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의 6월은 체리의 께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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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뒷마당 체리나무에 체리가 다닥다닥 달렸다.

녹색 잎과 빨간색 열매의 조화가 산뜻하고 신선하다.

틴(Teen) 고개를 막 넘어가는 순결 때문일까? 청순하고 싱그럽다.

온갖 새들이 날아든다. 즐거워서 한 입 물고 하늘 보고, 한 입 물고 나를 보고.

친구 부르는 휘파람소리도 요란하다.

체리가 지천에 널려있다.

식료품 가게마다 검붉게 잘 익은 체리를 투명 플라스틱 박스에 담아 진열해 놓고 있다.

일 년 중에 이때만이 먹음직스러운 체리가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체리는 보관이 쉽지 않아서 시즌이 지나면 곧 시장에서 사라진다.

미국 식품점에도 어김없이 체리 박스를 쌓아놓고 파운드당 1달러 99센트라고 써 붙였다.

캘리포니아 체리는 한국으로 수입돼서 한국 현지 식료품점에서도 미국서처럼 투명 플라스틱

박스에 담아서 1만 5천 원에 판다.

어림잡아 같은 분량이 담긴 체리가 미국에서는 한 박스에 8달러 정도이고

한국에서는 13달러쯤으로 보인다.

 

모든 식료품 가격이 한국이 미국보다 조금씩 비싸 보이는데 그것은 실제로 그렇기도 하지만

장사 기술에서 오는 문제도 있다.

이번에 나는 한국에서 코로나 재난 구호금으로 고양시 지역화폐 십만 원을 받았다.

십만 원을 카드로 주기 때문에 카드를 들고 다니면서 써야 했다.

카드는 소규모 자영업자들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이어서 대형 마켓이나 식료품점에서는

받지 않았다.

작은 규모의 반찬가게나 문방구, 커피점, 김밥집, 식당 이런 곳에서 사용하게 되어있다.

카드를 쓰고 나면 영수증이 프린트되어 나오는데 자세히 보면 미국과 똑같다.

현금이나 신용 카드로 사면 산 물건 가격이 고대로 찍혀 나오는데

지역화폐 카드를 사용하면 결재 내용을 분류해서 프린트되어 나온다.

예를 들면 1만 원짜리 상품을 샀을 경우 현금이나 신용 카드로 내면 영수증에

1만 원이 찍혀 나온다.

하지만 지역화폐 카드를 사용하면 상품가격 9,200원 + 세금 800원 = 1만 원으로 분류해서

찍혀 나온다.

한국에서는 늘 상품가격에 적힌 대로 지불하다가 재난 구호 카드를 써보고 나서야 한국도

미국처럼 판매세를 먹이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같은 체리를 놓고 한국에서는 한 박스에 ‘1만 5천 원’이라고 붙여놓았고

미국에서는 파운드당 ‘1달러 99센트’라고 붙여놓았다.

언뜻 보기에 미국의 체리 가격이 싼 것 같은데 얼마나 싼지 머리에 떠오르지 않는다.

정확한 가격을 알려면 저울에 달아서 산출해야 가격이 나온다.

왜 미국인들은 한국서처럼 간단하게 ‘1만 5천 원’하지 않고 복잡하게

파운드당 ‘1달러 99센트’라고 붙여놓아 사람을 헷갈리게 하는가?

그뿐만이 아니라 미국에서 물건을 사려고 하면 상품마다 ‘99센트’라고 붙어 있다.

예를 들면 100달러짜리 상품을 100달러라고 하지 않고 99달러 99센트라고 붙여놓았다.

이 방법은 유대인들의 상술에서 기인한다.

100달러 하면 비싸다는 느낌이 오지만 99달러 99센트 하면 100달러 미만이니까 비싼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왜 간단하게 계산하지 복잡하게 구느냐 할지 모르겠으나 유대인들의 생각은 다르다.

모든 문제의 발단을 따져보면 종이 한 장 차이다.

우리말에도 ‘아’자 다르고 ‘어’자 다르다고 했듯이 어감상 조금이라도 싸게 들린다면

못할 이유가 없다는 식이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게 남의 지갑을 열게 하는 것인데 그까짓 간단한 머리 쓰는 게 무슨

대수이냐.

상품 팔기가 얼마나 어려운 건데 그만한 노력도 없이 거저먹으려 드느냐 하는 것이다.

 

체리 이야기하다 말고 유대인 상술까지 들먹이다니.

여하튼 5월과 6월은 캘리포니아의 체리 시즌이다.

우리 집 뒷마당에 체리나무를 심어놓은 지 십 년도 넘었지 싶다.

매년 조금씩 달리더니 금년에는 오부지게 달렸다. 다닥다닥 달렸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빨갛게 익어가는 체리를 새들이 와서 다 따먹는다.

새들은 어디서 날아오는지 금세 나타나서 잘 익은 것만 골라가면서 먹는다.

체리 나무 밑에는 새들이 먹고 버린 씨가 즐비하게 널려 있다.

하다못해 앞마당 잔디밭에 새들이 먹다 버린 체리가 나뒹굴 정도다.

아마도 실컷 먹고 나서 그것도 모자라서 따서 물고 가다가 떨긴 게 아닌가 짐작해 본다.

아내는 체리가 검붉게 익을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다면서 빨간 체리를 한 대접씩 따 들고

들어온다.

아내는 체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나는 체리를 좋아해서 앉은자리에서 한 바가지 정도는

먹어 치우는데 금년에는 입맛이 변했는지 많이 먹지 못한다.

대신 새들이라도 실컷 먹게 내버려 두면서 새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본다.

오늘은 얼마나 먹었나? 어떤 새들이 날아오나 살펴보며 새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바라본다.

새들이 조잘대며 즐거워하면 나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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