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한창 바쁘게 일할 때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가다가 배가 출출해서 간단하게 요기나 할 생각으로
사우스랜드 몰 쇼핑센터에 들렀다.
음식 코너로 가서 무엇을 먹을까 망설이다가 처음 대하는 프랜차이즈 음식이 눈에 띄었다.
멕시칸들이 서서 일하고 있었는데 ‘필리 치즈 스테이크’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먹어보니 맛이 훌륭하다. 내 입맛에 딱 맞는 게 아닌가. 신기하고 야릇했다.
다음날 아내와 함께 갔다. ‘필리 치즈 스테이크’를 먹으면서 맛이 어떠냐고 물어보았다.
아내 역시 맛이 좋다고 했다.
프렌치 빵을 살짝 구운 데다가 불고기처럼 썬 소고기를 볶아서 넣었고 양상추, 토마토,
양파와 이탈리아 치즈를 녹여 얹었다.
맛있는 집을 알아놓았으니 종종 들리곤 했다.
세월이 흘러 은퇴했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3년은 나다니지 못하는 관계로
‘찰리스 필리 스테이크’집도 잊고 살았다.
오늘 모처럼 해가 반짝 나는 바람에 속옷도 살 겸 사우스랜드 몰 쇼핑센터엘 갔다.
먼저 아래층 후드 코너에 들렀다. 그 많던 음식 체인점들이 모두 문을 닫았다.
겨우 6곳이 영업을 하고 있었는데 그중의 ‘찰리스 필리 스테이크’는 여전히 성업 중이었다.
옛날 맛이 생각나서 ‘필리 치즈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혀에서 녹아나는 게 맛이 그만이다. 내 입맛에 딱 맞는다.
‘찰리스 필리 스테이크’는 어떤 프랜차이즈인가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프랜차이즈 주인이 한국인 찰리 신이라는 데 놀랐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포브스 잡지의 그레이스 정 기자가 2018년 잡지에 실은 기사의
일부분을 소개한다.
신 씨(54)는 33년 전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 설립된 샌드위치 체인인
‘찰리 필리스 스테이크스’의 한국계 미국인 창업자로 현재 미국 45개 주와 세계 19개국에
걸쳐 600여 곳에 매장을 가지고 있다. 2017년에만 5억 달러가 넘는 매상을 올렸다.
대부분 프랜차이즈로 운영되는 Charleys는 미국 전역의 지역 쇼핑몰, 공항 및 군사 기지
등 주로 틈새시장을 파고든다.
아랍에미리트(UAE)는 24곳으로 2위, 사우디아라비아에 10곳이 뒤를 잇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일본에만 존재하며 각각 5곳이 있다.
찰리 신 회장의 목표는 사업을 3천 개의 매장으로 키우는 거다.
신 씨(2018년 당시 54세)는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였다.
서울에서 태어났고 13살에 어머니와 누님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갔다.
“나의 성공은 전적으로 어머니의 사랑과 헌신 덕분이다“라고 그는 말한다.
신 씨는 오하이오 주립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학생 시절에는 시간제로 주방에서 접시 닦기 일을 했다.
어느 날 뉴욕을 여행하다가 유명한 필라델피아의 ‘구운 소고기와 치즈 샌드위치’를
먹는 순간 그의 삶이 바뀌었다.
‘필리 치즈 스테이크’가 탄생한 것이다. 신 씨는 샌드위치를 직접 만들어 친구들에게
시식시켰다. 친구들이 정말 맛있다고 좋아하기에 자신감을 얻었다.
바삭바삭한 빵에다가 한국 요리 불고기를 얇게 썰어 볶은 다음 양파와 치즈를 가미한
특이하고도 감칠맛을 만들어 냈다.
신 씨는 어머니를 설득하여 어머니의 전 재산 4만 8천 달러를 투자하게 했다.
어머니는 샌드위치에 대해서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지만, 외아들을 믿었다고 회상한다.
어머니의 전 재산도 모자라서 삼촌에게서 3천 달러를 더 끌어낸 신 씨는
1986년 막 3학년을 마치고 캠퍼스 건너편에 첫 가게를 열었다.
신선한 재료와 질 좋은 쇠고기를 이용하면 돈 없고 바쁜 대학생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
같은 음식이었다.
신 씨가 ESL 수업에서 만난 그의 대학 애인 메리는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선생님들이 우리의 꿈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찰리는 항상 “나는 백만장자가 되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그는 공부를 잘하지는 못했어요. 그녀는 그의 책가방엔 교과서 대신
비즈니스 잡지로 가득 차 있었다고 회상했다.
신 씨는 회사가 마침내 100개 가맹점에 도달한 첫 10년 동안 이익을 내지 못했다.
신 씨는 손실을 감수하고 투자의 한 형태로 봐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한다.
그의 인내심은 성과를 거두었다. 지난 10년 동안 가맹점이 거의 두 배로 늘어났다.
신 씨는 ”단기적인 성공은 어떤 미덕 없이도 달성할 수 있지만, 사업이 지속되려면
지혜, 사랑, 특히 용기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성공은 다른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용기를 내기는 매우 어렵다. 편한데 왜 배를 흔들어?”
그러나 신 씨는 편안함을 깨트리는 용기가 성공의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