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내일 모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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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유별나게 겨울이 길다.

벌써 3월도 다 지나가는데 아직도 추운 날씨다.

북캘리포니아는 겨울철이 우기이기는 하지만 보통 비가 11월에 시작해서 다음 해

2월이면 끝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겨울은 11월에 비가 시작해서 지금껏 내린다.

비도 많이 왔지만 바람도 몹시 불었다.

강풍도 평균 시속을 넘어 사람이 날아갈 정도로 세차게 불었다.

빗물이 범람하고 강풍에 고목들이 넘어지면서 전기가 끊기는가 하면 도로가 막히고

사고가 빈발했다.

아직도 날씨가 쌀쌀해서 두툼한 외투 없이는 문밖출입이 어렵다.

 

예년 같았으면 텃밭에 모종을 하고도 남았을 시기인데

올해는 아직 엄두도 내지 못한다.

날씨도 춥지만 비는 왜 그리 자주 오는지. 왔다고 하면 이건 여름 장맛비처럼 줄기차게

내린다.

 

오늘은 모처럼 해가 나기에 큰맘 먹고 공원으로 나갔다.

흙길은 여전히 질펀했다. 혹시 고사리가 나왔나 해서 둘러보았으나

고사리는 다 말라죽어서 없고 새싹은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모르기는 해도 식물도 나서 자라는 때가 따로 있나 보다.

겨우 내내 비가 그만큼 왔으면 지금쯤은 풀이 어른 정강이만큼 자랐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풀은 한 뼘 정도에서 성장을 그치고 말았다.

날씨가 쌀쌀하니까 풀도 자라지 못한다.

 

자연은 사이클이 있어서 매해 같은 풀을 반복하지 않는다. 해마다 다른 풀이 자란다.

작년에 극성을 부렸던 엉겅퀴는 금년에는 보이지 않고 생뚱맞은 풀이 무성하다.

재작년에는 감나무에 감이 너무 많이 달려서 처치 곤란이었는데

작년에는 재작년에 비해서 반으로 줄어들었다.

자연의 섭리를 인간이 어찌 알랴만, 아마도 사이클이 우주 질서를 지켜나가나 보다.

 

지난 겨우내 비가 얼마나 많이 왔는지 골프장이 물에 잠긴 건 처음 보았다.

흙탕물은 골프장 두어 군데를 호수처럼 뒤덮고 있다.

언 듯 보아 호수인지 잔디밭인지 구분이 안 된다.

외줄로 걸어가는 나무다리도 출입을 차단했다.

다리만 출입 금지한 게 아니라 우리 집에서 샌리안드로로 나가는 지름길을 차단한 지

석 달도 넘었다.

내가 차를 몰고 즐겨 다니는 외진 길인데 막아놓아서 불편하기 짝이 없다.

뉴스에서는 통계를 시작하고 금년이 가장 비가 많이 온 해라고 한다.

 

비가 많이 와서 딸기 농사를 다 망쳤다고 하소연하는 농부가 있는가 하면

비가 많이 와서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시에라 산맥엔 눈이 많이 와서 스키장이 호황을 누린다.

십여 개의 스키장들이 금년에는 7월까지 스키를 즐길 수 있다고 야단이다.

보통 스키 시즌은 3월이면 끝나기 마련인데 올해는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독립기념일이 있는 7월에도 스키를 즐길 수 있단다.

젊어서는 눈이 오면 괜히 마음이 들떠서 싱숭생숭했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스키장에 가서 온종일 놀다가 밤늦게 집에 오곤 했다.

하루 종일 산에서 스키를 타고도 다음날 거뜬히 일어나 일하러 나갔으니!

젊음이 좋긴 좋다.

지금은 눈길에 운전한다는 건 엄두도 못 낸다.

멀쩡한 도로도 대낮에만 겨우 다니는데 하물며 눈길을 달리라고?

아 그리운 젊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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