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여행에서 겪는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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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으로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가 텅텅 비어 갈 줄 알았다.

예상은 빗나갔다. A35-900종 이코노미석은 만석에 가까웠다.

좌우 창가 쪽으로 3, 중간에 3석 해서 9석이 횡대다.

놀라우리만치 승객이 많아서 스튜어디스에게 물어보았다.

웬 승객이 이렇게 많아요?”

개학 때가 돼서 돌아가는 사람들이에요.”

아닌 게 아니라 대학생들이 거의 다였다.

내 옆에 앉은 한국 아가씨도 영어 소설을 읽는 거로 봐서 학생같았다.

 

식사 시간이 지나고 불이 꺼졌다. 잠자리에 들 시간이다.

의자를 뒤로 젖혔다. 뒷좌석 젊은이가 내 어깨를 툭툭 친다.

왼 일인가 하고 뒤돌아보았다.

지금 식사 중이니 의자를 접어달라는 부탁이다.

식사가 늦었나보다 하고 의자를 다시 접었다.

 

화장실에 들이려고 비행기 맨 뒤로 갔다.

가면서 훑어보았지만 정말 빈 자리가 없었다.

그런데 이게 왼 일인가? 맨 뒷좌석 세 줄은 비어있었다.

한 줄에 9석씩, 3줄이 비어있으니 도합 27석이 텅 비어있는 게 아닌가.

스튜어디스들이 쉬려고 비어놨나보다 했다.

전에도 보면 불 다 꺼지고 승객 모두 잠자리에 들면 스튜어디스 비근무 조는 맨 뒤

2층 구석방으로 올라가고 근무조 스튜어디스들이 뒷좌석에 앉아서 쉬는 것을 보아왔다.

하지만 스튜어디스들이 쉬려고 비어놓은 자리치고는 너무 많았다.

나는 IMF 당시를 떠올렸다.

그때는 빈 비행기가 오고 갔기 때문에 아무 자리나 드러누워 가도 괜찮았었다.

이번에도 옳다구나 기회다 싶어서 잠이나 자면서 가자 했다.

좌석 3개를 차지하고 암 레스트를 세우면서 누울 준비를 하는데 스튜어디스가 다가왔다.

손님 이 좌석은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면 옮겨다가 격리조치 하기 위하여 준비해 놓은

자리입니다.”

 

나는 두말없이 물러났지만, 의문도 생겼다.

코로나 환자 발생을 염려해서 27석이나 비워둬?

보건복지부 규정상 비워둬야 한다니, 정말 비행기 안에서 코로나 환자가 발생한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의문을 안은 채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실내 온도가 싸늘해서 담요로 어깨까지 감쌌다.

불이 다 꺼졌고 잠자는 승객들 뿐이다.

나도 잠이나 자려고 의자를 뒤로 젖혔다.

젖혔다고 해도 등받이가 조금 뒤로 기울 뿐이다.

아니나 다를까 뒷좌석 젊은이가 어깨를 툭툭 친다.

왜 그러나 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TV를 보는 중인데 의자 등받이를 뒤로 눕히지 말아달란다.

그러면서 옆자리로 옮겨 앉으면 어떻겠느냐고 묻는다.

여기서 퍼뜩 오래전에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처제가 한국 가는 비행기 안에서 뒷좌석 승객이 등받이 좀 접어달라고 보채 싸서

결국 싸웠다는 말이 생각났다.

 

나도 젊은이처럼 직접 대놓고 싫다고 말한다면 젊은이는 기분 상할 것이다.

이럴 때는 중간에 말을 전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스튜어디스 호출 버튼을 눌렀다.

달려온 스튜어디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고 내가 자리를 옮겨주느니

TV 시청을 원하는 젊은이가 자기 자리를 옆자리로 옮겨 앉으라고 가르쳐 주라고 했다.

새내기 스튜어디스도 대놓고 말하기가 거북했는지 그냥 돌아갔다.

돌라 간 스튜어디스가 안에서 고참 언니한테 물어보았는지 다시 돌아와 젊은이에게

설명해 주었다.

서로 기분 상하지 않고 지내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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