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드 19과 어린이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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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도 겨울바람처럼 차지 않은 게 봄이 가까이 온 것 같다.

햇살이 따사해서 그런지 공원 어린이 놀이터에 아이들이 제법 많다.

두 살 세 살 먹은 아이들이 엄마 따라와 미끄럼틀에 매달려 논다.

미끄럼 타러 꼭대기까지 기어 올라갔으나 막상 곡예미끄럼대 앞에서니 겁이 나는 모양이다.

엄마가 괜찮다고 타고 내려오라고 해도 칭얼댈 뿐 용기가 없다.

옆에서 보고 있던 언니가 아이를 데리고 초보들이 타는 일직선 미끄럼대로 데리고 가서

같이 손잡고 내려왔다.

신이 났는지 다시 기어 올라간다. 또 곡예미끄럼대 앞에 섰다.

엄마가 손뼉을 치면서 내려오라고 용기를 돋워준다.

아이는 눈 딱 감고 미끄러져 내려왔다.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이 와 하면서 손뼉을 쳐주며 격려했다.

나도 저절로 박수가 나오면서 기쁘다.

누구나 하나씩 터득하며 살아가고 깨우칠 때마다 박수를 받는다.

 

지난가을 상추씨를 뿌려놓고 싹이 나기만 기다렸다.

이발사에게서 얻어들은 소리로는 가을에 상추 싹을 틔어놓으면 겨우 내내 싱싱한 상추를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시험 삼아 해 본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 상추가 제대로 자라는 바람에 두어 달 잘 먹고 있다.

상추도 끝물이 다가오기에 계속해서 상추를 따 먹으려면 또 씨를 뿌려야 할 것이다.

엊그제 비도 왔겠다 네모난 화분 두 개에다가 새 상추씨를 뿌렸다.

투명 비닐로 덮어서 해 잘 드는 곳에 밀어놓았다.

그래도 아직은 겨울인데 싹이 트려나 의심스럽지만 한번 해 보는 거다.

생명의 씨는 나보다 먼저 봄기운을 알아서 흙을 뚫고 나가도 되는지 어떤지를 감지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생명이란 얼마나 무서운 건데…….

 

뒷마당에 가지만 앙상한 앵두나무를 살펴보았다.

줄기의 딱딱한 가죽 같은 껍질을 여드름 비지 쑤시고 나오 듯 꽃 몽우리가 얼굴을 내민다.

어떻게 봄기운을 알아차렸는지 몸부림치며 불거져 나오는 꽃 몽우리가 신비롭다.

뒤질세라 경쟁하듯 비비고 나오는 꽃 몽우리들을 보면서 자연의 신비에 머리 숙여진다.

꽃이 어찌 앵두꽃뿐이더냐.

담장에 동백꽃도 활짝 피었다.

장미처럼 커다란 꽃송이가 싱그러우면서도 탐스럽다.

피고 지고를 반복하면서 한 해 내내 피는 동백이 너무 흔해서 쳐다보지도 않았었다.

집에 갇혀 살면서 알게 된 건데 집에서만 지내다 보니 지루하고 따분한 하루가 길고,

하루하루가 길다 보니 인생도 길다.

전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동백꽃이 오늘따라 아름답게 보인다.

자세히 보니 정말 장미처럼 굵고 소담한 꽃송이가 아름다운 자태를 뽑낸다.

한 송이 꺾어다가 물컵에 꽂아 부엌 싱크대 위에 놓았다.

설거지하면서도 동백의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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