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드 백신 맞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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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게 뭔지 사는 게 뭔지.

백신 앞에 모두 머리 숙인다.

드디어 코비드 백신을 맞았다. 그것도 벼락같이 어젯밤에 등록하고 오늘 아침에 맞았다.

마치 도둑이 들었던 것처럼 갑자기 맞게 됐다.

아는 사람들보다는 2주 정도 늦어지는 바람에 초조했었다.

내가 사는 지역만 빼놓고 다른 지역에서는 75세 이상을 끝내고 65세 이상이 맞는다는데,

우리가 사는 지역은 영 소식이 없다.

카운티에 3번이나 등록을 마치고 기다려도 깜깜무소식이다.

카이저 병원에 등록해놓고 전화를 걸어 봐도 약이 부족해서 우선순위에 밀려 기다리란다.

다음 주쯤이면 약 공급이 늘어날 것 같으니 다음 주에 다시 등록해 달란다.

어쩔 수 없이 나는 기저질환이 없이 건강해서 선택받지 못하나보다 하고 기다렸다.

 

어젯밤 아내가 TV를 보다가 느닷없이 자막이 뜨는데

<버클리에 사는 사람과 알라미다 카운티 거주민 중에 75세 이상은 등록하라>를 읽고

즉시 인터넷에 접속해서 내일 아침 930분으로 등록했다.

이것도 잽싸게 해야지 우물쭈물하다가는 놓치고 만다.

화이자 백신 접종을 하기로 했는데 아마도 약을 당장 소비해야 했던 모양이다.

급하게 TV에 자막을 띄워가면서까지 사람들을 불러들이다니…….

얼마 전에 산호세에서도 화이자 백신을 열었는데 맞은 대상은 안 나타나고 당장 모두 소비해야

하기 때문에 가까운 지역 사람들에게 예약도 없이 접종해주었다는 뉴스를 들은 적이 있다.

 

아침에 부지런히 버클리로 향했다.

버클리 경마장의 넓은 주차장을 백신 접종 장소로 꾸몄다.

드라이빙 스루 접종이어서 모두 차를 타고 왔다.

줄을 서 있는 차량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뱀처럼 길게 늘어서 있다.

누가 그랬나, 백신 안 맞겠다고!!!!

얼씨구, 이게 웬 떡이냐너나없이 달려 온 걸 보면 그것도 다 헛소리였을 것이다.

 

전면에 백신 놓는 푸른 천막 부스 8개가 나란히 있고 중앙에 커다란 카키색 본부 텐트가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나와 교통정리를 하면서 줄을 세운다.

소방차가 대기하고 있는 거로 보아 만일을 대비하는 것 같다.

하지만 백신을 맞기까지는 한없이 기다렸다. 느리기가 지렁이 기어가듯 한다.

푸른색 텐트 부스에는 기본으로 의료원 두 사람이 대기하고 있었고 차를 갔다 대면

신원 확인하고 컴퓨터에 입력하면 잠시 후에 본부 텐트에서 의료원이 20cm x 15cm 크기의

플라스틱 박스를 가슴에 품고 와서 푸른 텐트 의료원에게 전해준다.

의료원은 받자마자 박스를 열더니 주사기를 꺼내 들었다.

내 왼쪽 팔뚝에 주사를 놓는 시간은 그저 눈 깜박할 사이였다.

3주 후에 예약하고 2차 접종하러 오라고 알려준다.

 

도대체 하루에 몇 명이나 놓느냐고 물어보았다.

부스 8곳에서 온종일 놔봐야 1천 명 정도란다.

아니, 이 지역 인구가 2백만 명이 넘는데 그것도 주말인 토요일과 일요일에만 접종해 주면서

하루에 1천 명을 접종한다면?

이게 말이 되는가? 어느 천년에 지역 주민 모두 맞겠는가?

그사이에 죽을 사람은 다 죽어라다.

코로나 백신을 시작한 지 두 달이 다 되었는데 이제 겨우 접종을 필요로 하는 인구의 10%도 못 맞혔다니?

참으로 더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 같았으면 벌써 끝냈을 것은 붙들고 꾸물대는 미국인들의 성품이 대륙 기질이 돼서

그런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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