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봇 호수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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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유별나게 춥다.

봄이 와도 벌써 왔어야 할 텐데 아직도 겨울 추위다.

미 서부지역은 최근 수년간 비가 오지 않아 가뭄에 시달렸다.

예년 같으면 비 한 방울 한 방울이 단비처럼 느껴졌겠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다.

지난해 말부터 캘리포니아주 지역에 하루가 멀다고 비가 내린 까닭이다.

때로는 폭풍을 동반한 겨울 폭풍이 여러 차례 몰아치면서 이 지역 주민들을

긴장케 했다.

일주일 동안 쉬지 않고 내리기도 하면서 홍수가 나서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이번 겨울에는 날씨 좋기로 유명한 캘리포니아의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 많지 않았다.

그동안 비가 내리기를 고대하던 주민들조차 이제 제발 비가 그만 왔으면 좋겠다

푸념을 털어놓기까지 한 겨울이었다.

비가 많이 내리면서 자연스럽게 기온도 떨어졌다. 예년과 비교하면 큰 폭의 추위가

지속됐다.

 

모처럼 비가 멎은 주말이다. 해가 나다 말다 한다.

날씨는 여전히 추워서 두툼한 겨울 점퍼를 입었지만, 주말을 즐기려는 주민들이

공원으로 쏟아져 나왔다.

술이 넘치도록 찬 술잔처럼 물이 넘치도록 찬 호수에서 보트를 즐기겠다고 나서는 사람들도

꽤 있다만, 물놀이하기엔 어울리지 않는 구름 낀 날씨에 추위도 만만치 않다.

호숫가 운동길을 걸어보려고 나섰다가 길을 막아놔서 들어설 수 없었다.

지난 겨울비에 토사가 일어난 모양이다.

할 수 없이 공원 한 바퀴 돌아 나오는 거로 대신했다.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평화탑이 서 있다.

27개 국어로 평화라는 단어를 탑에 새겨놓았다.

27개국이 같은 의미인 평화를 기원하는 탑이다.

한국어로 평화라는 글이 있는가 하면 일본어로 平和중국어로 和平이라고 쓰여있다.

중국어 和平을 뒤집어서 平和라고 쓴 일본어가 눈에 띈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화평이라고 쓰다가 일본 점령기에 평화로 바뀌었다만

그래도 우리는 의젓하게 한글로 평화라고 쓰지 않았더냐.

 

겨울 찬 바람이 부는 봄이다. 봄은 봄이되 봄 같지 않은 봄이다.

벚꽃이 피기는 폈다만 추운 날씨 때문에 꽃이 움츠러들었다.

움츠러든 벚꽃은 벚꽃처럼 찬란하지 않고 한풀 죽어 보인다.

벚꽃 만발한 한국 진해에서는 군항제가 열리는데,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는 사거리에 나이 지긋한 가로수가 둘러 서 있고 나무엔 벚꽃이

현란한 게 형광등으로 거리를 밝힌 것 같았던 영상이 떠오른다.

! 고국은 영원한 노스탈자(Nostalgia,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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