더냐.

딸도 그렇고 사위도 그렇고 빨리 낳았으면 좋으련만 코로나라는 게 한번 걸렸다가 낳으려면

한 달은 가는 모양이다. 한 달이 걸리더라도 낳아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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