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등산하다가 죽었고, 나는 그의 가장 친한 친구와 재혼.

 

1999년 히말라야 등반에 나섰다가 눈사태로 실종된 전설적 산악인.

2016년 알렉스 로우(Alex Lowe)와 카메라맨 데이비드 브리지스(David Bridges)의

시신이 발견됐다.

알렉스 로우는 실종 당시 메고 있던 빨간색과 파란색의 등산 가방, 노란 부츠를 신은

모습 그대로였다.

 

체력이 뛰어나 ‘걸어다니는 폐’라고도 불렸던 로우는 1990년대 세계 최고의 산악인 중

한 명으로 네팔 쿠숨캉구루와 쾅데산을 비롯해 에베레스트산 정상을 두 차례나 올랐으며

1995년 알래스카 맥킨리산에서 조난당한 동료 산악인들을 구조해 유명해졌다.

그는 고향에서 그랜드 테톤의 13,774피트(4,199m) 봉우리를 100번 넘게 올랐다.

또한 요세미티 엘카피탄 바위(절벽에서 야영이 필수) 등반을 16번이나 성공했다.

 

알렉스 로우(실종 당시 40)는 티베트 시샤팡마산 정상에서부터 스키를 타고 내려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기 위해 1999년 10월 산악인 6명, 카메라맨과 함께

등반길에 올랐다가 대형 눈사태를 만나 눈 속에 갇혔다.

당시 구조대가 20시간이 넘도록 알렉스 로우와 카메라맨 브리지스를 수색했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1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당시 생존자였던 로우의 가장 친한 친구 콘래드 앙커(38)는 친구가 실종되고 얼마 안 된

2001년 친구 로우의 미망인 제니와 결혼해 엘렉스 로우 자선재단을 운영했다.

앙커와 제니는 시신이 발견된 2016년 여름 함께 티베트로 날아가 시신을 수습했다.

 

로우(40)가 실종되던 1999년 10월, 앙커(38)는 로우와 함께 26,289피트(8,006m)의

‘시샤팡마’를 등반하여 스키를 타고 내려갈 목적으로 티벳으로 떠났다.

두 남자와 카메라맨 데이비드 브릿지가 정상을 오르고 있을 때 눈사태가 발생하여

로우와 브릿지가 눈 속에 묻혔다.

앙커는 어떻게든 살아남았지만, 죄책감에 시달렸다.

앙커는 친구의 아내 제니와 세 아들을 위로하기 위해 몬태나주 보즈만으로 차를 몰았다.

앙커는 “우리는 친형제는 아니었지만, 산에 대한 열정에서는 형제였다”라고 회상했다.

그냥 너무 슬펐다.

앙커는 ‘내가 알렉스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가 그를 돌보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것은 무엇이 될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앙커와 제니는 로우가 세상을 떠난 지 불과 몇 달 만에 서로에 대한 감정을 빠르게

발전시켰다. 알렉스가 죽은 지 2년도 안 된 2001년 4월 6일, 두 사람은 아이들을

들러리로 세우고 이탈리아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그들의 특이한 사랑 이야기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 <Torn>으로 제작됐다.

알렉스 로우가 실종 당시 10살이었던 큰아들 맥스(33)가 다큐멘터리의 메가폰을 잡았다.

맥스는 “앙커를 새아버지로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라고 고백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현재 33세인 아들 맥스가 어머니에게 “아버지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아버지와 가장 친한 친구와 살 수 있는가?”라고 물어보는 데서 시작한다.

 

 

막내아들과 작은아들은 로우가 죽었을 때 겨우 3살과 6살이었고,

애들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지만 아버지를 일종의 ‘슈퍼맨’으로 존경한다.

로우는 죽기 전날 밤에 같은 텐트에서 잠을 청하던 친구 앙커에게 말했다.

오는 크리스마스에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디즈니랜드를 구경시켜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죽은 다음, 앙커는 친구의 소원을 풀어주기 위해 제니와 아이들을 데리고 디즈니랜드에 갔다.

디즈니랜드를 여행하는 동안 슬픔에 잠긴 제니와 앙커 사이에서 사랑의 불꽃이 튀었다.

 

두 사람의 관계를 놓고 등반계에서는 말이 많았다.

로우가 죽기 전부터 그들이 바람을 피웠다는 거짓 소문도 나돌았다.

제니는 자기 인생이 다음 장으로 넘어가고 싶다면서 “인생은 매우 빠르게 흘러간다”라고

말했다. 이제 60대인 제니는 여전히 앙커와 행복하게 잘 산다.

 

앙커는 세 아들을 입양했다.

새아버지 앙커와 큰아들 맥스의 관계는 늘 작으나마 긴장이 이어졌다.

앙커와 제니가 결혼하면서 제니와 둘째 셋째 아들의 성을 양아버지의 성인 하이폰으로

바꿨다. 하지만 큰아들 맥스는 친아버지 성인 로우를 그대로 지키기로 했다.

 

온 가족이 티베트로 가서 로우의 시신을 수습하고 화장했다. 화장하고 남은 유해는

그의 고향 몬타나에 있는 유명한 산 정상에 뿌렸다.

 

2022년 방영된 다큐멘터리의 마지막 장면에서 제니는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들에 대해서

떨떠름한 생각을 지닌 큰아들 맥스에게 말한다.

“알렉스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야. 가장 친한 친구가 나와 너희들을 사랑하게

되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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