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폭풍이 강타하고 난 다음

Snowfall on the San Bernardino Mountains seen from Redlands California

금년 겨울은 유별나다.

겨울 폭풍이 강타하면서 로스안젤레스 지역 샌버너디노 산맥에 이례적으로 폭설이 내렸다.

그런가 하면 북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지역은 비가 왔다.

지난 4년 동안 가뭄으로 시달렸는데 올해는 비가 많이 온다.

비만 많이 오는 게 아니라 강풍과 추위도 함께 몰고 온다.

일기예보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전역을 휩쓴 역대급 겨울 폭풍이 지난주부터 계속된 가운데,

저기압의 영향으로 이번 주 베이지역에 강풍을 동반한 비와 천둥 번개가 치고

높은 산간지대는 눈이 내리면서 춥고 궂은 날씨가 지속되겠다.”라는 일기예보다.

 

겨울 폭풍으로 딸네 집 뒷마당의 키 큰 나무 두 그루가 뒷집으로 쓰러지는 바람에

울타리와 뒷집 기물을 파손했다.

미국은 집집마다 나무가 많다. 주택가에도 나무가 너무 많다.

나무도 나무 나름이지 엄청나게 큰 나무들이다.

정원수도 있지만, 야생 나무도 많다.

미국 집은 앞마당 뒷마당이 넓어서 나무 심을 자리가 많은 것이 원인이다.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면 집이 나무숲에 가려서 집이 먼저인지 나무가 먼저인지

구분이 안 된다.

문제는 강풍이 불면 나무들이 쓰러져서 집이 무너진다거나 주차해 놓은 자동차에

덮치기도 한다.

차가 납작하게 부서지는 수도 있고 나무가 넘어지면서 도로를 가로막아 교통이 끊기기도

한다.

미국에서 살다 보면 옆집 나무가 우리 집으로 쓰러지기도 하고 우리 집 나무가 뒷집으로

쓰러지면서 울타리며 뒷집을 파손하는 경우도 있다.

 

엊그제 난데없는 2월 겨울 폭풍이 시작되면서 강풍을 동반한 비와 눈이 곳곳에 내려

피해가 속출했다. 기상청은 이번 겨울 폭풍을 ‘역사적’이라고 일컬었다.

과연 역사적인 게 맞다.

이스트 베이의 경우 디아블로 산지 인근 버클리 힐은 2~3인치 강설량이 집계됐다.

 

딸은 출근했고 딸네 집 뒷마당에 키 큰 나무 두 그루가 쓰러지면서 울타리를 무너트렸고

뒷집으로 넘어졌다. 뒷집에선 치워달라고 성화다.

나는 나무 베어내는 사람을 구하느라고 여러 군데 전화했으나 나무 쓰러진 집이 많아서

일꾼 구하기도 힘들다.

겨우 멕시칸 일꾼을 불러 뒷마당을 보여주고 쓰러진 나무 두 그루와 예방하는 차원에서

멀쩡한 나무 세 그루를 베어내는데 얼마를 받겠느냐고 물어보았다.

2,600달러를 내란다.

막노동자들은 수표 들고 은행 드나드는 걸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나는

현찰을 좋아하는 막노동자의 비위를 맞춰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2,000달러면 어떻겠느냐면서 그것도 현찰로 주겠다고 했다.

현찰이라는 말이 마음에 들었는지 잠시 생각하더니 그러면 2,200달러만 달란다.

그렇다면 중간선인 2,100달러로 하자고 합의를 보았다.

 

토요일인데도 멕시칸은 보조일꾼 한 사람과 더불어 나무에 기어 올라가 전기톱으로

가지를 쳐 내렸다.

나무가 뒷집으로 기울어 있어서 자른 나뭇가지는 뒷집 마당으로 넘겼다.

토요일 온종일 작업했음에도 나무 세 그루 베어내는 데 그쳤다.

다음 날은 비가 와서 일을 못 하고 월요일에 다시 시작했다.

일하는 동안에도 비는 그치지 않았다. 바람이 불지 않는 것만도 다행이었다.

 

폭풍으로 파손된 울타리나 나무가 넘어지면서 기물을 파괴하면 집 보험에서 물어주게

되어있지만, 미국 집 보험은 기본 공제라는 게 있어서 보통 2,000달러 가 기본 공제다.

2,000달러 미만짜리 파손은 그냥 집주인 돈으로 고치는 게 낫다.

 

이번 폭풍으로 나무만 쓰러진 게 아니라 전기가 나간 집도 많다.

PG & E에 따르면 베이지역을 강타한 강풍으로 나무와 잔해가 쓰러지면서 전신주에 영향을

주어 총 11만 2천 가구 이상이 정전을 겪었다.

딸네나 우리나 정전이 안 된 것만도 다행이다.

살면서 가끔은 부부싸움도 해야 하는 것처럼 자연의 순환인 천연재해도 있어야 한다.

한바탕 곤욕을 치르고 난 다음 날의 평화는 옛것과는 다르다.

해가 빵끗 난 오늘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평화는 다음 재해를 불러오고 재해는 평화를 가져오고 무엇이든 순환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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