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201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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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매일 새로운 뉴스가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왔다.

뉴스도 뉴스 나름이지, 남편과 나 같은 고령자에게는 목숨이 걸린 뉴스인 만큼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었다. 코로나19 확진자 현황에 관심을 두게 된 것도 그래서였다.

오늘은 몇 명이 걸렸나. 몇 명이 죽었나. 한국은 어떤가. 이탈리아에선 몇 명이 더 발생했고,

몇 명이 죽었나. 뉴욕은 어떤가 하는 차트를 훑어보는 게 일상이 되었다.

훑어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기분 좋은 소식은 한 번도 듣지 못했다.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약이나 의료 시스템이 없어서

트럼프 대통령이나 캘리포니아 주지사나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역력해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치료 약 개발을 서두를 뿐 다른 대책은 못 내놓고,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자가 격리를 강조하면서 전염병에 걸리지 말아 달라고 부탁만

했다.

누구의 스피치를 들어봐도 딱히 석연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한국은 전염병에 관한 한 정말 잘 대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은 코로나바이러스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나라다.

한국에서 코로나19 전염병에 걸리면 죽을 확률이 1.5%에 불과한데, 이탈리아에서 걸리면

8.5%로 껑충 뛴다. 미국 뉴욕은 확률이 더 높다.

TV를 보면서 꾸역꾸역 아침을 먹는데 다니엘한테서 전화가 왔다.

검지로 휴대폰 화면에 나이키 로고를 그렸다.

 

― 이모부는 잘 치료받고 있어요?

 

― 그래. 병원에 입원했어.

 

― 이모는 테스트 결과 받았어요?

 

― 천만다행으로 음성이라더라. 그런데 이모부 말이다. 내가 흰죽이라도 끓여 줬으면

좋겠는데 접근을 못 하게 하니 어쩌면 좋겠니?

 

― 규정상 전염병 환자는 격리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 그이는 한식을 먹어야 하는데 한식은 안 주고 양식밖에 더

있겠니?

 

― 지금은 생명 연장이 문제이지, 음식 같은 건 다음이에요.

 

그러면서 다니엘은 자기가 근무하는 LA 메모리얼 병원의 상황을 알려 주었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다니엘은 간호사로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중환자실로 근무처를 옮겨야 했다. 그만큼 위급하고 심각한 상황에서 인력이 부족했다.

다니엘로서는 힘들기도 하고 보람되기도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한두 명 생겼다는 루머가 돌았으나

우리 병원이 어떻게 될지는 상상도 못 했다.

그러나 주일 반 사이에 다섯 개의 중환자실 유닛이 코로나19 환자들을 받기 시작했고,

받기가 무섭게 벌써 꽉 차서 지금 또다시 다른 병실들을 코로나19 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시설로 준비하고 있다.

중환자실에 있는 환자들은 정말 위급한 상황이다.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노인들만 중환자실에 있는 게 아니다.

아무 병력도 없던 30~40대의 젊은 환자들도 위급한 상황에서는 인공호흡기(ventilator)에

의존해야 한다. 그것도 모자라면 ECMO(정맥 동맥 체외 막 산화기) 같은 폐 또는 심장의

역할을 하는 인위적 기계로 생명을 유지한다.

병원은 벌써 간단한 의료 장비들이 모자라기 시작했고 인공호흡기도 동이 났다.

코로나19 환자들이 이 짧은 기간 내에 병실 안에서 놀라운 속도로 늘어나고 있었다.

늘어나는 숫자만큼 일은 고되고 바쁘다. 이런 추세라면, 이탈리아처럼 의사들이 환자 중에

누구에게 소생의 기회를 주느냐 결정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았다.

정말 전쟁터 같다. 환자들은 무서운 속도로 급증하고, 그냥 아픈 정도가 아니라 정말

위중한 환자들이 많았다.

그나마 지금 이 상황은 아직 우리가 예상하는 최악에서 먼 시점이었다.

급격히 늘어가는 감염자들을 보면서 앞으로 한두 달 후엔 얼마나 더 상황이 안 좋고

충격적일지, 생각만 해도 너무 두렵고 겁난다고 다니엘이 말했다.

나는 다니엘이 있는 LA 메모리얼 병원의 상황을 듣고서 그만 등골이 오싹하는 전율을

느꼈다. 어쩌면 남편이 병을 이겨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마저 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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