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기만 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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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전에 바이올린 연주회가 있다고 해서 초등학교 5학년인 손주 학교에 갔다.

초등학교 운동장에는 어린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귀가 아플 정도로 시끄럽게 떠들면서 놀던 아이들이 교실에 들어갈 시간이 되자

운동장에 각 학년 반마다 일렬로 줄지어 앉았다.

앉기만 하는 게 아니라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누가 조용히 하라고 시키나 해서 둘러보았다.

선생님이나 누구도 조용히 하라고 시키는 사람은 없었다.

아이들이 알아서 줄을 따라 앉아 조용히 기다린다.

한 줄씩 일어나 일렬로 반으로 들어갔다.

초등학교 1학년에서 4학년까지의 학생들인데 말을 잘 듣는 구나하는 느낌을 받았다.

 

연주회는 운동장 한쪽에서 벌어졌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연주 학생들이 모여서 음악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연주하는데

연주하는 학생들보다 구경하는 학부모들이 더 좋아한다.

사진이며 동영상을 찍고 손뼉도 친다.

나는 손주를 보는 데도 흐뭇하고 대견한데 아이의 학부모라면 얼마나 사랑스럽겠는가?

이 초등학교는 5학년이 졸업이다. 손주는 다음 주 금요일이면 졸업이다. 중학교로 간다.

5학년생들이 졸업 전에 연주회를 하는 것이다.

네다섯 곡 짧은 연주이지만 어린 학생들은 처음 경험해 보는 연주회이니 실수 안 하려고

열심히들 애쓰는 모습이 보인다.

그래도 연주회인데 우리 손주 혼자만 반바지를 입은 게 조금은 무례해 보였지만

초등학교 연주회라는 게 그런 거지 뭐 하고 넘겼다.

다음으로 브라스 밴드 연주가 이어졌다.

 

오후 3시에 학교가 끝날 무렵 손주를 태우러 갔다.

평상시에는 늘 걸어서 집에 오지만 오늘은 바이올린도 있을 게고 들고 올게 많은 것 같아서

태워주기로 했다.

초등학교 주차장에 차들이 들어차 있어서 차댈 자리가 없다.

나는 멀리 떨어진 대로변에 세워두고 아이들이 나오는 출입구 쪽에서 기다렸다.

학부모들 여럿이 기다리고 있었다.

학교가 파하고 쏟아져 나오는 아이들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하나같이 신이 나서

깔깔대고 지껄인다.

나오다가 엄마를 만나면 엄마는 그동안 못 본 게 일 년은 헤어졌다가 만나는 아이처럼

부둥켜안고 뺌에 입을 맞춘다.

사내아이는 아빠를 보고 달려놔서 안긴다.

마치 이산가족 만나듯 얼싸안고 행복해한다.

이렇게 행복한 장면은 매일 반복해서 일어난다.

행복하기만 한 사람들로 가득한 초등학교 출구의 오후다.

내가 인생을 살아봐서 아는 건데 아이가 10살이 되기까지가 가장 귀엽고 예쁜 나이다.

오로지 행복만 가져다주는 절정의 나이이다.

인생 중에 그 때가 가장 행복한 시절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나처럼 다 늙은 나이에 행복하기만 한 사람들로 가득한 교정에서 한때나마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은 또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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