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상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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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오래전 이야기지만 지금도 같은 일이 반복되는 세상이라서……

아버지 사업체를 물려받은 형은 큰 집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풍족하게 잘살았다.

하지만 며느리는 불만이 많았다.

아들이 둘이나 되는데 왜 시어머니는 큰아들 집에서만 사느냐는 것이다.

작은아들은 뒀다가 뭣에다 쓰려고 아끼느냐고 늘 불만을 털어놓았다.

이야기를 전해 들은 작은 며느리가 어머니를 모셔갔다.

잠시나마 작은아들 집에서 모시기로 했다.

교회 집사인 작은아들은 집이 가난해서 흑석동에서 셋방살이를 했다.

비좁은 방에서 아이 둘과 시어머니까지 모시자니 방이 턱없이 좁았다.

그래도 가족이 모두 건강하다는 것에 감사하며 살았다.

 

환경이 바뀌어서 그런지 아니면 영양이 부족해서 그랬는지 갑자기 시어머니가

병이 나서 돌아가실 것 같아 보였다.

동생은 얼른 형님에게 연락했다. 어머니가 위독하셔서 곧 돌아가실 것 같다고.

형님이 달려오더니 숨이 넘어갈 것 같은 어머니를 앰뷸런스에 태워 집으로 모셔갔다.

동생네 부부도 어머니의 마지막 운명을 지켜보기 위해서 따라나섰다.

형님 집에 도착하자 형수님이 화를 내면서 형님과 싸움이 벌어졌다.

형님은 싸우는 모습을 동생 부부에게 보여주기 싫었는지 형수님을 끌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안방에서 큰 소리로 싸우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동생네 집에서 돌아가시게 그냥 내버려 둘 일이지 왜 집으로 데려왔느냐고

형수님이 소리쳤다.

방문 밖으로 새어 나오는 형님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이 바보야 정신 차려. 부조금이 얼마가 들어올 건지 알고나 하는 말이야?

어디에다가 빈소를 차리라는 거야?”(70년대에는 병원이 아닌 집에다가 빈소를 차렸다)

 

동생 부부는 못 들은 거로 하고 어머니 방에 들어가 어머니를 보살폈다.

돌아가시는 줄 알았던 어머니가 정신이 돌아오면서 다시 살아났다.

 

웃지 못할 에피소드지만 이런 일이 정말 있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부모는 안전에도 없고 돈이 어디로 갈 것이냐에만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은 변한 게 없다.

뭐니 뭐니 해도 부모의 재산이 없으면 형제간에 싸움도 없다.

우리 형제간에도 상속받을 재산이 없었으니까 평생 싸울 일도 없고 마지막까지 우의 깊게

잘 산다.

한국에서는 장남이라든가 아들이라는 문제가 상속이란 문제와 부딪치면 싸움이 발생한다.

하다못해 법에서도 차등 판결을 내리니까 싸워서 더 받으려고 머리를 굴린다.

 

유산인지 상속인지 때문에 싸우는 일이 미국이나 한국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

다만 미국에서는 아들딸 구분 없이 균등하게 법이 집행되니까 싸움이 적은 편이다.

미국인들 재산이 한국 돈으로 2억만 넘으면 리빙 트러스트(Living Trust)라는 걸 든다.

리빙 트러스트는 일종의 신탁회사즉 서류상의 회사인데 우리의 개념으로 유언장이나

마찬가지이다. 리빙 트러스트를 작성해 놓으면 사망 시 작성해 놓은 대로 즉각 집행된다.

하지만 리빙 트러스트가 아닌 유언장만 남겼다면 유언검증절차라는 걸 거쳐야 하기

때문에 재산이 상속자에게 넘어가기까지 1~2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된다.

재산 분배는 아들딸 가릴 것 없이 동등하게 증여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부모의 재산은

어디까지나 부모의 것이어서 부모가 주고 싶은 자녀나 단체에 기부할 수 있다.

 

미국에서 부부 재산은 공동 소유이다.

부부 중에 어느 한쪽이 먼저 죽으면 부부 재산은 남은 사람이 소유한다.

문제는 리빙 트러스트가 없으면 남아 있는 한 사람이 재혼한다거나, 재혼했더니

자식이 있을 때 문제는 복잡해진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리빙 트러스트가 필요하다.

 

한국은 유교문화의 잔재가 남아 있어서 법보다 관습이 앞서는 경우가 있다.

미국은 역사적 배경이 짧은 것도 이유이겠으나 개인주의의 발달로 개인의 의견을

존중하는 편이다. 부모라고 하는 개인의 의사에 자녀가 토를 달 수 없다.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대부분 엄마가 오래 살고 노모의 재산은 사는 집이 전부다.

살던 집을 팔아서 은행에 예금해 놓고 양로원으로 들어가는 노모가 있는가 하면

그냥 살던 집에서 죽는 노모도 있다.

살던 집에서 죽는 노모는 마지막까지 누가 지켜줄 것이냐이다.

아무도 나서는 자식이 없으면 정부에서 간호인을 상주시켜 돌봐 준다.

노모가 죽으면 살던 집을 팔아서 그동안의 경비를 충당한다.

집을 처분한 다음 남는 돈은 정부에 귀속되고 만일 모자란다면 정부가 부담하는 식이다.

 

미국에는 효녀가 많다.

죽어가는 노모를 모시고 사는 딸의 효도를 흔히 볼 수 있다.

딸이 노모의 집에 들어가 살면서 마지막까지 돌보면 노모의 집(재산)이 딸의 소유가 된다.

아들만 있고 딸이 없는 노모는 어떻게 하나.

아들이 노모를 마지막까지 모시는 건 못 봤다.

아들은 노모가 사는 집(재산)의 가치가 충분하면 간호인을 고용해서 상주시키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집을 처분해서 그 돈으로 양로원으로 옮기게 한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재산이 많은 노모는 아들이나 딸이나 서로 모시려고 한다.

마지막까지 돈이 있어야 대우받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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