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찾아오는 스트로크(stroke)

IMG_20-3 (10)

아내가 꺼림칙한 소식을 알려왔다.

샌프란시스코 이웃 도시, 알라메다에 거주하는 올드타이머 교회 선배 A 씨가 뇌졸중에

걸렸단다. A 선배의 아버님은 한기모 목사(1893~1978)이다.

 

한기모 목사는 평소에 친구인 세브란스병원 원장 김명선 박사에게 내가 죽거든 시신을

땅에 묻지 말고 의학교재로 사용하도록 세브란스 의과대학에 바친다고 말한 후

가족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신기증서 서명에 날인했다.

지금이야 장기기증이나 시신기증이 낯설지 않지만, 당시만 해도 쉽지 않은 용기이자

결단이었다.

 

이후 1978986세 일기로 소천한 한 목사의 시신은 약속대로 병원에 기증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 교실 실습실에 표본으로 제작돼 44년간 의대생들의 교육과

연구 교재로 사용, 보존되다가 2022930일 가족 품으로 인도돼 광림교회 믿음의

동산 산장에 안식되었다.

광림교회 김선도 목사(202211월 별세)는 광림기도원에 한기모 목사의 삶을 기리는

기념관을 만들기도 했다.

 

A 선배는 아버지는 살아생전에 아무도 가지 않은 강원도 목회를 자원해 가셨고,

7곳 교회를 자전거 타고 코넷을 불면서 순회목회를 하셨다고 했다.

선배는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연대 의대를 찾아 표본으로 제작된 아버지 시신을 보면

아버지의 고결한 뜻을 충분히 헤아리면서도 자식으로서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면서

내 나이도 적지 않은 터라 빨리 아버지를 모시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소원하던, 아버님의 시신을 가족 품으로 돌려받아 모든 것을 마무리하고

베이지역으로 돌아온 A 선배는 갑작스레 스트로크(stroke)가 와서 현재 재활 중이다.

 

A 선배는 아버님의 시신을 새롭게 장례 치르고 돌아오자마자 뇌졸중이 일어난 거다.

그게 뭐 어떤 연관 관계가 있는 일은 아니지만, 결과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내가 왜 이 결과에 주목하는가 하면 올해에 나의 어머니 산소도 이장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금년에 윤달이 끼어있어서 윤달에 이장하면 무탈하다는 속설이 나의 마음을 움직였다.

 

3~4년에 한 번씩 윤달이 오는데 올해 322일부터 419일이 음력으로 윤달이다.

믿거나 말거나 우리의 전통 풍속에 의하면 윤달은 땅의 신이 사람에 대한 감시를 쉬는

달이라고 하여 불경한 일을 저질러도 신의 노여움을 사지 않는다고 했다.

좋게 말해서 그렇고, 사실은 귀신들이 일 년은 열두 달이라고 알고 사람이 불경한 일을

저지르면 그에 합당한 벌을 주는데 갑자기 열세 번째 달이 나타나니까 당황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손을 놓고 만다.

이틈을 타서 사람들은 꺼림칙한 일들을 처리하는 거다.

하다못해 시신을 거꾸로 세워도 무탈하다고 했다.

 

우리 가족도 미국에서 사는 손주들이 할머니 산소를 돌볼 형편이 못 되니 이참에

파묘해서 화장하기로 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는 게 세상사다.

한국의 화장 규정은 마지막 거주지역 화장장에서만 화장해야 한단다.

결국 우리는 벽제화장장에 속하는데 문의했더니 엄청난 뉴스를 알려 준다.

한국은 화장장이 부족해서 화장할 시신이 밀려 있단다.

예약은 2주 전에 인터넷으로만 받는데 평상시에도 밀리는데 하물며 윤달에는

꿈도 꾸지 말란다. 장례사들이 진을 치고 있다가 새벽 0시 접수 시작하는 순간

모두 끝나버린다는 것이다. 나처럼 아마추어는 접속할 생각도 하지 말라고 조언해 주었다.

 

듣고 보니 그 말도 맞는 말이다.

나는 윤달은 포기하고 그 후에나 예약해 보려고 계획을 바꿨다.

그러나저러나 조상 시신 잘못 건드렸다가 좋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는 선배의 경우는

내게 유쾌한 소식이 아니다.

꼭 믿어서가 아니라 좋은 일도 많은데 구지 좋지 않은 일을 해야 하나?

하는 마음도 없지 않다.

 

또 다른 교회 선배 B 씨도 스트로크에 걸렸다.

여기서 선배라고 하는 분들은 나보다 4살 위이고 A 씨와 B 씨는 고교 동창이다.

B 선배는 카이저 부사장까지 지낸 분인데 은퇴 후 골프장을 끼고 있는 집에서 살면서

늘 골프만 쳤다. 뇌졸중에 걸린 다음 한동안 병원에서 치료받다가 퇴원하게 되었다.

와이프는 재활 양로원에 넣으려고 하고 B 선배는 집으로 가겠다고 해서 한바탕 실랑이를

벌렸다. 지인들은 와이프를 탓하면서 선배 편을 들어주었다.

지금은 재활에 성공해서 다시 골프도 친다.

 

나트륨 섭취를 줄이고 물을 많이 마시면 폐질환당뇨치매심부전뇌졸중심방세동 같은

만성질환에 시달릴 위험이 무려 64%나 줄어든다는 연구 보고를 읽은 적이 있다.

꼭 명심할 일이다.

새해를 맞아 내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