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인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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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 연휴로 3일을 연속으로 논다.

예전에 내가 일할 때 같으면 고대하고 바라던 연휴이다.

은퇴한 지금 나는 하루하루가 연휴다.

모처럼 동생네가 왔으니 우리는 모여 앉아 할 이야기가 많았다.

 

이야기 중에서 들은 이야기 한 토막.

동생은 LA 한인 타운에서 산다. 그것도 한인 타운 노인 아파트다.

당연히 한인 노인들이 많이 기거하고 멕시칸들도 많단다.

90이 넘은 노인이 사는데 매일 운동도 하고 테니스로 몸을 단련해서 근육이 돌덩이처럼

딱딱한 노인이었다.

코로나 사태가 벌어지면서 딸이 신신당부하기를 절대 밖에 나가지 말고 방에만 있어 달라고

부탁도 하고 감시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 통에 1년이 넘도록 노인은 보이지 않았다.

전화를 걸어보면 잘 지내고 있다기에 그런 줄만 알았단다.

모두 백신도 맞았겠다. 노인이 만나도 된다고 해서 길 건너 공원에서 만나 보았다.

1년 6개월 만에 만났는데 그만 깜짝 놀랐단다.

노인은 1년이 넘도록 머리를 깎지 않아서 흰 머리가 산신령처럼 목까지 내려왔고

얼굴은 못 알아볼 정도로 쪼글쪼글한 데다가 근육은 온데간데없이 다 사라지고 없더란다.

노인도 이렇게 늙을 줄 몰랐다고 하더란다.

코로나 피하려다가 오히려 건강을 해친 케이스다.

이제 다시 운동해보겠다는 데, 과연 옛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더라는 이야기이다.

 

동생과 조카 아들은 마스크를 하고 샌프란시스코 관광을 다녀왔다.

나는 궁금했다.

“이 판국에 관광객이 있더냐?”

“어유, 많아요. 와글와글하던데요?”

“뭐? 어디서 온 사람들이야? 외국인들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다면서.”

“다 국내인들이더라구요. 피어 39에 사람이 꽉 찼어요. 물개들은 여전하고.”

물개들이 여전하다는 말에 바닷물 위에 뛰어놓은 마루판에서 속 편하게 나뒹구는 물개들이

그려졌다. 물개들은 코로나가 뭔지 모를 것이다.

실컷 먹고, 실컷 놀다가, 질펀하게 한잠 자고 다시 물속으로 기어들어 가면 되는 것이다.

일전에 보았던 다큐멘터리 영상이 떠오른다.

독일 신부 노르베르트 베버 신부님이 촬영한 1925년 조선 탐험 영상이다.

조선 사람들은 모두 흰옷을 입었고, 느릿느릿하지만 즐거워하는 모습뿐이다.

그때 생활상이 그랬겠지만, 비록 가난하게 살더라도 평화로운 세상이었다.

짧은 인생 스트레스받지 않는 세상! 물개처럼 평온한 삶,

이것이 사람이 사는 맛이고 정상적인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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